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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공존 사회-전 세대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25. 6. 6. 10:04
조기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이로써 비상계엄 후 계속됐던 비상 상황은 해제됐다. 12.3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대통령 파면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비극이자 승리의 기억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비상계엄과 그뒤 이어진 온갖 비정상과 혐오에서 비롯된 사회적, 개인적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결정된 뒤에도 많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파면당한 대통령을 끝까지 지지했던 정당이 제대로 된 반성도 없이 다시 정권을 잡겠다고 여러 편법을 동원하는 걸 지켜봤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지지를 넘어 부정선거까지 주장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된 상황도 지켜봤다. 그는 탄핵 정국에서 극우 단체들과 밀착한 결과로 갑자기 대선 후보로 떠올랐고 대선 후보가 된 뒤 극우 인사와 단체들은 연달아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선거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그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비상계엄이라는 역사적 과오와 결별하지 못한 정당이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많은 국민이 이제 사회 안정, 정치 복구, 경제 정의, 약자 보호, 남북관계 복구 등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정권 교체가 당연하게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치인들과 정당들에만 의존해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실 우리는 아직 비상계엄이 만든 정치적,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지도 못했다. 여전히 비상계엄과 내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고 보수 및 극우 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면 독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란에 동조하지는 않아도 비뚤어진 지지와 연민으로 내란 우두머리와 동조자들에 대한 단죄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극단적인 생각은 아닐지라도 정치적 주장에 매몰돼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익을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우리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잘 지킬 민주시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전까지 우리는 우리 사회의 누구도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중대한 정치 상황에 직면했고 우리의 민주주의 이곳저곳에 하자가 있고 기반조차 튼튼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극우 이념에 크게 경도되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민주시민으로서의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냈고 그 결과 정치인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를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조기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비극적인 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민주시민의 인식과 역량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접근은 민주시민교육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실행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 하나는 학교 안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 밖 교육이다. 학교 안 교육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현재 일시적, 또는 이벤트성으로 이뤄지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은 체계적으로, 그리고 밀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에는 민주주의 제도와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이해에 더해 대통령, 국회와 국회의원, 정치인, 언론, 시민사회 등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토론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성 인정과 평화적 공존을 민주주의 사회의 당위성으로 확인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담보할 구체적 방법에 대한 토론이 포함되어야 한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미래의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임을 생각하면 민주시민교육은 어떤 교과목보다 더 체계적으로 개선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 밖의 교육은 학교에 가지 않는 청소년, 청년, 중년, 노인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야 한다. 이들이 각자가 속한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치 현안에 큰 목소리를 내는 중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시민교육도 의무화하거나 적어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다양한 노인시설에서도 건강이나 여가 프로그램 등과 함께 민주시민교육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민주주의 운영 방식, 민주주의의 가치, 민주주의 사회의 조건, 민주시민의 역할과 의무, 정부 및 공직자의 역할과 책임, 국회의원 및 정치의 역할과 책임 등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중심인 민주시민의 역량을 기르고 향상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므로 새 정부는 비상계엄으로 상처를 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튼튼히 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고민하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실행을 위해 다양한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과 확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낼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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