국제법 위반하고 이란 공격
28일(현지시간) 아침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이 소식은 중동 지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유는 미국의 공격이 미국과 이란 간 일련의 핵협상이 진행되고 있었고 며칠 후 추가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이상 중동 지역에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최대 규모의 전력을 배치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압박했다. 동시에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과 중동 지역 친이란 무장세력들에 대한 지원 중단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국정연설에서 이란과의 합의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은 3차 협상 후에는 이란과 미국에서 모두 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고 이번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회담이 있을 예정이었다. 양국 사이에서 메신저와 중재자 역할을 했던 오만 외무장관은 회담 후 사회관계망을 통해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기술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며칠 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협상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7일 백악관에서 마린 원(Marine One)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26일의 협상 결과에 대해 “이란이 우리가 원하는 걸 주지 않으려 하는 사실에 매우 불만”이라면서 “이란의 협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하루 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여러 도시를 동시에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3차 핵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이란을 공격했는지, 아니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 포기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미사일 개발 및 무장세력 지원 중단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해서 이미 26일 협상 전에 공격을 준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과 외교를 양손에 들고 계속 저울질하다가 결국 무력 사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분명한 건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더욱이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중재국의 확인이 있는 상황에서 협상 상대국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 6월 협상 도중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데 이은 두 번째 협상 중 공격으로 국제 규범상 흔히 볼 수 없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이 확인된 후 사회관계망에 게시한 약 8분 분량의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목적은 이란 정권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미국인들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47년 동안 이란이 얼마나 미국을 위협하고 많은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열거했고 “세계 제일의 테러 지원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야망을 포기할 모든 기회를 거부했고 우리는 이를 더는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유럽에 있는 미국의 우방과 동맹, 해외 주둔 미군을 위협하려 하고 있고 곧 위협이 미국 본토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이란이 당장 미국을 위협하거나 공격하려 하고 있지 않음에도 이란을 선제적으로 공격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카츠 국방장관 또한 공격 이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란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주장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정권 교체에 베팅한 트럼프의 도박
이번 공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큰 틀에서 하나로 정리될 수 있다. 바로 작년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 그리고 1월에 있었던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과 학살로 악화된 이란 내 민심과 국제사회의 비난 등으로 역사상 가장 취약해진 현재의 이란 정권을 재기 불가능하게 만들고 마침내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도 가능하고,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과 패권 유지 야망도 완전히 말살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를 포함해 수십 명의 지도부를 살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이란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힘을 잃고 실질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완전히 말살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세가 전개될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이란 공격으로 오히려 이란과 중동 지역의 상황은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란의 정권 교체 또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이제 중동 지역은 전 세계가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은 커졌다. 이는 이란 정권 절멸을 자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정당하고 합당한 것이었는지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논란을 예상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직후 8분 정도의 연설을 사회관계망에 올려 공격의 정당성과 이유를 설명했는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이란 국민을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이란인들에게 말한다”면서 “오늘 밤 자유의 시간이 다가왔다. 밖은 위험하니 집밖에 나서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격을) 끝내면 정부를 끌어내려라. 끌어내리는 건 여러분의 일이고 여러분들에게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오랫동안 미국의 도움을 구했지만 얻지 못했다. 이제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주는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면서 “이제 여러분의 운명을 쥐고 번영과 영광스러운 미래를 펼칠 때다. 이제는 행동의 순간이고 이를 놓치지 말라”고 말했다.
29일 사회관계망에 올린 두 번째 영상을 통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를 갈망하는 이란 애국자들은 이 기회를 잡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용감하고 대담하고 영웅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이란인들에게 미국이 “도우러 가고 있다”고 한 자신의 말을 상기하듯 “나는 약속을 했고 (이제) 그 약속을 지켰다”며 “나머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우리는 거기서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무력 사용으로 기회를 줬고 무력으로 압박을 했으니 정권 교체는 이란인들이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자신의 궁극적 목표인 정권 교체를 위해 이란인들이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란인들에게 드러낸 오만과 기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란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며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유일하게 이란인들의 도움에 응답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자신이 이란인들에게 자유를 얻을 소중한 기회를 줬고 그러므로 이란인들이 자신의 뜻대로 정권 교체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오만함 그 자체다. 이는 지난 1월, 그리고 그 이전에도 억압적인 정부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많은 이란인을 모독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만 보자면 저항이 성공하지 못했고 인명 피해만 낳은 것 같지만 이란 국민의 저항은 정권에 타격을 주었고 소중한 사회적 경험과 저력으로 축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격이 있기 일주일 전부터 이란 대학 곳곳에서 다시 시위가 일어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주장은 이런 이란인들의 숭고한 정신과 노력을 폄훼한 것이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미국의 이번 공격은 그런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란인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정권 교체가 절실해도 자국을 공격하고 자국민을 살해한 국가의 지도자에 동조하는 건 힘들고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적신월사에 따르면 28일 하루 공격으로 이란 전체에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7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란 남부에 있는 여자 초등학교가 공격을 받아 어린이와 교직원 165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8명의 이란 지도부가 제거됐다고 언급했지만 그보다 몇 배 많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란인들의 자유를 지지하고 관심이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이와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란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하고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사람이 살해됐을 때 사회관계망에 미국의 “도움”과 “미국의 강력한 행동”을 언급한 것 외에 국제사회를 통한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강경 진압으로 시위가 잦아든 후에는 국제사회에서 가진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런 노력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후에는 핵무기 개발 문제로 초점을 돌려 무력 시위와 압박을 하는 데만 주력했다.
이란인들의 안전과 고통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은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은 이란인 추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와 이란 정부의 학살 소식으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던 1월 24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인 40명을 추방해 이란으로 돌려보냈다. 이들 중에는 정식으로 망명을 신청하고 심사를 받던 중인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포에 싸인 추방자 가족들은 추방자들이 이란에 돌아가 바로 수감되거나 사형에 처해질까 걱정했다. 특히 망명 신청 심사 중이었던 두 명의 성소수자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판단하는 이란법 때문에 돌아가면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28일 공격 전까지 계속되고 있었던 이란과의 핵협상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이란인들의 고통에 관심이 있었다면 외교를 통해 이란과 합의를 하고 이란이 원하는 경제 제재 중단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신속한 핵개발 완전 포기를 압박했고 협상 도중 불만족을 드러내며 결국 이란을 공격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사태로 2006년부터 유엔의 제재를 받았고 이 제재는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유럽 연합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한 후인 2016년 1월 해제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이 합의에서 미국의 일방적 탈퇴를 결정했다. 그리고 2025년 9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의 제재는 이란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됐고 경제난으로 인해 지난 1월 시장에서부터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이런 여러 사안을 보면 이란인들의 자유를 거론하고 이란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기만에 가깝다. 그는 정권 교체라는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이란인들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이란인들의 안전에는 별 관심이 없다. 또한 미국의 공격을 빌미로 이란인들이 시위에 나설 경우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지도부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정권에 의해 살해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이란인들의 자유와 미래를 거론한 것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를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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