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주민 난민 유입 억제 정책 본격화
2025년 12월 8일 EU 내무장관들은 EU 경계 밖에 돌려보낼 이주민을 수용하는 이른바 ‘귀환 중심지(return hub)’를 설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 방안은 EU 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EU가 이주민 및 난민 숫자를 줄이기 위해 2024년에 통과시킨 이주망명협정(Pact on Migration and Asylum)이 2026년 6월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이 또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국가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2024년 6월 EU 의회 선거에서 이주민과 난민 유입에 강하게 반대하는 극우 성향 의원의 숫자가 많아진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통과된 방안에는 귀환 중심지 설치 외에 논란이 될 수 있는 다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주민의 자국 귀환이 불가능한 경우 EU가 판단하는 “안전한” 제3국으로 이송하고, EU 국가를 떠나길 거부하는 이주민들에게는 훨씬 강화된 처벌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주망명협정과 이번에 통과된 방안의 핵심은 이주민 유입을 줄이고 난민 자격 부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EU 국가로의 유입 전 검색과 가능성 낮은 사례를 빠르게 처리해 EU 국가로의 유입을 막고 재정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변화는 EU 국가들에서 이주민과 난민 유입에 강력히 반대하는 우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사실상 EU 국가들은 반이주민, 반난민 주장과 정서 강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난민을 거부하는 정책으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11월 말 기준으로 EU 국가로의 이주민 유입은 2024년에 비해 20% 정도 줄었지만 EU는 이주민과 난민 유입 억제 정책으로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정책 변화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EU가 난민을 포용하고 그들의 안전과 보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험한 법적 취약 상황으로 몰아넣는 선택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도 지난 11월 주기적으로 난민 자격을 재심사하고 본국 귀환율을 높이고 시민권 부여 대기 기간을 늘리는 등 보다 강화되고 까다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이 또한 이주민 유입과 난민 자격 부여를 축소하고 궁극적으로 이주민과 난민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다.
유럽은 이주민 및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되곤 한다. 유럽에서 이주민 및 난민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기 시작한 건 2015년 이후 이주민과 난민의 유럽 국가 유입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난민 위기’가 있은 이후다. 이들 대부분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2015년 이전에는 주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갔지만 2015년부터는 튀르키예에서 그리스로, 또는 유럽 남동부의 발칸반도를 거쳐 서유럽 국가들로 이동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시리아 출신이었고 이런 이유로 ‘시리아’와 ‘난민’은 거의 동의어가 되다시피했다.
유럽이 이주민 및 난민 문제의 중심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유럽 국가들이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우리가 흔히 부르는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건 아니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난민 자격을 부여하는 국가들은 이란,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이다. 이유는 전쟁이 있었고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이주민과 난민을 수용한 건 독일이다. 특히 시리아 난민을 100만 명 이상 수용한 독일은 2023년까지 세계에서 이주민과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5개 국가 중 하나였다.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많이 수용했다. 그러나 이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출신 외에 다른 국가 출신 이주민과 난민까지 많이 수용한 건 아니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약 70%는 이웃 국가가 수용하고 있고, 약 75%는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이 아니라 소득 중위, 또는 하위 국가들이 수용하고 있다. 2024년 6월에 발표된 유엔난민기구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이주민과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국가는 이란, 튀르키예, 콜롬비아, 독일, 파키스탄 순이었다. 2024년 보고서는 약간 변화가 있어서 2024년 말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이주민과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는 이란, 튀르키예, 콜롬비아, 우간다, 파키스탄, 차드 순이었다.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 이주민이 많기 때문이고 우간다와 차드가 포함된 이유는 수단과 남수단의 내전 때문이다.
전쟁, 이주민과 난민 발생의 근본원인
가장 많은 이주민과 난민의 출신 국가는 꽤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남수단 등이었다. 유엔난민기구의 2023년 말 통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남수단 출신이었고, 2024년 말 통계로는 베네수엘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남수단, 수단 출신 순이었다. 이들 국가 중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모두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다. 이는 전쟁이 이주민과 난민 발생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통계에는 포함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난민도 있다. 바로 팔레스타인 난민이다. 팔레스타인 난민은 약 600만 명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안에서 난민으로 살면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보호를 받고 있다. 2023년 10월 시작된 전쟁 이후 가자지구 인구 약 230만 명 중 90% 정도가 이주민이 됐지만 이웃인 이집트와 이스라엘 어느 곳으로도 피란을 갈 수 없어 가자지구에 갇힌 채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과 집단학살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가자지구 주민은 사실상 난민이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난민으로 대우를 받지도 보호를 받지도 못했다.
