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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돈 많은 게 죄?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2. 8. 12:04
다이아몬드 수저의 굴욕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 한다는 재벌 총수 9명이 청문회에 참석했다. 그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제 손으로 방문증도 받아가며 국회에 입성했고 다른 자리에서 만났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평범한 국회의원들 앞에 죄인처럼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날카롭고 때로는 모욕적인 질문에 답해야 했다. 28년 만에 재벌들이 불려 나온 청문회였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즉 그들의 회사와 부는 물려받은 것이란 얘기다. '재벌'이란 용어는 이미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사전에서는 'chaebol'이란 단어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giant family concern', 즉 '거대가족회사'라는 설명도 붙어 있다. '재벌'은 사적인 '가족'과 공적이 '회사'가 결합된 아주 이상한 한국형 경제 주체인 셈이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 세대가 재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독재정부의 전폭적 지원, 지속적 정경유착, 반시장적인 독과점 등에 의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그들을 '경제인'이라고 불러야할지 사실 헷갈린다.
재벌들이 불려 나와 고양이 앞에 쥐처럼 다소곳이 앉아 굴욕을 맛봤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통쾌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 정치 경제 사회의 후진성과 비정상, 비도덕성, 천박한 자본주의 등을 뼈저리게 느끼고 목격했을 뿐이다. 덧붙여 자괴감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청문회장에 불려나온 재벌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그들의 위법과 부도덕성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사표를 던질 수는 없는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재벌 회사를 모두 제외하고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치명적 한 방을 먹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돈 많은 게 죄?
혹시 재벌들은 금수저에게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흙수저들이 자격지심과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다이아몬드수저인 자기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업은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정치 로비와 주고받기를 주제 넘게 확대시키고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 결국 자기들 회사에서 밥벌어 먹는 주제에 불과한 사람들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는 재벌이 돈이 많다고 미워하거나 질투하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우리나라 재벌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는 그냥 그들이 최소한의 양심에 기대 조금만 솔직하기를, 그리고 한 줌의 진실이라도 밝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최소한 회사의 총수란 사람들에게 존경은 하지 못해도 욕지거리는 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힘들게 회사 상표 봐가며 신경 곤두세우고 소비해야 하는 불편함은 겪지 않게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솔직히 그들의 돈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돈은 숫자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그들처럼 양심을 팔고 불법을 저지르면서 돈을 벌길 원치 않는다. 다른 한편 우리는 그들의 돈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소비의 결과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재벌, 그리고 그들의 돈 앞에서 떳떳하고 재벌들에게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가지고 살기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외국의 부자들이나 경제인들처럼 높은 도덕성, 사회적 책임감, 인도적 정신 등을 가지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냥 적어도 불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일은, 사회를 좀 먹는 일은, 나아가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주머니를 채워준 사람들과 사회에 배은망덕한 짓은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작은 소망이 말한다면, 재벌들이 이제는 노동자 삥 뜯기, 혼자 배터지게 독식하기, 희생 위에서 돈 벌기 등 조폭들이나 할 만한 일은 중단하고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좀 벗어나주길 바란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임을 울며 겨자먹기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가슴이 턱 막히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 바랄 뿐이다. 슬프고 비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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