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사나이, 진짜 군은?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3. 00:00
2013년 4월, 텔레비전에 '이상한 놈(프로그램)'이 나타났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군대가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이다. 군대를 리얼 예능에 이용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공영방송 MBC의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는 방영을 시작한지 거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인기가 많단다. 사람들이 왜 보는지 알아보려고 몇 번이나 노력해 봤지만 난 사실 5분 이상 보기가 힘들다. 날벼락 같은 군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심지어 이미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까지), 지나치게 '특별한' 군생활을 억지로 정당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군대라는 특수 상황을 억지로 강조하면서..
-
갈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3. 31. 00:00
갈등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갈등에 직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불편함 때문에 갈등을 외면하고 때로는 갈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갈등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진로나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식과 경험에 기초한 예측을 빗나가곤 하는 갈등을 적극 수용한다는 것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영양가 없는 허언인 것처럼 들린다. 갈등이 예측불가능한 이유는 내가 제어하기 힘든 상대가 있기 때문이고 그 상대의 경험, 상식, 지식, 욕구 등이 나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 또는 사회 안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갈등 제로의 삶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삶은 ..
-
평화연구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3. 27. 00:00
어제가 천안함 사건 4주기였단다. 이날을 맞아 남한은 북한의 '유죄'를 재확인했고 북한은 다시 '무죄'를 주장했다. 아직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천안함 사건이 마치 '제 2의 한국전쟁'처럼 적대적인 남북관계의 상징이 되고 관계 개선에 치명적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전쟁과 다른 점은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가장 신선한 최근의 집단 기억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집단 기억은 흔히 '살아 있는 역사' 역할을 하며 수시로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적대 관계, 또는 갈등 관계에 처해 있는 집단들은 상대가 미울 때마다 이 '살아 있는 역사'를 들먹이며 상대의 비인간성과 비도덕성을 강조하고 증오심을 다진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
갈등과 시민, 종교단체의 역할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3. 24. 00:00
어제 오후 몇 사람과 커피를 마시며 (난 카페인 때문에 코코아를 마셨지만) 얘기를 나눈 후 집에 오면서 갈등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글을 통해 한번 더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런 '커피 한잔과 잡담'의 주요 내용은 최근 몇 년 동안 사회를 뒤흔들었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굵직한 갈등과 관련한 것이었다. 며칠 전 블로그에 쓴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은?'이라는 글과도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별히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영향력 있는 외부자로 갈등에 관여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 특별히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주제다. 여기서 말하는 시민단체는 풀뿌리 차원보다는 전국과 지역 차..
-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은?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3. 22. 00:00
지난 한 해 동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다른 사회 현안에 밀려서인지 뉴스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아도 문제는 여전히 진행중이었고 관계된 많은 사람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요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갈등과 강정마을의 힘든 시간에 대한 뉴스가 종종 다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제 갈등은 지방선거 관련 뉴스로 진화했다. 해군기지 건설 갈등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는 절대 외면할 수 없는 문제기에 예비후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문제 접근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문제가 다시 뉴스에서 언급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무엇보다 언론이 강정마을 사람들이 지난 8년 동안 겪어온 힘든 시간들을 한 줄이라도 언급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
-
러시아의 비뚤어진 욕망 - 크림반도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4. 3. 17. 00:00
작년 11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정치 불안은 크림반도에서 정점을 찍었다. 3월 16일 크림자치공화국에서 러시아 귀속을 묻는 주민투표가 치러졌다. 중간 집계 결과 95% 이상이 러시아 귀속에 찬성하고 3.5%만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선거위원회는 밝혔다. 압도적인 수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결과에 환호하고 있고 뒤에서 가장 크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러시아다. 우크라이나와 크림자치공화국의 비러시아계 주민들은 속전속결로 이뤄진 이번 투표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한 서방국가들은 주민투표 자체는 물론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년 11월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와의 관계를 끊고 친러시아로 정치 노선을 변경하자 수도 키에프에서 대규모 시민 저..
-
의료 개혁 갈등과 구조적 폭력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3. 10. 00:00
정부가 제시한 의료 개혁안을 놓고 복지부와 의사협회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의협은 전면 집단 휴진을 경고했고 그에 대한 몸풀기 격인 하루 집단 휴진을 오늘(3월 10일) 감행했다. 기사를 통해보면 평가는 엇갈린다. 전공의들까지 참여한 것에 고무된 의협은 높은 참여율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전국 동네병원의 참여율이 29.1%에 그치고 있다며 집단 휴진의 의미를 평가절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직접 영향을 받는 이익집단 중 하나가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갈등은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갈등은 마치 복지부와 의료계의 갈등인 것처럼 보인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이미 한 차례 양자 대화를 했고 둘이서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알 ..
-
평화학의 평화 접근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3. 5. 00:00
평화학 강의를 하다 보면 가끔 세상만사가 결국 다 '평화'라는 큰 주제 안에 포함되는 것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사실 평화, 그리고 평화에 도전이 되는 폭력의 문제를 언급하다 보면 한국 사회, 나아가 지구촌이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다루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다뤄온 평화 현안들만 해도 작은 공동체 내의 폭력 문화와 갈등에서부터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경제 정의, 지구촌의 빈부 격차와 기후변화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범위도 넓다. 그렇다면 평화학, 또는 평화 담론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루려는 것일까? 또는 평화는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일까? 대답은 'yes', 그리고 동시에 'no'다. 평화학, 또는 평화 담론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다룬다. 그래서 때로는 사회학, 개발학, 국제관계학..
-
모든 갈등은 대화로 해결?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2. 26. 00:00
한국사회에 갈등이 많다보니 '갈등해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갈등해결은 연구 영역으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실천과 관련해서는 갈등에 직면한 당사자들이 마주 앉아 대화, 협력, 타협, 협상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과 과정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이나 상담처럼 제3자가 결정을 내려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니고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모색한 후 합의로 갈등을 끝내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해결의 핵심은 '당사자들'이 '대화'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갈등해결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오해는 어떤 갈등이든 당사자들이 대화를 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이 갈등을 해..
-
한국에는 없는 평화학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2. 8. 00:00
평화학(Peace Studies)은 한국에는 없는 학문 분야다. 학문 분야가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대학에 학과에 개설돼 있어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의해 전공자를 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연구자 집단이 형성돼 있어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연구 결과에 대해 비판적 평가와 토론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두 가지 기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한국에는 평화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학문 분야로서 평화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에서 평화 연구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것도, 평화학 과목이 개설돼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평화학 과목은 여러 학과에서 선택 과목으로 개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평화학 전공자가 강의를 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