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에 그대로 반영된 사업가 기질
세계에 충격을 안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는 취임 후 1년 동안 트럼프식 국제정치의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힘을 이용한 압박 정치다. 물론 자국의 힘을 이용한 정치적 압박은 국제정치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국가도, 어떤 지도자도 전쟁 중인 상황이 아니라면 자국의 이권을 위해 힘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면서 상대국을 자극하거나 압박하지는 않는다. 이런 방식에 기대는 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외교의 규범을 벗어나고 결국 자국의 품위와 신뢰, 그리고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와 외교의 규범 및 상식을 모두 무시하고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힘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선택을 해왔다. 때로는 힘에 기대 상대국을 조롱하거나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세계를 동시에 당혹감과 황당함에 빠뜨리는 트럼프식 압박 정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기자들에게 즉흥적으로 답하는 말들을 보면 그것이 전략적으로 계산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의 본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됐지만 사업가 기질, 그것도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이고 독한 사업가의 기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유감 없이 정치에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도덕한 사업가 기질과 방식, 그리고 국제정치를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접근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규범이 무너지고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나아가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선포하고 기존의 국제무역 질서를 깨면서 전 세계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 건 ‘미국의 이익’이라는 수사에 숨어서 국제정치와 외교를 국가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은 상징적인 일이었다. 유럽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게 국방비 대폭 인상을 압박한 것 또한 미국의 군사비 부담 축소와 함께 미국 무기 산업의 확장을 노린 것이었다. 그런데 최악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힘을 동원해 인간사에서 가장 참혹한 사건인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후에는 이런 사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사업과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전쟁 이용한 경제적 이익 추구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용한 이익 추구 및 사업 확장 시도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첫 번째 사례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과 관련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한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전쟁 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아닌 재개발업자가 할 만한 생각이고 발언이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더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다. 8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를 ‘가자 리비에라(Gaza Riviera)’로 개발하는 계획과 이미지가 담긴 38쪽의 청사진이 유출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넘어 미국 정부 차원에서 고려 중인 계획이었고 여기에는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친미 무역 중심지로 만드는 구상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자지구 재건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10월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끈 20개 항의 가자지구 휴전안에도 그대로 담겼다. 휴전안에는 “트럼프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해 가자지구를 중동의 현대적 기적의 도시(modern miracle city) 중 하나로 만든다는 내용과 이를 위한 투자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가자지구를 주민이 아닌 투자자들과 부자들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기존의 국제규범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이런 규범을 모두 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중재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휴전 협상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적 구상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작년 11월 21일 언론을 통해 28개 항으로 이뤄진 미국과 러시아 간 합의된 휴전안 초안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휴전을 중재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미국이 원하는 경제적 대가가 노골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초안에는 유럽국가들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000억 달러(약 145조원)가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될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50%를 미국이 가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머지 동결 러시아 자산은 미국-러시아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 초안이 수정되면서 이 내용은 사라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12월 24일 기자들에게 설명한 20개 항의 미국-우크라이나 합의안에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개발, 그리고 천연가스 기반시설 운영에 공동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의 힘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얻어낸 결과다.
전쟁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사업 확장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식 접근이 정점을 찍은 게 바로 1월 3일 있은 베네수엘라 공격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직접 무력 공격을 하고 전쟁 위험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것이 마약과의 전쟁이며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을 위협하는 마약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유통 경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세계는 베네수엘라 공격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미국이 매장량이 세계 최고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노렸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체포를 밝힌 직후 있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무너진 석유 기반시설을 고치고 미국을 위해 돈을 벌 것”이라며 석유가 공격의 주요 이유 중 하나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정치와 군사력을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런 이유로 세계에 트럼프식 압박 정치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무력 동원한 경제적 이익 추구, 세계 평화 위협
세계의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는 보다 큰 이유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이 베네수엘라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공격 직후부터 미국은 덴마크 영토이지만 자치권을 가진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4년 12월부터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는 주장이지만 다른 한편 석유, 가스, 희토류 등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노린 것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에는 합병을 위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압박해왔다.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고 이런 발언은 무력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이에 대해 5일 젠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제 그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시도를 “환상(fantasy)”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또한 “미국은 그린란드를 합병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면 나토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안보 체계는 멈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전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의 이익을 방해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국가는 무력으로 응징하고 지도자는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구상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와 인물은 알아서 자신을 돌아보고 처신을 잘하라는 경고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 세계를 선도해온 국가의 지도자가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무력 사용을 경고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아가 미국이 힘에 기대고 노골적인 협박까지 동원하면서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너뜨리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힘과 협박을 동원한 트럼프식 이익 추구와 압박 정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세계의 비난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이 강화되면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남긴 선례가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에게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이 훼손하고 무너뜨린 국제사회의 질서와 규범이 세계인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고 있다.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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