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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갈등해결 연재 10 핵심은 시민참여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7. 9. 18. 15:30
공공갈등, 시민은 왜 저항하는가
공공갈등은 왜 생길까?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주장이 존재한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쨌든 갈등이 생기고 장기화된다는 것이다. 덧붙여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갈등에 직접 노출된 특정 지역사회나 마을은 정상적 삶이 거의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한국사회가 겪은 공공갈등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방식과 결과를 수용할 수 없는 시민들이 저항하면서 갈등이 생기곤 했다. 앞에서 얘기한 두 가지 주장이 부분적으로는 다 맞지만 근본원인은 저항하는 시민보다 우리사회 시민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왜 저항하는가? 특정 정책이나 사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실무자들은 저항하는 시민들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고 말하곤 한다. 많은 '보상금'이나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민단체들의 개입으로 저항이 심해진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흔치는 않지만 보상금을 더 타기 위해 강하게 저항하는 경우도 있고, 시민단체와 연대하면서 저항이 강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설사 그렇다 해도 그것을 진짜 이유로 볼 수는 없다. 보상금을 더 타려는 이유는 어차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차선을 택한 것이고, 시민단체와의 연대 또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다. 사실 시민이 저항하는 이유는 하나다. 대화 및 협상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대화 및 협상 상대가 되기 위해 힘을 키우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시민이 결정권을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고, 그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최대한 자신들의 상황을 고려해 정책이나 사업을 재고 또는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러기 위해 자신들과 대화와 협상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시민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지도 응하지도 않는다면 각종 공공갈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것은 세계 모든 민주주의 사회가 똑같이 겪는 일이다.
갈등관리, 시민을 참여시켜야 하나공공기관은 '갈등관리'를 통해 공공갈등에 대응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기업의 '관리' 접근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이 용어는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 그리고 당사자들과의 대화와 합의를 위해 공공기관이 실질적 접근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용어를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실무자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 심지어 시민단체들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갈등의 해결은 당사자들이 직접 같이 하는 것이고, '갈등관리' 또한 그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공공갈등의 주요 당사자인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니 공공갈등이 잘 해결될리가 없다. 그런데 이런 현실은 여러가지를 추측하게 만든다. 결국 지금까지의 갈등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 함께 해결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갈등관리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위한 정말 갈등을 '관리'만 하는 것이 됐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주요 당사자인 시민이 소외 내지 배제되는 '갈등관리'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추측에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게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시민참여다. '시민참여'는 좋은 말이지만 상황마다 사례마다 다른 수준과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설문조사가 바람직한 시민참여 방식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전문가가 나와서 얘기하고 시민은 듣는 공청회나 설명회가 시민참여의 핵심 내용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공공갈등을 해결할 때의 '시민참여'는 갈등 당사자인 시민의 실질적 참여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과정의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시민, 특별히 시민당사자가 전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을 말한다. 한 가지씩 함께 결정하고 대안을 토론하며 최종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 시민참여 절차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갈등관리 자체가 시민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민참여가 포함 내지 보장되지 않는 것은 갈등관리 접근이라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도 시민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갈등을 해결할 수 없고, 설사 해결한다 해도 일시적인 결과에 머물고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시민참여는 시혜적 조치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특별히 갈등 당사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고, 공공 정책이나 사업을 맡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게는 책임과 의무의 문제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갈등관리 실행의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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