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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외면당했던 수단 내전, 학살 재발로 이제야 세계의 관심 받아

by 정주진 2025. 11. 10.

최근 수단 내전에 대한 세계와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단 반군인 신속지원군(RSF)의 학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RSF1026일 수단 서부 북다푸르주의 수도인 엘 파셰르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후에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다. 수단 정부군은 10일 동안 학살된 주민이 2,000명 정도라고 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일대학교의 인도주의연구실(Humanitarian Research Lab/HRL)은 위성 자료 분석에 근거해 수만 명이 학살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RSF의 학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학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즉결 처형, 대량 살상 등 수법이 잔인하고 학살 상황이 담긴 영상이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영상을 퍼뜨린 당사자는 RSF 대원들이었다. 그들은 대학교에 들어가 학살을 한 후 수십 구의 시체가 있는 현장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에게 총을 쏴 죽이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 사회관계망에 올렸다. 또 다른 영상에는 픽업 트럭 뒤에 탄 무장 대원들이 줄지어 놓인 아홉 구의 시신 옆을 지나 석양이 있는 쪽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우리가 한 일을 봐. 이 학살을 보라고라며 환호했다. 그는 카메라와 동료 무장대원들을 돌아보면서 모두 이렇게 죽을 거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영상을 올린 이유는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정부군과 주민들을 협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학살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비난이 높아지자 RSF의 사령관이자 반군 수장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는 일부 대원이 학살을 저질렀다며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체 조사는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사를 언급한 건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문이 일고 있다. RSF는 또한 미국,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가 주선하는 휴전 제안에 동의한다며 3개월의 인도주의 휴전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또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RSF의 증거 인멸 시도 또한 조사와 휴전 언급이 진정성이 없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HRLRSF가 집단 매장지를 파헤쳐 시신을 꺼내고 있다고 했고, 영국에 기반을 둔 수단의사네트워크(Sudan Doctors Network)RSF가 시신을 모아 불태우고 있다고 했다. RSF가 휴전에 동의했지만 수단 정부는 휴전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하고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학살 증거를 수집하고 있지만 RSF의 저지로 엘 파셰르에 접근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엘 파셰르를 탈출한 주민들을 통해 많은 증언이 수집됐고 위성 자료와 영상 자료가 있어서 학살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정확한 학살 피해자 수를 집계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렵더라도 학살 조사는 RSF의 전쟁범죄를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수단 내전은 2023415일에 시작됐다. 수단 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지도자이자 사실상 대통령인 압델 파타 알 부르한과 RSF 사령관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이의 대립이 무력 충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2110월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았지만 내전이 시작되기 전 정부의 방향성과 RSF의 정부군 귀속 문제 등을 두고 대립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권력과 부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내전 시작 후 약 27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군은 동부, 북부, 중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RSF는 서부 다푸르 지역에서 정부군이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엘 파셰르를 무너뜨림으로써 서부 대부분을 장악하게 됐다. 이로 인해 수단이 다시 분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83년에서 2005년까지 있었던 2차 수단 내전이 끝난 후 2011년 마침내 남수단이 독립국가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수단 내전은 내내 가장 참혹하고 잔인한 모든 종류의 전쟁범죄를 동반했다. 특히 RSF는 대규모 학살, 비아랍계 부족에 대한 인종 청소, 여아를 포함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을 저질렀다. 강간 등의 성폭력 또한 비아랍계 민족을 공격하고 강제 임신 등을 통한 인종 청소의 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인도주의 재난 상황 또한 심각했다. 다푸르 지역을 점령한 RSF는 난민 캠프에 대한 구호품 반입을 막아서 기근을 야기했다. 또한 20244월부터는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엘 파셰르를 외부에서 봉쇄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은 내내 굶주림과 RSF의 공격으로 고통받았다. 그리고 RSF의 엘 파셰르 점령과 함께 학살 피해를 입었다. 수단 정부군 또한 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수단 내전은 전쟁, 그리고 전쟁과 관련된 기근, 질병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약 15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그러나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전쟁과 기근으로 인한 국내.외 이주민은 약 1,4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사진 출처: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은 수단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도주의 재난 지역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국제인권단체들 또한 만연한 전쟁범죄와 기근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언론을 포함해 세계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또 다른 대량 학살이 일어난 이제야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매우 씁쓸한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최악의 전쟁범죄와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세계가 수단 내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두 전쟁은 모두 서방국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되어 있고 서방국들이 무기 공급과 외교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개입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두 전쟁의 영향이 전 세계에 미치고 있음을 의미했고 실제로 지금도 전 세계의 정치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두 전쟁에 대한 뉴스는 거의 매일 톱뉴스로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수단 내전은 무자비한 전쟁범죄와 기근 상황에도 불구하고 크게 시선을 끌지 못했다. 전쟁으로 전쟁을 덮는 세계의 상황은 2023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보도와 관심이 줄었던 것을 통해서도 확인됐었다.

