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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 시리즈 2 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가

by 정주진 2025. 11. 7.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 결정이다.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일상적으로, 그리고 당연하게 국민이 배제되는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결정권을 가지는 건 아니다. 결정권은 여전히 정부와 공공기관이, 그리고 입법과 관련해서는 국회가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국민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상세한 의견을 효율적이고 정당성 있는 방식을 통해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정책, 법률, 제도 등에 대해 직접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누리고 다른 한편 목소리를 낼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를 실행한다는 건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를 통해 수렴된 의견과 참여자들의 합의 내용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또는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불편한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번거로움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여러 면에서 정책 수립과 실행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를 거치면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세밀한 필요를 외면한 일방적인 결정이 가져올 정책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질 높은 정책의 수립과 실행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다양한 의견과 필요, 불만과 비판을 확인하면 국민 공감대와 국민 선호가 높은 정책을 구상할 수 있고 실행 단계에서 직면할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의사결정 참여자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참여를 강화할 수 있고, 의사결정 권한의 독점을 해체하고 국민과의 공유를 통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논란이 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다양한 사회 현안을 다루는 사회적 대화는 늘어나야 하고,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나아가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이는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하는 가장 우선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인데 국민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극단으로 갈라져 있는 경우 좋은 정책이라도 성공하기 힘들다. 지지하지 않는 쪽의 비난과 발목잡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사회적 대화는 그런 과정의 기능을 한다. 설사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화와 합의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찬성, 반대 입장에 대한 상호 격렬한 비난과 대결은 줄일 수 있다. 이로써 사회갈등은 완화되고 해결의 가능성이 찾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대화는 사회갈등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사회갈등이 국민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갈등 완화 및 해결을 위해서도 사회적 대화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평화통일 문제에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평화통일, 그리고 그와 관련된 현안과 정책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적 대결과 분열을 만드는 문제 중 하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 70년 이상 지속된 이념 갈등이다. 90년대 말부터 이는 남남갈등이라는 말과 함께 표면화된 대립으로 변했고, 박근혜 탄핵 때부터는 다양한 매체와 집회를 동원한 노골적인 대결로 진화했다. 이런 대결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난 건 윤석열 탄핵 과정이 진행되던 때였다. 남북 간 이념대결은 우리 사회 이념갈등으로 진화해 심각한 사회적 대결과 분열을 만들고 이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런 이념 갈등은 거의 모든 사회 현안에 영향을 미치고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이 이념에 따라 정해지고 대결의 소재가 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있다. 이념 갈등을 완화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가 되었고 이를 위해 일반 국민들이 견해를 나누고 입장의 차이를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문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에도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 문제와 관계는 우리 사회의 정치 상황 변화와 북한의 변화는 물론 국제정세의 변화에도 민감하므로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은 물론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형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평화통일,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등의 주제는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의 독점적 영역이 되었고 일반 국민은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정권의 성향에 따라 바뀌는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과 남북대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지나치게 오랫동안 방치된 배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평화통일에 관련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단시일에 관련된 많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이념갈등을 완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회적 대화는 우리 사회의 당면한,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남북관계,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유지해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 공공기관,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하고 동시에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고 정책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권의 성향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의견과 필요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념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굳이 복잡하고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 또는 비슷한 방식을 통해 국민의 의견 개진을 보장하는 일은 참여에 기반한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할 수밖에 없다. 평화통일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권에 따라 널뛰기를 하는, 그래서 국민의 의견과 필요를 외면하고 안전까지 위협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