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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분노, '미개한' 분노?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5. 26. 00:00
세월호 침몰 사고 후 한 달하고도 10일이 지났지만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내내 사회 중심 이슈가 되고 여론이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딴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지금까지 가장 최악이었던 것은 참담한 심정인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제대로 후벼판 한 청년의 '미개' 운운 발언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누군가 그 말을 재탕한 일이 알려졌다. 그 주인공이 '철 없는' 젊은이가 아니라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목사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더 충격을 받았다. 그 목사의 말도 4월 말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처가 아직 생생한 사망자 및 실종자 가족들과 다수 국민들의 가슴을 다시 후벼판 것은 마찬가지다. 재탕 사건까지 접하고보니 절박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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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대한민국?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5. 20. 00:00
'의리'가 최신 유행어로 떠오랐다. 한 달쯤 전 대학 캠퍼스에 붙은 '의리하면 총학생회...' 뭐 대충 이런 문구를 보고 '헐....내가 한글을 잘못 읽었나...'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의리가 최신 유행어로 등극한 사실을 몰랐었다. 그저 '남성성을 강조하는 구시대적 단어가 왜 갑자기 대학에...'라는 의문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지나쳤다. 그후 의리에 관한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고, 줄기차게 '의리'를 내세워온 한 연예인이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리가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울타리를 벗어나서 유행을 업고 21세기 현재의 상황에 맞춰 거의 재정립될 태세라는 것도 알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총체적 난국 상황을 타개할 열쇠어 중 하나로 '의리'가 포장되기도 한다는 것도 알았다. 국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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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여학생들 납치, 이슬람 신앙이 문제?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4. 5. 15. 00:00
나이지리아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300명 가까운 여학생들을 납치한지 한 달이 넘었다. 몇 명은 탈출을 했지만 아직도 276명의 여학생들이 실종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이들을 구출하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누구도 뾰족한 방안을 못찾고 있는 상태다. 잔인무도 안하무인의 무장집단이 이미 여학생들을 나누어 주변국들에 팔아 돈을 챙겼을 가능성도 높다. 법보다 불법이 성행하는 불안한 국가들이 많은 지역이라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지 않고 다같이 억류돼 있더라도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대량 학살을 야기할 수도 있다. 보코하람이 워낙 강경한 태도로 협상 거부를 천명하고 있어서 협상을 시도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군사적 선택도 협상 시도도 실효성 있는 방법이 못 되고 있다. 실종학생 부모들은 가슴만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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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뉴스, 지상파의 뉴스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5. 12. 00:00
세월호 침몰이 있은 이후 사람들의 눈은 일제히 뉴스로 향했다. 모두가 현장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뉴스는 유일하게 현장과 현장 밖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됐다. 그로부터 시작된 뉴스의 홍수 속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손석희의 뉴스'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는 종편 채널 JTBC의 'NEWS 9'이지만 사실 그 뉴스는 JTBC의 뉴스라기보다 '손석희의 뉴스'에 가깝다. 그가 지휘하고 만들어 방송하는 뉴스기도 하고 그가 보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게된 뉴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과 진행에 있어서도 앵커의 이름값은 하고 있다. '손석희의 뉴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그의 뉴스가 종편 채널의 뉴스라는 태생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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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5. 9. 00:00
세월호 침몰 사고 수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드러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청해진 해운, 유병언 및 측근들, 그리고 구원파 교회의 얽히고설킨 사업 비리고 다른 하나는 청해진 해운,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해경의 유착관계다. 그중 나를 가장 어지럽고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유병언 및 측근들의 사업 방식이다. 물론 국민의 해상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고 있는 해경의 부패와 청해진 해운,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의 비리는 분노를 부른다. 그렇지만 그런 부패와 비리는 씁쓸하게도 워낙 많이 접해서인지 욕이 나올지언정 허탈함은 없다. 그렇지만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부를 축적한 유병언 집단에게 우리 사회 전체가 조롱과 기만을 당했다는 점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막힌 일이다. 그러니 다판다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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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와 공공성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5. 3. 00:00
세월호 사고와 구조의 진실은 얼마나 더 파야 끝이 보일까. 사고 후 20일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매일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되고 있다.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는데는 많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최종적으로 배가 인양돼야 지금까지 추정한 원인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왜 승무원들이 그 많은 승객들을 두고 자기들만 탈출했는지, 왜 구조는 빨리 이뤄지지 않았는지, 왜 최초 탈출자 174명 외에 구조된 사람이 한 명도 없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시원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루 하루 새로운 의문만 더해지고 있다. 그래도 현재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결론은 청해진 해운, 해경, 해수부, 정부 등 관련된 주체들의 부도덕성, 부패, 직무 유기 등 온갖 문제가 얽혀 최악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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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의 교회, 한국의 교회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30. 00:00
세월호 사고가 어디까지 닿아있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뿌리를 파헤칠수록 연결된 다른 뿌리를 발견하게 되는 형국이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 해운, 그리고 유병언라는 속을 알 수 없는 희대의 사기꾼 및 그 가족, 그리고 '구원파'라고 불리는 교회의 밀접한 관계다. 물론 여기서는 돈이 오가는 사업상의 관계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세월호 사고의 근본원인 중 하나는 분명 구원파라는 교회의 비정상적인 신앙 생활과 그것을 이용한 유병언라는 실권자의 악행이다. 온갖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거짓과 착취로 재산을 축적한 그의 악행에 토대를 제공해준 것이 '교회'라는 점은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특별히 경악스럽고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런 소름 끼치는 사실은 한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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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지 않기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26. 00:00
뉴스를 보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총천연색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었던 적이 없었다. 가슴을 턱 막히게 하는 슬픔과 눈물, 한숨, 분노, 답답함, 철렁함, 욕 등이 뒤섞인다. 다른 때였다면 거의 정신이 가출한 미친 수준의 반응이라고 할만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게 정상이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뉴스를 보며 같은 감정과 자기 반응을 경험하고 있으리라. 이런 뒤섞인 감정 중에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것은 깊은 절망감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옅어질 감정들도 있지만 절망감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절망감은 세월호 사고가 단순히 몇 사람의 실수나 순간의 잘못으로 인한 단순한 사고가 아닌 것을 알고부터, 그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리라 믿었던 구조 작업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면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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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아동 학살 수준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22. 00:00
결국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된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모두의 간절한 염원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악몽에 시달리고 매일 눈물을 달고 살며 우울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눈물도 조금씩 말라가고 가슴은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 사고 직후 탈출자 외에는 한 명도 구조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믿기지 않는다. 생존자 비율 36%, 선내 구조자 비율 0%. 이 기막힌 숫자는 우리가 그토록 외쳐대고 그래도 믿고 싶어한 '대한민국'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사실 깊이랄 것도 없다. 밑바닥이 바로 한치 발 밑이니 말이다. 이번 일로 대한민국의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 및 관련 공공기관의 행정 체계와 생각의 깊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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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학생들, 폭력 구조의 말단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19. 00:00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하루 아침에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라졌다. 여전히 실종 중인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 살아남아 우리 곁으로 돌아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만 늘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실종자 중에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안타깝고 화나는 것은 그 아이들이 적절한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승객 중에 가장 많은 인원이 학생들이었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성인 승객들에 비해 학생 실종자 수가 월등히 많은 것이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런 일이 일어나면 매번 뒷북치는 일을 하게 되지만 그런 상투적인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 많은 희생을 단순한 사고로 생각해 버릴 수 있다. 그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