 

또 다른 이유는 수단 내전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상관없이 전쟁은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고, 특히 전쟁범죄와 인도주의 재난이 만연한 경우 세계는 전쟁에 개입할 정치적, 윤리적 의무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서방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정치에서 아프리카의 전쟁과 재난 등은 서방국들의 경제적 이익 및 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되곤 한다. 이런 이유로 수단 내전은 아프리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무장세력 간 충돌 중 하나로만 취급됐다. 국제 언론 또한 유엔과 인권단체 등이 특별 보고서를 낼 때를 제외하곤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 결과 세계인들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좀 더 들어가 보면 수단 내전이 야기한 전쟁범죄와 인도주의 재난은 단지 수단만의 일은 아니다. 수단 내전에 복잡한 국제 정치와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고 국제 해상로인 홍해에 면한 약 500마일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수단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광활한 농지와 금광을 가지고 있고 식품, 의약품, 화장품 원료 등의 대량 생산국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여러 주변국이 수단 내전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개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 및 안보 등의 이유로 외교적으로 수단 정부를 지지해왔다. 아랍에미리트(UAE)RSF에 무기를 공급해왔다. 러시아는 와그너 그룹이 RSF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무기를 지원해온 것을 묵인했고 이제는 홍해 이용과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수단 정부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와그너 그룹의 개입은 러시아와 전쟁 중이던 우크라이나의 관심을 끌었고 우크라이나는 2023RSF를 공격하기도 했다.

 

특히 온갖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RSF에 대한 UAE의 지속적인 무기 공급은 유엔과 인권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20253월 수단 정부는 UAERSF에 군사적,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하고 다푸르 지역 비아랍계 부족 학살에 공모했다며 UAE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기도 했다. UAERSF에 대한 무기 공급을 부인했지만 무기 금수 조치를 감시해온 유엔 전문가들은 UAE가 차드를 통해 무기를 밀수해 RSF에 공급한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RSF에 대한 UAE의 무기 공급은 UAE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 영국과도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무기가 수단 내전에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의회 일부 의원들은 UAE가 미국의 중요한 중동 협력국임에도 무기 수출 중단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금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금수 조치를 했다면 UAE가 이를 강한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당연히 RSF에 대한 무기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RSF의 엘 파셰르 점령과 학살이 알려진 이틀 뒤인 1028일 영국 언론사 가디언은 유엔 안보리 문서에 영국제 무기가 RSF에 의해 사용된 것이 명시돼 있다고 독점 보도했다. 보도 후 영국 정부는 약간의 영국 장비가 수단 내전에서 사용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영국 외무부는 이는 무기와는 다르다며 영국산 무기가 사용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이 UAERSF에 대한 무기 공급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은 높아졌다.

 

중동 국가들의 수단 내전 개입과 RSF에 대한 무기 공급, 그리고 UAERSF 무기 공급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감시 및 조치 부족 등은 수단 내전에서의 학살과 인도주의 재난 지속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학살이 있은 후인 지금 수단 내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여러 국가의 개입 및 관련성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보도가 많아지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변화다.

 

내전이 시작된 이후 거의 27개월이 지났고 학살과 인도주의 재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향력 확대와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국가들의 개입도 중단되지 않았다. 한 가지 긍정적인 면은 수단 정부군과 RSF 모두 세계의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물론 주변국들도 적극적으로 휴전 중재를 모색하고 있고, 특히 UAE는 휴전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의 관심이 얼마나 높게 유지되느냐에 따라 수단 내전의 종식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전의 경우, 특히 독재와 쿠데타 등으로 불안한 정치가 계속되는 국가에서 발생한 내전의 경우 무력 충돌 당사자 집단들의 자발적인 협상으로 종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내전은 흔히 전쟁범죄와 인도주의 재난을 동반하지만 당사자 집단들이 이를 반성하고 스스로 중단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결국 세계의 관심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있어야 전쟁과 전쟁범죄를 모두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무자비하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번 학살로 수단에 쏠린 세계의 관심과 국제사회의 압력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