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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정치, 힘의 예산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1. 20. 00:00
'힘'은 이런저런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하는 단어다. 평화갈등연구에서 힘은 아주 민감한 단어고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힘이 폭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의 폭력은 힘의 차이를 악용한데서서 비롯된다. 힘은 평화적 문제해결을 방해하곤 한다. 힘 있는 사람은 대화보다는 억압과 강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려 한다.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잘 문제를 해결하면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힘을 경계해야 하고 힘의 악용을 막아야 한다. 힘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 정치권이다. 국회의원은 힘이 있어야 당선이 되고, 권력을 잡으며, 잡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힘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밀고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힘의 근원은 어디인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힘의 근원은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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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논란, 왜 또 그래?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1. 12. 00:00
무상 급식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몇 년 전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논란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상황은 몇 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무상급식 문제는 '밥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가 됐고, 정치인들과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선명히 하고 줄서기를 하는데 이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천명한 도지사를 따라 18개 지자체의 시장, 군수가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중단했다. 경남교육청은 당장 자체 예산만으로 무상급식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중앙 정부와 '파란 집'도 자신의 공약인 보육 지원과 무상급식 문제가 충돌하자 법적 근거까지 들이대며 보육 지원이 우선이라고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말은 예산이 부족해서라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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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자살과 국방비 증가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1. 4. 00:00
아직은 젊은 60대 노인의 자살. 살뜰하게 챙겨서 남겨둔 공과금과 자신의 장례 비용, 그리고 수고할 사람들의 국밥값. 너무나 잘 준비된 가난으로 인한 자살이 다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아이들까지 동반한 가족 자살도 심심찮게 일어나니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때로는 가족과 어린 자식의 목숨까지 빼앗는 자살을 원칙적으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얼마나 힘들면 자살을 택했을까 하는 생각에 닿게되면 이성적 판단이나 가치의 토대는 원칙을 주장할만큼 힘을 가지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쌩얼'이다. 가난해서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는 사회. 선도적 개도국, 그리고 때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의 화려한 경제 규모나 수치를 생각해보면 아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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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맘은 있고?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27. 00:00
난 군사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3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합의된 전시작전통제권, 일명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절차상의 문제, 군사력 평가 차이, 대선 공약 불이행,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비전 부재 등의 현안과 관련해 볼 때 정부의 이번 결정에서는 논리적 타당성을 찾을 수 없다. 정부 정책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처럼 군사전문가가 아닌 국민들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난 이해는커녕 증명할 수 없고 쬐끔 비합리적인 것 같지만 두 가지 점에 있어 의심까지 든다. 하나는 정부 당국자들과 군 수뇌부가 대부분 친미 성향의 사람들로 미국을 정말 '수호천사'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정권에서 결정한 것을 어떻게해서든 무효화하려는 시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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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전 투표, 갈등은 커간다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10. 20. 00:00
삼척 원전 유치 주민 투표 결과가 나온지 일주일 이상이 지났다. 지금까지 정부는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관련부처인 산업부는 국감장에서 "주민 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삼척 원전은 "적법한 절차로 결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책과 관련된 갈등 사안에 대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형적이고 흔히 볼 수 있는 대응 태도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갈등이 저절로 사그라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자신들이 대응하면 오히려 벌집 쑤시는 꼴이 될 수 있고, 그러면 일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거나 초반에 쐐기를 박아두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이 에너지를 소진한 후 제풀에 나가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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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삐라, 시민단체의 자유?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11. 00:00
이건 완전히 '헉...'이다. 그동안 대북 삐라에 대해 응징하겠다던 북한의 말이 거의 실제가 됐다. '거의'라는 말은 북한이 삐라를 실은 풍선에 총격을 가한 것이지 남쪽에 대해 공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북 삐라에 대해 처음 총격을 가한 것은 삐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향후에도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 같아 훈훈하던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완전 살얼음판이 됐다. 대북 삐라에 대한 북한의 무력 대응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한번씩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말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고 쉽게 지나치긴 힘든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은 세 가지다. 하나는 한 발이 됐든, 열 발이 됐든 실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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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내민 손, 남한의 주춤하는 손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7. 00:00
지난 토요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있던 날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 3명이 깜짝쇼라도 하듯 전격 남한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 연락하고 다음 날 남한으로 날라온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핑계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이지만 그것만이 방문 목적이 아니라는 것쯤은 남북관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알만한 일이다. 우리 정부도 그런 속내를 알고도 남는다는듯 청와대부터 통일부까지 남북관계 담당자들이 줄줄이 나서서 그들을 맞았다. 덕담을 주고받고 향후 고위급 접촉 재개에도 합의했다. 오랫만에 남북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그런데 구체적인 조건을 언급하면서 다시 분위기는 가라앉고 있다. 아직 기대를 접기에는 이르지만 역시 불안하다. 1990년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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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진짜 여자?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1. 00:00
국군의 날이다. 관심없는 날이지만 뉴스에서 꼭 다뤄주니 알 수밖에 없다. 올해 국군의 날은 계룡대에서 기념식만 한 모양이다. 작년 서울 한복판에서 거창하게 군인들은 물론 중화기까지 동원해 퍼레이드를 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조용한 행사다. 21세기에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나라의 한복판에서 중화기까지 등장시킨 퍼레이드는 참 난감한 모습이었다. 국군의 존재가 국방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지만 겉으로라도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지향해야 할 민주국가이자 국제사회에서 제법 위상이 높아진 나라가 무기를 내세워 힘을 자랑하는 모습은 참 천박해 보였다. 그리고 그 힘 자랑이 특별히 북한을 겨냥하고 있음이 분명해서 더 씁쓸했다. 물론 올해 행사를 축소한 것은 군이 그런 성찰을 했기 때문은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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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이슬람, 증오와 복수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4. 9. 26. 00:00
이번에는 프랑스인 참수다. 미국인 기자 2명,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 1명에 이은 것이다. 참수된 프랑스인은 그냥 평범한 민간인이었다. 알제리에서 여행을 하다 무장단체에 잡힌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를 참수한 것은 IS가 아니라 최근 IS에 충성을 맹세한 '준드 알 칼리파'라는 알제리 무장단체였다. 이 단체는 얼마 전까지는 알 카에다에 소속된 단체였다. IS에 대한 프랑스의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참수를 단행했지만 이들의 본래 목적은 다른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IS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민간인을 그것도 잡힌지 나흘만에 참수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의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이른바 '대세'가 된 IS를 추종하고 충성심 경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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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완료, 갈등 끝?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4. 9. 24. 00:00
경남 밀양 5개 면의 송전탑 69기의 조립이 완료됐다. 한전은 11월 말까지 송전탑과 송전탑 사이에 전력선을 연결하는 공사를 끝내고 12월 초엔 신고리원전 1, 2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시험 송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보다 4년 늦게 완료된 것이다. 한전으로서는 안도의 숨을 내쉴만 하다. 송전탑 건설이 끝났으니 한전은 수년 동안 전국을 뒤흔들었던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도 이제 끝났다고 기대할 것이다. 아직은 주민들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건설된 송전탑을 뽑아버릴 수는 없을테니 결국 갈등은 이제 일단락 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대부분의 갈등은 다섯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첫 단계는 단계로 아직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당사자들 사이의 대립도 본격적으로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