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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민주시민을 거부하다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2. 1. 11:26
설교, 종교교육과 세뇌 사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한 기사였다. "대통령을 두둔하는 목사님의 발언이 도가 지나치다"는 강남에 있는 한 대형교회 교인의 제보와 하소연을 실은 기사였다. 제보자는 대통령을 만나고 온 김 모 목사가 있는 교회를 다니는데 김 목사가 교인들에게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칠 수 있게 통성기도를 시키고", 목사가 "이 정도면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잘한 것이다"라고 얘기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한 김 목사가 교인들에게 촛불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교인들끼리 촛불집회에 갔다가 마주치면 슬슬 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교인은 목사가 교인들에게 "중립"을 지키라고 하면서 자기는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옹호하는 말을 한다고 꼬집었단다. 오죽하면 언론사(CBS)에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을지 이해는 간다. 또한 그 분의 용기 있는 행동을 칭찬해주고 싶기도 싶다. 그렇지만 부당함을 알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유감이다.
(기사 원문은 http://www.nocutnews.co.kr/news/4689791 에서 찾을 수 있음)
청와대에 다녀온 김 모 목사는 지난 정권 때도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현 대통령과 관련해 어떤 설교를 했을지 안 들어도 그냥 짐작이 간다. 그런데 김 모 목사처럼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자기의 판단과 선택을 주입하는 목사는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은 목사에게 주어진 성경 해석 및 교육의 권리를 자신의 주장 및 이익과 교묘하게 결합시킨다. 그래서 성경과 상관 없이, 또는 성경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 특정 정치 이념, 사회 담론, 왜곡된 사실과 판단 등을 교인들에게 강요한다. 질의 응답(Q&A)도 없는 설교의 장점(나는 약점이라고 보지만)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종교교육이 아니라 교인을 세뇌하는 일에 가깝다. 그런 목사들은 교인들의 독립적인 해석과 판단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교인들은 성경과는 동 떨어진 설교 내용이나 왜곡되고 비상식적인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나아가 그대로 수용하고 행동에 옮긴다. 교회 밖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고 지적인 사람이 교회에서만 무조건 복종하는 '예스 맨'이나 독립적 판단을 못하는 '바보'가 되는 일이 생긴다.
교회, 민주시민을 거부
많은 목사들이 자신의 권위와 설교 독점권을 이용해 교인들을 자신의 이익과 성향에 맞춰 세뇌시키는 것은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필요를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에 따라 독립적 판단에 기초해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표현하는 민주시민을 필요로 하는데 교회는 '신앙'을 핑계로 그런 민주시민을 거부한다. 교회 안과 밖에서의 태도와 행동은 다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교회 안에서 목사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세뇌당한 사람들은 교회 밖에서도 권위와 힘을 가진 지도자에게 똑 같은 태도와 행동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강요한다. 일반 상식에 의하면 궤변이거나 비민주적인 행동이지만 권력을 신봉하고 충성과 복종을 주입하는 목사 밑에서 교육 받았기 때문에 오만한 '신앙심'으로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이런 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정당화될 수 없는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일부 기독교인들은 비뚤어진 '사랑'을 '용기 있게' 주장하고 있다. 범죄자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유다가 될 수 없다"고 궤변을 늘어 놓은 여당 대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고 한 국정교과서 집필위원,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쳐달라"고 트윗을 날린 한물 간 가수 등이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거기에 더해 오늘은 5.16 쿠데타를 "역사적 필연"으로 주장하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세월호를 잊으라"고 말한 한 보수교단 목사가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현 상황에 대해 이해 못할 태도와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관심사는 바로 대통령, 다시 말해 권력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통령 및 측근들의 범죄와 국가 사유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하고 오직 최고 권력자를 염려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지만 단언컨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서 배운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회는 민주주의를 거부한다. 구조와 문화가 그것을 말해 준다. 때문에 민주시민도 거부한다. 물론 민주시민을 길러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신앙'을 내세우며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데 기여하는 사람들을 기르고 있다. 이쯤이면 우리사회에 교회가 존재하는 의미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마치 교회는 교회 밖 세상을 초월한 것처럼 말하면서도 사실은 권력에 아부하고 충성할 사람들을 기르는 일을 해오고 있는 것에 대해 통렬한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 만일 자신이 그런 교회에 다니면서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거부당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하게 박차고 나와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교회도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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