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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삐라, 시민단체의 자유?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11. 00:00
이건 완전히 '헉...'이다. 그동안 대북 삐라에 대해 응징하겠다던 북한의 말이 거의 실제가 됐다. '거의'라는 말은 북한이 삐라를 실은 풍선에 총격을 가한 것이지 남쪽에 대해 공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북 삐라에 대해 처음 총격을 가한 것은 삐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향후에도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 같아 훈훈하던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완전 살얼음판이 됐다.
대북 삐라에 대한 북한의 무력 대응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한번씩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말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고 쉽게 지나치긴 힘든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은 세 가지다. 하나는 한 발이 됐든, 열 발이 됐든 실제 총격이 가해짐으로써 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전혀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을 하면서 소위 '시민단체'라고 우기는 보수단체들의 문제다.
먼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이다. 대북 삐라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돼왔고 북한의 경고도 수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주 안이하게 대응했다. 사실은 안이한 대응이 아니라 정부가 차마 노골적으로 하지 못하는 일을 민간단체들이 대신 해주니 너무 편안한 마음으로 외면한 것에 가깝다. 사실 북한이 대북 삐라에 대해 노골적으로 화를 내고 위협을 해온 이유도 대북 삐라가 단순히 민간의 행동이 아니라 정부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 정부가 심심하면 북한 정권 몰락에 대한 희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니 북한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민간단체의 행동이라 강제로 제재할 수 없단 정부의 말도 사실은 핑계에 가깝다. 대북 삐라로 인해 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민주주의 정부에서는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긴장 국면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방부가 작년에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을 막았던 선례가 있기도 하다. 결국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북한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대북 삐라를 남한 정부가 못 막는 것이 아니라 안 막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개선하려면 대북 삐라는 막아야 한다. 노골적으로 자기 체제의 정당성을 부인하고 비난하는 삐라가 넘어오는 것을 묵과할 정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남한이라면 그런 일을 두고 보겠는가. 대화를 해야 한다면 우선적으로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 정부가 그런 기본이 있는지도 가끔은 헷갈리지만 말이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대북 삐라를 보내는 단체들의 문제다. 이 보수단체들은 자신들을 '시민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도 그들을 시민단체로 규정하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사실 맘에 안드는 단체들은 감시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구미에 맞는 단체는 남북 관계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해도 눈 감아준다는 것이 전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들이 자신을 시민단체라 부르는데 정말 시민단체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시민단체로 인정을 받으려면 가장 중요하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과 행동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의 이익,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삐라 살포 단체들은 첫번째 것은 대체로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백 퍼센트 자발적인지 정치적 배경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이익, 또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즉 전체 시민들의 이익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좁게 해석하자면 전체 시민들에게 직접 이익이 되지는 못해도 시민들의 이익을 해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북 삐라는 직접적으로 다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해 왔다. 그리고 급기야 이제는 실제 총격까지 불러왔다. 다른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하는 활동은 절대 시민단체의 활동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보면 대다수의 보수단체들이 그런 책임성이나 시민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시민단체의 책임성을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그런 기준에 의해 시민단체와 그들의 활동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의 안전을 해치면서 활동할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어떤 시민단체도 누릴 수 없는 자유다. 그런 자유는 없다. 흔히 그런 자유는 도가 지나치면 범죄 행위로 판단되어진다. 결국 삐라 살포 단체들은 위험하게 도를 넘어선 자유를 요구하기 위해 '시민단체'라는 포장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는 그 포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다른 것이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정치 이념 및 대북 정책과 다르지 않으니 봐주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억울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밖으로 드러난 일이 그렇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 문제도 정부에게 책임이 돌아가게 된다.
물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통선에 가까운 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이다.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그곳 사람들은 사실 북한의 위협적 말만 있어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달렸는데 왜 안그렇겠는가. 게다가 지난 수년간 남북관계를 다 말아먹은 정권들 때문에 계속 위협에 시달려 왔고 북한의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말이다. 또 결국 그것이 이제는 현실이 돼 대피까지 해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이면 시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정부와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보수단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결국 대북 삐라와 북한 총격 문제의 핵심은 주민들의 안전 문제다. 안전 문제를 최우선 문제로 놓으면 보수시민단체들의 자유니, 제재할 법이 없다느니 하는 핑계를 들이댈 수는 없다. 민주주의 정권의 정당성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서 얻어지고, 그것이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뭐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모순이긴 하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이런 주장을 구구절절 써내려갈 필요도 없고,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쇠귀에 경읽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도 나는 금쪽 같은 시간 내서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고 있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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