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와 갈등해결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5. 31. 00:00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사전투표까지 포함해 3일 동안 치러지게 됐다. 사전투표 제도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서다. 지방선거는 가장 투표율이 낮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4.5%, 2006년엔 51.6% 였다. 대통령선거가 투표율이 가장 높지만 그것도 80%를 넘지는 않는다. 지난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75.8%에 불과했다. 참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이다. 자신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정치인을 뽑는 일에는 관심이 적으니 말이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쏟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알아서 양심적으로 일을 잘 한다면 물론 투표율이 낮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낮고 정치 및 정치인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시시때때 드러나고 있음에도 투표율은 낮다는 것이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제도다. 그래서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거나 내전 후 사회 재건 과정에서 제일 먼저 이뤄지는 것이 민주적 선거고 이것은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이 된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전 과정을 지원하고 감시한다. 얼마나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선거가 치러지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두 가지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정치라는 것이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아서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 역시 사적, 공적 이해관계와 욕망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적절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때로는 응징까지 하기 위한 방법이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그런데 여기에 선거제도의 한계가 있다. 결국 국민들은 선거 당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정치 및 정치인에게 다음 선거 때까지 여전히 권한과 결정권을 부여해야 하고, 맘에 안들고 화병까지 생겨도 꾹꾹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해결, 그중에서도 공공정책 및 공공기관과 관련된 갈등을 다루는 공공갈등해결은 낮은 투표율과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갈등해결의 원칙은 갈등의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제3자가 그들의 대화와 협상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정이 격해진 당사자들이 스스로 대화와 협상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는 민주주의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참여'의 완성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치인과 행정기관의 이해와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앞선 선진국들이 당사자들의 직접 문제해결인 갈등해결을 선택하고 장려하는 이유는, 그리고 때로는 법적 토대까지 마련해 놓은 이유는 선거에만 의존할 때 생기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논리를 가장 합리화시키는 것은 갈등을 만든 현안이 선거 당시에는 현안이 아니었고, 설상가상으로 낮은 투표율 때문에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과 그들에 의해 운영되는 행정기관에 완전한 결정권을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인과 행정기관에 의한 정책 결정과 실행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거에 의해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때로 비공식적인 절차지만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권장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식이기 때문이다. 갈등에 직면한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가장 실행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고 그래야만 정책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비록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래야만 참여를 근간으로 한, 그렇지만 참여가 실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질 높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해결 방식인 갈등해결은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선거와 선거 사이 생긴 현안을 다루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 중 하나이고, 무엇보다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방식인 것이다.
그렇지만 정책 및 공공기관과 관련된 갈등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해결하는 방식은 정치인들과 공공기관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절차를 진행하기가 힘들거나 제대로 된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정책 관련 갈등을 당사자들이 참여해 해결해보자는 시도는 참여정부 때부터, 그러니까 10여년 전부터 연구되고 조금씩 시도돼 왔다. 그렇지만 정권, 정치인, 행정기관들이 적극적이지 않아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연구는 되고 있지만 제대로 시도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책과 관련된 갈등이 많아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만일 지난 10년 동안 적극적으로 시도가 됐다면 현재 진행 중인 많은 갈등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고통도 덜어졌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시민 참여를 가치와 철학으로 삼는 정치인을 뽑지 않으면 많은 선진국들이 시도하고 있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어떤 문제해결 방식도 시도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선거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계가 있어도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거제도이고 그것의 실효성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부여할 수밖에 없다.
'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화를 한다는 것 (0) 2014.08.27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소통 (0) 2014.08.13 가족 갈등, 막장 드라마의 힘? (0) 2014.04.12 갈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0) 2014.03.31 갈등과 시민, 종교단체의 역할 (0) 201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