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갈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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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정치인가?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7. 1. 16. 11:17
정치와 평화, 그리고 피스빌딩정치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우리가 생생히 기억하는 세월 속에서는 말이다. 정치적 혐오, 냉소, 무관심 등으로 무장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정치가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나서야 결국 정치가 변화될 수 있다는 '진리'를 처절하게 몸으로 익히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의 관심은 정치에 얼마나 평화적 과정과 내용이 반영되고 현실화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정치와 따뜻한 것 같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평화를 함께 고려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와 평화의 렌즈를 겹쳐서 세상을 분석하고 바라보는 시도 자체를 무모한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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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비폭력저항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2. 29. 10:16
비폭력저항의 효율성지난 10월 29일부터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비폭력저항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거의 두 달 동안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촛불집회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비폭력저항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전 국민을 뒷목 잡게 만든 국정농단 사건과 무능하고 다른 한편 악의적이고 치밀했던 대통령 비리를 규탄하기 위해 시작된 촛불집회가 이렇게 크게 번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더욱이 그것이 성공적 비폭력저항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긴 힘들었다. 이제 촛불집회는 시작 때 설정했던 '대통령 퇴진' 목표 달성을 거의 눈앞에 두고 있다. 촛불을 든 사람들 하나 하나의 요구가 집회에서 결집되고 그것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거의 작동을 멈췄던 시민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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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연재 5 민주주의의 보완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12. 16. 13:55
대의민주주의와 공공갈등 대부분의 민주주의 사회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가 커지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시민의 참여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 있을 때 여론조사로 전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거나 특정 정책이나 사업에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을 사전 청취하는 것 등이 모두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다가가 보려는 노력이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은 아주 제한적이고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경우는 공공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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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돈 많은 게 죄?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2. 8. 12:04
다이아몬드 수저의 굴욕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 한다는 재벌 총수 9명이 청문회에 참석했다. 그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제 손으로 방문증도 받아가며 국회에 입성했고 다른 자리에서 만났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평범한 국회의원들 앞에 죄인처럼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날카롭고 때로는 모욕적인 질문에 답해야 했다. 28년 만에 재벌들이 불려 나온 청문회였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즉 그들의 회사와 부는 물려받은 것이란 얘기다. '재벌'이란 용어는 이미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사전에서는 'chaebol'이란 단어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giant family concern', 즉 '거대가족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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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민주시민을 거부하다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2. 1. 11:26
설교, 종교교육과 세뇌 사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한 기사였다. "대통령을 두둔하는 목사님의 발언이 도가 지나치다"는 강남에 있는 한 대형교회 교인의 제보와 하소연을 실은 기사였다. 제보자는 대통령을 만나고 온 김 모 목사가 있는 교회를 다니는데 김 목사가 교인들에게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칠 수 있게 통성기도를 시키고", 목사가 "이 정도면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잘한 것이다"라고 얘기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한 김 목사가 교인들에게 촛불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교인들끼리 촛불집회에 갔다가 마주치면 슬슬 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교인은 목사가 교인들에게 "중립"을 지키라고 하면서 자기는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옹호하는 말을 한다고 꼬집었단다. 오죽하면 언론사(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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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 연재 4 공공기관 vs. 시민 힘의 차이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11. 28. 15:38
공공기관의 힘공공정책이나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공갈등의 중심 당사자는 해당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공공기관(공기업 포함)들이다. 이들은 보통 다른 당사자들, 그러니까 해당 정책이나 사업에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이나 이익집단보다 한층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힘의 핵심적인 원천은 합법성과 결정권이다. 공공기관은 모두 법적으로 '하자'없는 절차에 따라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고 어떤 문제 제기나 저항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정책이나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누구도 그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갈등은 발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기관이 합법성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의 정당한 행사 여부에 대한 평가는 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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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최소한의 정의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1. 17. 10:00
문제는 정의다!몇 년 전 정의에 대한 사회 담론이 유행했었다. 그 유행은 유감스럽게도 한 미국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촉발됐다. 경제정의, 사회정의 등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사회운동 영역에서 얘기됐던 정의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결국 미국산 담론을 통해 우리사회에 확산된 것이 다소 유감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두 가지가 확인됐다. 하나는 사람들이 '정의'에 전혀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크다는 것이었다.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크고 일상에서 직면하는 부정의로 인해 시시때때로 절망을 경험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비록 각자가 원하는 구체적인 정의는 다를지라도 정의로운 사회가 곧 상식적인 사회라는 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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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는?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1. 11. 16:45
'일곱 세대' & '200년의 현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요즘처럼 이런 질문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이전에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절실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찌보면 너무 추상적이서 밥 먹고 할 일 없이 뒹글거리거나, 우아한 커피숍에서 쓴 커피 마시며 싸구려 감상에 젖어 있는 한량이 내뱉을 사치스런 질문 같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질문을 가슴에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불안하고 조심스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야 할까? 이 질문과 관련해 며칠 전 평화학강의를 마치면서 참여자들과 나눴던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일곱 세대(seven generations)'를 생각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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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 연재 3 가치의 충돌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11. 7. 14:38
가치는 접어둬?공공갈등의 당사자들은 크게 두 개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이다. 시민 그룹에는 갈등을 야기한 정책, 사업, 시설 건설 등에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들과 그것에 의견을 제시하고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포함된다. 두 개 그룹 사이에는 큰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추구하는 이익도 다르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행동의 기반이 되는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공갈등과 가치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이해가 존재한다. 하나는 가치는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되도록 공공갈등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는 시민단체나 풀뿌리 사회운동 단체에 해당되는 얘기고 지역주민과 공공기관 및 공기업은 가치와는 상관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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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구조의 변화로?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0. 31. 12:04
나라 꼴이 우습다희대의 정치 사기극을 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복잡하다. 분노, 실망감, 자괴감, 절망감, 심란함 등이 모두 섞여 있다. 그중 가장 대세가 분노인 것 같다. '이게 나라냐'가 손 팻말의 문구로 등장했고 뉴스의 댓글에는 나라 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주말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체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간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보며 응원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역시 분노가 있다. 그 분노가 향하는 곳의 첫 번째는 물론 대통령이과 최순실이고, 두 번째는 적극 공모하고 협력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정치권 전부다. 물론 그 중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그렇다고 야당에 대한 분노가 없는 것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