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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 연재 9 누구에게 이익?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7. 7. 26. 16:19
누구를 위한 대화?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최종적이자 효율적인 방법은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갈등 사안을 논의하고 여러가지 대안을 찾은 후 합의를 하는 해결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모든 당사자들이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가능하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해결 과정에 대한 생각은 당사자에 따라 조금 다른 것 같다.
공공갈등의 당사자는 보통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상황에 따라 그들과 일하는 시공업체 등이 포함된다. 다른 한 그룹은 해당 정책이나 사업의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이나 이익단체, 그리고 때에 따라 그들과 연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두 당사자 그룹은 일단 공공갈등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해결 과정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공공갈등을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민감한 시민들의 문제 제기와 저항 때문에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이해하곤 한다. 때문에 굳이 복잡한 해결 과정까지 가지 않고 여러 방법을 통해 그런 문제 제기와 저항을 없앨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 이익단체, 시민단체 등은 공공갈등을 불가피한 문제 제기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런 상황으로 이해하곤 한다. 문제의 근원은 사전에 정교하고 투명하게 과정을 만들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직접 영향에 노출되는 시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갈등을 만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당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해 대화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해의 간극은 특별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기도 한다. 공공갈등, 나아가 해결 과정은 예전에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던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자 요구기 때문이다. 전문집단인 자신들에게 합법적으로 주어진 정책과 사업의 계획, 결정, 실행을 일일이 시민들과 상의하고 동의까지 얻으라는 것은 합당치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일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때로 실행 자체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공공성을 해치게 된다고도 생각한다. 때문에 일종의 피해의식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시민들과 대화와 합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사회적 압력을 애초 자신들이 뭔가 잘못했음을 질책하고, 결정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의심하며, 전문성과 상관 없이 양보하라는 부당한 압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해결 과정은 결국 까다로운 시민들의 비위를 맞추고 정책이나 사업 실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과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고 때로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그런데 해결을 위한 과정은 모든 당사자를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이것은 갈등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어느 한 쪽이 양보하거나 포기하고 다른 쪽이 더 많거나 모든 것을 얻는 과정이 돼서는 안 된다. 어느 한 쪽이 마지못해, 또는 약한 힘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어느 한 쪽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결과를 원한다면 재판을 해야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대화와 합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갈등해결의 원칙 이외에도 거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더 있다. 하나는 공공갈등이 '공공성'과 관련된 갈등이기 때문이다. 모든 공공갈등은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 외에 전체 사회, 나아가 미래 세대의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 군 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송전탑, 원자력발전소 등의 건설은 물론이고 교육, 노동, 환경, 조세, 복지 등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어느 한 당사자의 요구나 주장도 절대 선이나 진리로 간주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당사자가 각자 자신의 가치와 세계관을 반영한 주장을 하기 때문에 모두의 이익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결국 해결 과정은 이 모든 것을 논의하고 조율해 상호 수용 가능한 것에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예전과는 다르게 시민들과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사안을 토론하고 협상해도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고,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도 시민의 요구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니 모두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현실적으로 보면 실제적, 심리적으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공공갈등해결, 또는 갈등관리는 특히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게 일방적 결정과 사후 통보로 대변되는 예전의 방식을 당사자들과의 결정과 사전 합의의 패러다임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익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함께 결정하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구체적인 부분에서 정책이나 사업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 겪는 어려움을 시민 당사자들과 공유하고 이해를 얻어낼 수도 있다. 때로는 절대적으로 공공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사업을 거부하는 이익단체나 지역주민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모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공식 대화 테이블에서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사안을 다룰 수도 있다.
결국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라는 질문은 부질 없다. 해결 과정 자체가 어느 한 쪽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모색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과거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옛 시절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옛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졌다. 때문에 덜 민주적이고 시민의식이 덜 높았을 때 당연하거나 문제가 없던 것이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됐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그냥 자연스런 변화일 뿐이다. 그러니 전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해결 과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물론 이것은 공공성이나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자기 권리나 보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부 시민 당사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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