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
전작권 환수, 맘은 있고?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27. 00:00
난 군사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3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합의된 전시작전통제권, 일명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절차상의 문제, 군사력 평가 차이, 대선 공약 불이행,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비전 부재 등의 현안과 관련해 볼 때 정부의 이번 결정에서는 논리적 타당성을 찾을 수 없다. 정부 정책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처럼 군사전문가가 아닌 국민들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난 이해는커녕 증명할 수 없고 쬐끔 비합리적인 것 같지만 두 가지 점에 있어 의심까지 든다. 하나는 정부 당국자들과 군 수뇌부가 대부분 친미 성향의 사람들로 미국을 정말 '수호천사'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정권에서 결정한 것을 어떻게해서든 무효화하려는 시도처럼..
-
대북 삐라, 시민단체의 자유?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11. 00:00
이건 완전히 '헉...'이다. 그동안 대북 삐라에 대해 응징하겠다던 북한의 말이 거의 실제가 됐다. '거의'라는 말은 북한이 삐라를 실은 풍선에 총격을 가한 것이지 남쪽에 대해 공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북 삐라에 대해 처음 총격을 가한 것은 삐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향후에도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 같아 훈훈하던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완전 살얼음판이 됐다. 대북 삐라에 대한 북한의 무력 대응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한번씩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말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고 쉽게 지나치긴 힘든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은 세 가지다. 하나는 한 발이 됐든, 열 발이 됐든 실제 ..
-
북한의 내민 손, 남한의 주춤하는 손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7. 00:00
지난 토요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있던 날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 3명이 깜짝쇼라도 하듯 전격 남한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 연락하고 다음 날 남한으로 날라온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핑계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이지만 그것만이 방문 목적이 아니라는 것쯤은 남북관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알만한 일이다. 우리 정부도 그런 속내를 알고도 남는다는듯 청와대부터 통일부까지 남북관계 담당자들이 줄줄이 나서서 그들을 맞았다. 덕담을 주고받고 향후 고위급 접촉 재개에도 합의했다. 오랫만에 남북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그런데 구체적인 조건을 언급하면서 다시 분위기는 가라앉고 있다. 아직 기대를 접기에는 이르지만 역시 불안하다. 1990년대 이후..
-
진짜 사나이, 진짜 여자?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10. 1. 00:00
국군의 날이다. 관심없는 날이지만 뉴스에서 꼭 다뤄주니 알 수밖에 없다. 올해 국군의 날은 계룡대에서 기념식만 한 모양이다. 작년 서울 한복판에서 거창하게 군인들은 물론 중화기까지 동원해 퍼레이드를 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조용한 행사다. 21세기에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나라의 한복판에서 중화기까지 등장시킨 퍼레이드는 참 난감한 모습이었다. 국군의 존재가 국방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지만 겉으로라도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지향해야 할 민주국가이자 국제사회에서 제법 위상이 높아진 나라가 무기를 내세워 힘을 자랑하는 모습은 참 천박해 보였다. 그리고 그 힘 자랑이 특별히 북한을 겨냥하고 있음이 분명해서 더 씁쓸했다. 물론 올해 행사를 축소한 것은 군이 그런 성찰을 했기 때문은 아닐..
-
군대 폭력과 국민 감시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8. 6. 00:00
이른바 '윤일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군대 내부반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그로 인해 멀쩡한 청년이 고통을 견디다 사망했으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왜곡된 관심 병사 제도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를 잊어버리기도 전에 난 사건이니 더 그렇다. 군대 내의 폭력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히다.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군대에서는 습관처럼 있던 일이지만 이제야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것 뿐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30년 전에도 없던 일이 왜 지금 시대에 일어났느냐고 호통을 쳤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군대에서 입에 담지 못할 폭력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군대 폭력 사건이 생길 때마다 군이 ..
-
박스 속의 세월호 한과 분노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7. 15. 00:00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단식에 들어갔다. 다른 한편으론 35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용지가 담긴 415개의 박스가 국회에 전달됐다. 모두 세월호 조사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호소다. 4월 16일 사고가 일어난지 이제 꽉 찬 세 달이 지났다. 4월에는 한 사람이라도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5월에는 비극적인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는 비슷한 사고로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는 조금 나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렇지만 6월엔 예전처럼 그 기대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불안함 속에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은 몸부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7월, 한 줄기 희망은 말 그대로 한 줄기 희망이 됐고, 세월호 사고와 후속 조사 및 정책은 점점 소수의 관심사로 밀려나고 있다. ..
-
관심병사에 대한 폭력적 관심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7. 5. 00:00
'관심병사'가 새로운 시사 단어로 떠올랐다.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롭게 추가되는 단어들은 온 국민에게 강제 학습을 시킨다. 모르고 살면 더 좋으련만 여전히 민주주의와 제도가 성숙되지 못한 한국사회는 사는 것도 힘든 사람들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관심병사'에 대한 '관심'도 그중 하나다. 언어는 때때로 현실을 왜곡한다. '관심병사' 제도도 그렇다. 지금까지의 보도로만 본다면 이 부담스럽고 황당한 '관심'은 가히 폭력적이다. 굳이 '폭력'이라는 험한 말을 들이대는 이유는 평화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나의 직업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그 대상이 된 병사들에게 정말 무언, 유언의 폭력이 가해지고 있음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누군가를 신체적, 정신적, ..
-
남자의 군대, 군대의 남자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6. 25. 00:00
"총기 난사에서 생포까지....긴장의 42시간 40분". 한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지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고와 사망자 및 부상자 발생, 사고 병사의 도주, 자살 시도 및 생포의 과정 동안 온 나라가 긴장했다. 도주 병사를 찾는 동안 인근 주민들이 대피까지 했으니 전쟁에 버금가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또 다시 '군대 기강 해이', '병사 관리 소홀' 등의 질책이 나오는 가운데 내겐 '남자의 군대, 군대의 남자'란 다소 엉뚱한 문구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대란 피하려고 몸부리쳐도 피할 수 없는 곳이다. 권력자와 부자를 부모로 둔 남자들은 피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평범한 부모를 둔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군대에 간다. 그러면서도 '남자라면 군대는 다..
-
정치와 평화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6. 9. 00:00
지방선거가 끝났다. 투표는 열심히 했지만 선거로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투표를 하는 이유는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변화의 에너지가 되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좋은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다. 그런데 선거가, 그리고 정치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나 하는 것일까? 아니 보다 근원적으로 정치가 평화와 눈꼽만큼의 관계나 있는 것일까? 평화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그래서 지나치게 현실적인 정치와는 말과 뜻을 섞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평화는 가치지향적이고, 윤리적이며, 심지어 비현실적인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현실적인 현안과..
-
세련된 분노, '미개한' 분노?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5. 26. 00:00
세월호 침몰 사고 후 한 달하고도 10일이 지났지만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내내 사회 중심 이슈가 되고 여론이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딴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지금까지 가장 최악이었던 것은 참담한 심정인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제대로 후벼판 한 청년의 '미개' 운운 발언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누군가 그 말을 재탕한 일이 알려졌다. 그 주인공이 '철 없는' 젊은이가 아니라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목사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더 충격을 받았다. 그 목사의 말도 4월 말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처가 아직 생생한 사망자 및 실종자 가족들과 다수 국민들의 가슴을 다시 후벼판 것은 마찬가지다. 재탕 사건까지 접하고보니 절박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