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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연재 5 민주주의의 보완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12. 16. 13:55
대의민주주의와 공공갈등
대부분의 민주주의 사회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가 커지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시민의 참여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 있을 때 여론조사로 전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거나 특정 정책이나 사업에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을 사전 청취하는 것 등이 모두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다가가 보려는 노력이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은 아주 제한적이고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경우는 공공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하는, 즉 공공갈등이 생기는 경우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공공정책이나 사업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 즉 대통령이 수반인 정부나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에서 결정했다는 이유로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선거 당시 언급되지도 않았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정책이나 사업까지 자동으로 승인할 수는 없으므로 문제 제기와 저항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어디까지 대의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승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한계는 그것이 정말 시민의 문제 제기를 거부할 정도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정당성을 가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문제는 투표율과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높았던 대선 투표율이 75.8%었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1-58% 사이였다. 거기다 항상 가장 많이 득표를 한 사람이 당선되기 때문에 때로는 전체 유권자 20-30%의 지지로 당선되는 경우도 많다. 법에 따라 당선된 자들에게는 정책과 사업 결정권이 주어지지만 민주주의 정신에서 보면 그렇게 당선된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운영되는 대의민주주의가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 묻게 된다. 시민들은 그런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결정을 무작정 지지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되고 이것은 공공 정책과 사업에 대한 신뢰의 문제, 그리고 참여의 문제로 이어진다. 즉 시민이 참여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접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시민 참여, 그리고 경우에 따라 당사자 참여에 의한 정책 및 사업 결정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실행
대부분의 공공갈등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절대적인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생긴다. 거기에 관료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신뢰가 결합돼 있다. 즉 정책이나 사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제도와 체계가 절대적으로 공공의 이익만을 고려하며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등이 결정을 하면 그것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비교적 작은 불편함이나 손실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히 특정 정책이나 사업에 영향을 받는 시민 당사자들은 그런 생각에 반발한다. 시민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의견을 내고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또한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과 접근의 차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공공갈등이 된다.
당사자들의 대화와 합의로 공공 정책과 사업에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는 공공갈등해결이 처음 시작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대중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미국사회의 경우 처음 시작 때부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제로서의 의미가 강조됐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 결정을 내리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그로 인한 다수의 공공갈등과 소송이 발생했다. 그런 일련의 풍파를 겪은 후 미국사회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공공정책 및 사업에 적용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식이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와 합의로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것, 즉 공공갈등해결 기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모든 정책이나 사업이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화 합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공공갈등을 예방하거나 줄이고 잘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공공갈등해결은 단순히 공공갈등을 적절한 수위에서 관리하거나 위기에 도달한 공공갈등을 종료시키는 소극적인 접근 방식이나 기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 및 공공기관, 그리고 시민 사이 이해의 간극을 조율하고 협력과 이해를 높이며 결과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 내지 약점을 극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제다. 궁극적으로는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함으로서 민주주의를 완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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