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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 연재 8 구조&문화를 어찌할까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7. 6. 9. 11:04
우선적 분석의 대상
갈등해결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접근은 구조적, 문화적 접근이다. 이것은 구조와 문화가 갈등의 근본원인이 됐는지를 우선적으로 분석해보는 접근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한국의 갈등해결, 또는 갈등관리 연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학문으로서의 갈등해결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보다 기제로서의 갈등해결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분은 연구와 상관없이 실행만을 다루기도 한다. 특별히 공공갈등을 다루는 갈등관리는 주로 행정학과 연계해 연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갈등의 근본원인을 탐구하는 것보다 해결 방식과 절차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제로서의 갈등해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와 직접 관련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근본원인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근본원인을 먼저 탐색하는 갈등해결 연구의 기본적 접근과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원인을 탐색할 때 구조와 문화를 우선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는 구조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간, 다른 말로 갈등 당사자는 없기 때문이다. 구조는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집단 안에 존재하고 그 구조는 인간의 생각, 행동, 선택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이 가족문화든, 사회문화든, 조직문화든 문화 역시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구조와 문화는 갈등의 발생, 전개, 그리고 해결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갈등을 분석할 때 구조와 문화의 영향 내지 관련성을 우선적으로 살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공공갈등에 대한 접근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이든, 지역.마을공동체든, 시민단체든 모두가 다른 집단과 구분되는 자기만의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공공갈등의 발생 및 전개, 그리고 악화 및 장기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록 많은 사람들이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을지라도 이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우리사회 공공갈등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공공기관의 일방적 결정이다. 정책이나 사업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채 내려지는 일방적 결정은 갈등을 야기하는 고질적인 원인으로 굳어졌다. 공공기관은 자기만의 진행 일정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경직된 대응이 생긴다. 이미 결정된 일정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 당사자에게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런 대응이 결국 갈등을 악화시킨다. 많은 공공갈등이 비슷한 원인에서 출발해 비슷한 경로를 거친다는 것은 결정과 대응이 이뤄지는 구조와 문화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든다. 공공기관은 그 성격상 구조적 체계를 벗어나 일을 실행할 수 없고 그런 구조를 지탱하게 만드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적극 수용하고 따르는, 또는 그래야 하는 조직문화다. 그리고 공공갈등과 관련해 그 구조와 문화는 시민 당사자와의 갈등과 갈등의 해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일방적 결정과 경직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유지시키는 공공기관의 구조와 문화는 갈등을 예방하거나 대화와 합의로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결국 많은 공공기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공공갈등은 사실 공공기관에서 기인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물론 시민당사자, 그러니까 지역 또는 마을 공동체나 시민단체들의 구조와 문화도 갈등의 악화와 장기화에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토론을 통해 공동의 의견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다수결 방식으로 찬.반을 결정하고 소통과 협상을 시도하기 보다는 비교적 조기에 대결과 싸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공공기관의 일방적 결정과 경직된 태도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후 터득한 대응 방식이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어찌보면 우리사회의 공공갈등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집단의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다.
갈등해결의 자원
구조와 문화를 건드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경우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갈등이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되고 그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면 갈등을 다룬다는 것 자체도 결국 구조 및 문화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등의 원인은 물론 해결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와 문화지만 다루기 힘들기 때문에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와 문화를 분석하고 어떤 식으로든 연계시켜 갈등을 다루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공갈등에서 이 문제는 전혀 손댈 수 없는 영역의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공공기관의 구조와 문화를 언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고 보통은 공공기관이 그것을 허락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갈등에서 공공기관은 여전히 대화와 합의의 갈등해결 과정 실행을 결정하는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내켜하지 않는 일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구조와 문화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는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언급하지 않고 갈등해결 기제를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사자들의 대화와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기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유연해진 구조와 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을 야기하고 악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구조와 문화를 언급하지 않고는 비슷한 갈등이 끊임없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외적으로 대화와 합의를 통해 갈등이 해결됐다 하더라도 그것을 갈등을 야기한 구조 및 문화와 연결시키지 않으면 사회와 조직의 경험과 교훈으로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와 문화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갈등 대응과 해결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구조와 문화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근본원인을 성찰하게 하고 문제를 공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로 언급된 구조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갈등 대응과 해결을 모색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구조와 문화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된 구조와 문화가 결국 공공갈등을 줄이고 조기에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자원이 된다는 점이다. 구조와 문화에서 자유로운 갈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특별히 공공갈등은 공공기관 구조와 문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그 구조와 문화를 조금씩 바꾸는 것이 결국 공공갈등을 줄이고 잘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5년, 10년, 그리고 15년 후에 지금보다 공공갈등이 줄어들고, 공공갈등이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와 합의로 해결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될 수 있으려면 결국 구조와 문화가 변해야 한다. 그러니 어렵더라도 구조와 문화의 분석을 강조하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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