전쟁과 난민 발생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건 지금의 세계에서 전쟁은 고립된 상황에서 발생하지도 지속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전쟁도 주변국 또는 이해관계국의 무기 공급이나 군사 지원 없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일에 이주민과 난민 유입을 감축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당연히 관련되어 있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강경한 이주민 및 난민 거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 또한 거의 모든 전쟁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개입해왔고 현재도 개입하고 있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주민과 난민을 발생시킨 아프간 전쟁은 2001년 미국의 주도와 영국의 적극적인 협력, 그리고 유럽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의 군사적 참여와 협력으로 시작됐고 20년 동안 지속됐다. 시리아 전쟁 또한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등은 물론 IS를 겨냥한 대테러 전쟁을 앞세워 미국, 영국, 프랑스가 개입하고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요르단 등이 이에 동참해 복잡해지고 장기화됐다. 시리아 내전은 국제전이 됐고 13년 이상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많은 난민을 발생시켜 시리아는 난민 국가라는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미와 유럽 국가들의 군사적, 재정적 지원으로 계속되고 있다. 수단 내전의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의 무기가 아랍에미리트를 통해 잔인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반군인 신속지원군(RSF)에 공급됐다. 국제 인권단체들에 의해 유엔에 증거까지 제시됐으나 아랍에미리트는 무기 공급을 부인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알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전쟁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서방 국가들이 직접적, 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 그중 하나인 2014년 9월에 시작된 예멘 내전의 경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들의 노골적인 개입에 더해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이 무기 지원과 군사적 지원을 해왔다. 이에 대해 이미 유엔은 2019년에 이 국가들에게 인도주의 재난을 악화하는 예멘 정부와 반군에 대한 무기 판매와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전쟁의 경우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 통제로 타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인도주의 재난과 집단학살을 야기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은 미국과 독일이 거의 90%를 차지했으나 많은 유럽 국가가 지속적으로 무기 지원을 했다.
근본원인은 외면
이처럼 가장 많은 이주민과 난민 발생을 야기한 전쟁에는 모두 강력한 이주민 및 난민 억제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많은 국가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EU 국가들이 이주민과 난민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주민과 난민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과 자국의 직접적, 간접적 기여를 외면하는 건 매우 모순적인 모습이다.
난민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인 전쟁에 미국, 러시아, EU 국가들, 아랍국가들 등만 관련된 건 아니다. 아시아에서 내전으로 많은 난민을 발생시킨 국가는 미얀마인데 중국은 미얀마 쿠데타 정부에 막대한 무기 공급과 군사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주민과 난민 발생 원인인 전쟁과 관련해 한국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2018년 한국산 무기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에 의해 사용된 것이 알려졌고 이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무기였다. 또한 한국군이 훈련한 아랍에미리트 특수부대가 예멘 내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수단 반군에 아랍에미리트가 오랫동안 무기를 지원해온 것이 논란이 된 후에도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와 국방 및 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한국산 무기가 향후 다른 전쟁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과 집단학살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를 중단하지 않았다.
전쟁은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문제고 난민 문제 또한 그렇다. 특히 많은 국가가 무기와 군사 지원 같은 직접적, 간접적 개입을 통해 전쟁의 장기화와 대규모 이주민과 난민 발생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과 자국의 관여는 외면하고 갈수록 많은 국가가 이주민과 난민 유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는 건 매우 우려되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EU 국가들의 이주민과 난민 수용 정책이 별 변화를 보이지 않고 난민 인정 비율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인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EU 국가의 난민 지위 인정율은 49%였고 인도주의 지위 부여는 30%였다. 나머지 21%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보호조치였다. EU 국가 중 특히 스페인, 독일, 프랑스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난민 인정률이 평균 1-2%대를 기록했고 가장 높았던 해가 3.6%에 불과했다. 한국은 난민 정책이랄 것도 없고 무조건 난민을 거부하는 정서 또한 아주 강하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EU 국가들처럼 이주민과 난민 유입 감축을 고민하는 상황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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