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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 연재 7 공동체 파괴는 어쩌나..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7. 3. 29. 10:53
공공갈등의 공동체 영향
공공갈등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갈등 당사자가 주로 집단이라는 것이다. 각종 국책사업은 물론 지역개발, 입지선정, 시설이전, 시설건설 등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공공갈등으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갈등을 겪는 핵심 당사자는 지역공동체나 마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공공갈등의 영향 범위가 넓고 때로 가늠할 수 없을만큼 파급력이 클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우선 영향을 받는 사람의 숫자만 봐도 해당 지역이나 마을의 전체 주민이 직접 영향에 노출된다. 그 영향은 현재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진다. 물리적 영향의 범위 또한 개인의 주거와 작업 공간을 넘어 전체 마을이나 지역까지 포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갈등이 지역이나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개인 및 공동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다. 갈등은 발생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사람들의 일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별히 힘의 대결이 장기화되면서 파괴적 양상으로 치닫곤 하는 공공갈등은 개인과 집단의 삶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급기야 삶이 송두리채 망가지는 상황까지 야기되곤 한다.
공공갈등의 영향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갈등의 직접당사자인 지역사회나 마을이 더 이상 공동체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별히 접촉면이 넓고 관계가 밀착돼 있는 마을 내 주민들 사이 관계 파괴와 그로 인해 결국 마을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깨져 버리는 상황은 가장 치명적이다.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겪은 대형 공공갈등이 대부분 이런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갈등 현안이 일단락된 후에도 사람들은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곤 했다.
공동체 파괴의 결과가 야기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는 정책이나 사업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지역이나 마을 주민들에게는 결정을 뒤집을 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이나 마을 내에서는 조기에 편이 갈린다. 한 쪽은 저항하자는 주장을 하고 다른 쪽은 저항해봤자 소용없으니 빨리 받아들이고 보상금이나 잘 받자는 주장을 한다. 물론 애초 보상금이나 특별지원금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갈라져 싸우다 결국 등을 돌리고 원수가 된다. 오랜 친구나 형제.자매 사이에도 예외는 없다. 둘째는 대화나 타협이 아니라 여전히 힘으로 정책이나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문제다. 주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고 저항하더라도 최대한 법적으로 하자 없으니 잡음만 제거하면서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우호적인 주민들과 연대해 잡음이나 저항을 축소시키거나 무마시키는데 힘을 쏟는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내부의 분열을 더 악화시킨다. 셋째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금이나 특별지원금으로 갈등을 일단락시키는 시도다. 사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국책사업이나 시설 입지 얘기가 나오면 많은 주민들도 제일 먼저 보상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때로 지나친 보상금을 요구하는 일도 생긴다. 일단 보상금 얘기가 나오고 그것이 결정되면 마을 내에서는 분배와 사용을 둘러싸고 새로운 갈등이 생긴다.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거나 힘 있는 몇 명이 분배와 사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보상금이나 특별지원금을 주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이 과정까지는 책임지지 않고 전체를 주민들에게 맡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공공사업의 종결로 공공갈등이 일단락된 후에 마을 내에서는 새로운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은 때로 격렬하게 전개된다. 결국 주민들은 공동체가 완전히 박살나고 개인들도 서로 원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공갈등으로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에 대한 관심의 부재다. 이 문제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갈등 관련 대응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지역이나 마을과 연대해 저항하는 시민단체들도 갈등 전개나 저항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두 갈등 자체에만 관심이 있고 그 이후 주민들이 겪어야 할 지옥 같은 일상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예방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실 갈등에 매몰돼 있는 주민들도 그점에는 관심을 쏟지 못하다가 눈앞의 현실로 마주하게 되곤 한다.
공공체 파괴와 회복의 책임은 누가....
공공갈등으로 인해 마을 내부에서 또 다른 갈등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주민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결국 마을공동체가 전체가 파괴되는 것은 공공갈등을 논의할 때 가장 진지하고 비판적으로 언급돼야 할 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금까지 공공갈등과 관련한 논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갈등의 주요 당사자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물론 때로 지역사회와 마을조차도 마을 안에서 생기는 문제와 공동체 파괴는 해당 공공갈등과는 직접 상관 없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미 사업은 완료되고 그를 둘러싼 공공갈등도 일단락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주민들의 관계와 공동체 파괴를 다뤄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 공공갈등이 없었다면, 또는 공공갈등이 제대로 해결되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주민 생활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개인 관계와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공공갈등으로 직접당사자인 지역이나 마을 공동체가 파괴됐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동체를 회복해야 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복해야 한다면 누가 해야 하느냐이다. 언뜻 보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상적으로 살려면 회복해야 하고, 자기 일이니 해당 지역사회나 마을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갈등의 경우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공갈등의 영향 때문에 공공체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더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공공갈등을 일으킨 정책이나 사업은 기본적으로 공공이익을 위한 것인데 그것이 특정 사회와 마을의 희생을 전제로, 또는 결과적으로 희생시킨 것이라면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공갈등의 주당사자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게는 아주 엄중한 문제고 공동체 파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 시민단체들도 미숙한 점이 많다. 시민단체들은 자기들과 입장을 공유하는 주민들, 다시 말해 지역사회나 마을 내 한 편의 주민들과 연대해 저항을 지속하고 그 과정에서 힘을 키우는데 주력한다. 그래야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압력을 주고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스런 갈등의 전개 방식이다. 문제는 저항과 힘을 키우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에 대결적이 되고 그 과정에서 입장이 다른 주민들과 적대적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는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주민들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 사이 관계의 악화와 갈등의 지속 또는 새로운 갈등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런 결과 또한 갈등 전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이 종결되고 나면 시민단체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공동체에는 반목하고 증오하는 주민들만 남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직면하는 상황은 개인 관계와 공동체성이 모두 깨져버린 공동체 아닌 공동체다. 공공기관처럼 시민단체 또한 이런 상황에 거의 관심이 없다. 공공기관이 공공이익을 위한다는 핑계로 특정 지역사회나 마을을 희생시키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되듯 시민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시민단체 또한 비판적 시각으로 이런 점을 고민해야 한다.공공갈등해결과 관련해 공동체 파괴, 그리고 회복의 문제에 관심을 쏟고 현실적 접근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로 이론적으로 그렇다. 갈등해결 이론은 갈등 후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갈등을 경험한 당사자들의 관계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까지를 다룬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지속되거나 새로운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둘째로 현실적으로 그렇다. 공동체 파괴는 해당 공동체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은 물론 사회 전체에게 심각한 문제다. 공공정책이나 공공사업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하고 향후 다른 일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공공갈등의 후유증으로 전국 곳곳의 공동체가 깨지고 주민들은 지옥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 또한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셋째로 윤리적으로 그렇다. 애초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일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동체와 개인 사이 관계가 깨지는 결과를 마주해야 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누구도 거기에 책임을 지거나 공동체 회복을 지원하지 않고 모든 짐을 주민들에게 지우는 현실은 너무 비윤리적이다. 백번 양보해 특정 공공정책이나 공공사업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특정 공동체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최소한 그 과정에서 공동체 파괴는 예방돼야 하고, 막지 못했다면 공동체가 갈등 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가 공공갈등을 겪긴 했지만 공공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는 최소한의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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