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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관리의 시대?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7. 8. 4. 15:09
갈등관리와 공공갈등
얼마 전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관련한 기사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접한 단어가 있었을 것이다. 바로 '갈등관리'다. 우리사회에서 갈등관리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갈등에 대한 하나의 접근 방식을 일컫는 말로, 갈등이 확산되지 않고 갈등을 유발한 사회나 집단의 구조나 환경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 전반을 다루는 영역을 일컫는 말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는 흔히 갈등해결을 대체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갈등관리'라는 말 자체는 갈등의 근본원인을 규명하고 갈등을 만든 구조와 문화를 뿌리부터 바꾸는 것보다는 현재의 구조와 문화를 유지하면서 갈등의 확산을 막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갈등관리가 필요한 상황도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해석하지는 말아야 한다. 공공갈등을 다루는 영역을 의미하는 '갈등관리'도 갈등의 예방과 해결 전반을 포함하기 때문에 단어 자체만 지나치게 강조해 문제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갈등관리'에 대한 성찰 없이 정말 '관리'에 초점을 맞춰 갈등에 대응하면 문제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갈등을 야기하는 기존의 결정과 실행 방식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현상적인 갈등에만 대응하거나 표면적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관리적' 접근을 통해 문제 제기나 저항을 통제 또는 축소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태도와 행동은 변화시키지 않는 접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갈등관리'는 정말 시민의 문제 제기나 저항을 관리하는, 그 결과 시민의 더 강력한 문제 제기나 저항을 야기하는 접근이 된다. 그러므로 공공갈등을 다루는 '갈등관리'를 정말 잘 적용하려면 관리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관리의 현실적 목표는 공공갈등의 감소 또는 부재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과 함께 정책과 사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갈등관리의 시대? 태도와 접근의 변화 필요공공갈등과 관련해 참여정부는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대화와 합의를 모색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고 '갈등관리'를 태동시켰다. 그것이 '갈등관리'의 시작이었다. 사실 당시엔 별 성과가 없었고 그후에도 대형 공공갈등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갈등관리' 영역이 이어져 온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참여정부와 연대감 내지 정책적 연장선을 가지고 있는 현 정부는 갈등관리에 특별히 친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최근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를 보면 그렇다. 이것을 보면서 드디어 '갈등관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희망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현 정부가 특별히 갈등관리, 다른 말로 공공갈등에 적극 대응하고 잘 해결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움직이는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는 그대로고, 그들이 정권의 방향과 지침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면, 다른 말로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실질적 변화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관리가 됐든 해결이 됐든 문제는 실천이다. 그리고 실천은 집단 및 개인의 변화된 태도와 행동을 전제로 한다. 공공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특정 이해당사자를 넘어 전체 사회 구성원 사이에 이견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출범한 공론화위원회와 공론조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직접 이해당사자를 불러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거기에는 정부, 시민,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대화'나 '규제협상'도 있고, 특정 정책이나 사업이 공동체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게 하는 '공동체협력과정'도 있다. 사안과 관련된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는 '사실조사'와 당사자들의 대화, 협상을 돕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도 있다. 공공갈등으로 파괴된 공동체의 회복을 모색하는 접근도 있다. 방식은 많고 우리사회에는 이미 이런 것들을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도 확보돼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적극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다. 공공갈등의 특성상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대응과 해결 방식이 달라지는데 그것은 결국 태도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와 문화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갈등관리'라는 이름 하에서 마지 못해, 또는 정말 관리적 접근만 취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들 하에서도 '갈등관리'가 존재했지만 공공갈등에 대한 대응과 해결에 별 변화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현 정부가 참여정부의 뒤를 이어, 그리고 새롭게 공공갈등에 대응하는 시도를 하려면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변화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등관리 및 갈등해결 연구자나 전문가, 공공기관과 공기업 실무자, 시민단체와 일반시민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해 공공기관의 태도와 행동, 그리고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킬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내부적으로 변화를 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작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실제적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필요하면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독려와 지원도 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정부가 정말 그럴 생각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안이다. 없다면, 그리고 이런 적극적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정부에서도 '갈등관리'는 이름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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