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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3. 31. 00:00
갈등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갈등에 직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불편함 때문에 갈등을 외면하고 때로는 갈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갈등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진로나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식과 경험에 기초한 예측을 빗나가곤 하는 갈등을 적극 수용한다는 것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영양가 없는 허언인 것처럼 들린다. 갈등이 예측불가능한 이유는 내가 제어하기 힘든 상대가 있기 때문이고 그 상대의 경험, 상식, 지식, 욕구 등이 나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 또는 사회 안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갈등 제로의 삶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삶은 없으면 서운할 것도 없는데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갈등의 연속이고, 매우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사회는 끊임없이 갈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럼 피할 수 없는 갈등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면 개인 및 사회의 혼란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없는 관계와 사회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의 다양한 필요가 모두 충족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사는 경우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실현 불가능하므로 결국 갈등은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갈등은 기본적으로 생각의 차이에서 발생하고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 갈등을 이해하고 갈등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가 자연스럽지 않을 뿐이다. 갈등을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갈등에 직면했을 때 당황하거나 공황사태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갈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할수록, 그리고 갈등을 깊이 성찰하면 할수록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을 여러 사람 및 집단과 공유할수록 나은 해결책이 나온다. 갈등에 직면하면 먼저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머리를 맑게 하고, 일정 거리를 확보한 후 문제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은 기회, 사회 변화의 동력
허무맹랑한 얘기같지만 사실 갈등은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불편함과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갈등을 만드는 이유는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때로는 개인 관계의 문제일 수도 있고 크게는 사회 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함으로써 기존의 관계와 구조를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문제 제기와 그로 인한 갈등의 발생 자체는 그러므로 관계된 개인과 사회에게 문제를 성찰하고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문제 제기와 갈등이 항상 기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되는 경우는 갈등에 직면한 사람과 사회가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공동의 문제로 삼으며, 상호 비방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다룰 때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적, 사회적 삶의 중요한 순간에 찾아온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길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갈등이 제공하는 기회를 보지 못함으로써 관계를 후퇴시키고 사회 구조의 작동을 왜곡시키는 실수를 피하는 길이다.
갈등 당사자들의 상호의존성
갈등에 직면했을 때 자신과 상대가 근본적으로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음을 이해하면 갈등을 대면하고 해결을 모색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자신과 대립 관계에 있는 상대와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존심이나 비위가 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과 상대는 같은 갈등에 직면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난하고 증오하는 상대와 대화하고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고는 갈등은 중단되거나 봉합될 수는 있지만 절대 해결되지는 않는다. 갈등에 직면했을 때 상호의존성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은 갈등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를 키우는 일이 된다. 상호의존성의 이해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자신처럼 상대도 갈등으로 인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갈등이 가져온 불편함, 두려움, 긴장감, 관계의 단절, 삶의 질 저하 등은 어느 한 당사자만의 일은 아니다.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 갈등이 야기한 상황과 다른 당사자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면 갈등이 결국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갈등을 가장 잘 아는 것이 당사자들이고, 가장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 당사자들이며, 다른 사람들의 관심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결국 당사자들이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단계적 해결이 최선
갈등에 직면한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것, 그러니까 '입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을 말한다. 그리고 입장은 보통 갈등을 야기한 근본원인에 닿아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입장은 서로 정면 충돌하기 때문에 절대 동시에 이뤄질 수는 없다. 월급의 인상과 동결, 또는 댐의 건설과 반대의 주장은 함께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다. 당사자들도 이 점을 알고 있지만 입장이 갈등 전개의 동력이 되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들은 흔히 제3의 해결책을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갈등이 진행될수록 당사자들의 상반된 주장은 더 견고해지고 대화를 통해 제3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은 점점 적어진다는 것이다. 각 당사자는 다른 당사자들과 함께 제3의 해결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각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데이터를 찾고 조건을 만드는데 더 주력한다. 물론 갈등이 잘못된 관계와 구조에서 비롯됐다면 그것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장은 타당하고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다른 편이 잘못된 관계와 구조를 최후까지 방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궁극적 목표보다 단계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부당한 관계나 비뚤어진 사회 구조의 문제는 단기간에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단계적 해결책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실제로 많은 갈등이 첫째로 현안을 해결하고, 둘째로 근본원인을 다룰 논의 구조를 만들고, 셋째로 장기적 해결책을 논의하는 단계적 해결을 택한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동시에 갈등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편 가르기 압력의 극복
갈등이 발생하면 주변인들이 겪는 가장 힘든 상황은 어느 한 편을 들라는 무언의 압력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들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개인 갈등이든 사회 갈등이든 자기 주변의 갈등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비록 직접 관련된 당사자는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주변인의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꼭 어느 한 편을 들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갈등의 주변에 서게 되면 흔히 한 편을 선택하고 그것이 오히려 불편함을 피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이 특정 당사자의 주장에 동의하고 지지할 필요를 느낀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사회적 압력 때문에 한 편을 선택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흔히 갈등은 편 가르기가 진행되면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과 사회가 갈등에 직면했을 때는 오히려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태도로 갈등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가 됐을 때 어느 편으로부터도 거부당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들은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고, 모든 당사자들의 주장을 이해하며, 누구의 편도 들지 않지만 모두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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