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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공존의 필요카테고리 없음 2022. 8. 19. 10:31
사라지지 않는 빈곤 지난 3월 KBS대구방송총국의 보도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를 기획한 기자는 폐지수집 노인들의 강도 높은 노동을 증명하기 위해 리어카에 GPS(위치정보시스템) 장치를 달았다. 그리곤 지난해 12월 말부터 3주 동안 폐지수집 노인들을 동행 취재했다. 이를 통해 설득력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를 보도했다. GPS 추적 결과에 따르면 폐지수집 노인 10명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 20분이었다. 이들은 13km 정도의 거리를 매일 이른 새벽이나 자정 즈음에 리어카를 끌며 걸었다. 폐지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 게 보통이었고, 가까운 고물상을 두고도 조금이라도 값을 더 쳐주는 멀리 있는 고물상까지 가곤 했다. 그렇게 번 돈을 시급으로 환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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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못해서 갈등이 생긴다?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2. 8. 10. 08:56
두 명의 친구가 있다. 대학 1학년 때 친구가 돼 내내 함께 다녔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한 친구는 월급은 적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민단체에서 일할 기회를 찾고 있다. 다른 한 친구는 무조건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다. 대기업의 갑질 및 기업윤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두 친구는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얘기하게 됐고 서로 생각이 달라 여러 번 말다툼을 했다. 한번 말다툼을 한 후에는 며칠간 어색하게 지내곤 했다. 다른 사회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생겼고 이젠 예전과 다르게 각자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면서 대립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은 소통을 잘못해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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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6. 24. 09:33
한국전쟁의 기억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이다. 해마다 6월이면 한국전쟁은 다시 기억되고 기념된다. 그런데 3년이 넘게 계속됐던 전쟁과 한반도 곳곳에서 있었던 치열한 전투, 그리고 하루아침에 피란민이 되고 전쟁 한 가운데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사람들이 겪었던 불안과 고통의 삶을 잠깐의 기념으로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70년 이상이 지난 전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고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노인이 됐다. 한국전쟁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 특히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에게는 알고 있는 여러 전쟁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이 오히려 더 생생할 수도 있다. 개인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국전쟁의 기억이 거의 사라지거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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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참여적 정책 결정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2. 6. 13. 17:41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낮은 투표율이다. 전국 투표율은 50.9%으로 20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전에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2년 3회(48.9%)보다는 2% 높았지만 직전 지방선거인 2018년의 7회(60.2%)보다는 9.3%나 떨어졌다. 광주광역시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많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투표가 정책 결정과 실행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수치를 보면 명확해진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광주광역시의 경우 74.91%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광주 시민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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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평화에 대한 오해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5. 23. 15:05
평화의 개념을 설명할 때는 보통 소극적(negative) 평화와 적극적(positive)를 언급한다. 소극적 평화는 물리적 힘을 통해 인간의 신체에 가해지는 직접적 폭력이 부재한 상태/상황을 의미한다. 적극적 평화는 직접적(direct) 폭력은 물론이고 구조를 매개로 가해지는 구조적(structural) 폭력과 철학, 이론, 사상, 종교적 가르침과 기호, 담론 등 문화적 수단을 통해 가해지는 문화적(cultural) 폭력까지 부재한, 다시 말해 모든 폭력이 부재한 상태/상황을 의미한다. 적극적 평화를 구조적 폭력의 부재를 강조하며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건 문화적 폭력의 부재다. 구조적 폭력의 개념을 고안한 요한 갈퉁은 약 20년 후에 직접적, 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합법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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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나쁜 걸까?카테고리 없음 2022. 4. 25. 10:48
“....갈등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갈등은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생긴다....현실적으로도 갈등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갈등은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생기지 않는다...아무런 이유 없이 갈등을 만드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제기되고 갈등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18쪽 이론적으로 갈등은 변화의 기회가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갈등이 없이 발전하는 관계나 사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인 및 집단 사이 관계나 사회는 크고 작은 갈등을 통해 변하고 발전한다. 이것은 인간이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런 능력을 가진 인간들에 의해 관계가 형성되고 사회가 변하는 근원적인 이유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갈등이 없는 관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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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소비, 그리고 정의와 평화카테고리 없음 2022. 4. 19. 09:59
옷, 쓰레기가 되다 봄이다! 바람은 살갑고도 온화하고 날씨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재촉한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꽃망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꽃놀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쇼윈도에 전시된 화사하고 날렵한 봄옷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봄이 되면 너도나도 새 옷 하나쯤은 사서 봄맞이를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옷은 먹는 것, 자는 곳과 더불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우리는 옷이 전통적인 기능을 넘어선 세상에 살고 있다. 옷은 입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사람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고, 때로는 잘 치장해서 나은 평가를 얻어내기 위해 옷을 입는다.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서 옷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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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빵,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22. 4. 4. 15:25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9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재난을 만들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FP는 전쟁이 진행 중인 예멘에서 800만 명에 대한 식량 지원량이 50% 줄었고 앞으로 전혀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곡물 가격, 연료비, 선적 비용 등의 상승으로 올해 400만 명 정도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도 했다. WFP는 지원 식량의 50%를 우크라이나에서 구매해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30%를 차지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밀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가 막는 바람에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선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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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공존의 공동체와 사회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22. 3. 18. 16:29
아파트 계층 사회 2022년 1월 12일 한 방송국의 저녁 뉴스는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일반 분양 아파트(이하 일반아파트)와 공공임대 아파트(이하 임대아파트)가 눈에 띄게 구분돼있는 사례들을 보도했다.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아파트 한 개 동만 다른 14개의 일반아파트 동들과 일반 건물들을 사이에 두고 뚝 떨어져 있었다. 출입구와 지하 주차장도 따로였다. 일반아파트에는 목욕탕, 헬스클럽, 도서실도 있는데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거절당했다는 주민의 인터뷰도 있었다. 노인정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아파트 단지의 경우도 비슷했다. 벽과 계단을 기준으로 아래쪽엔 임대아파트 두 개 동이, 위쪽엔 일반아파트 15개 동이 있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사무소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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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토론, 무기가 답?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2. 8. 16:02
20대 대선을 앞두고 지난 2월 3일 네 명 후보들의 첫 토론이 있었다. 첫 토론이어서인지 깊이와 밀도가 부족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첫 질문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어떤 순서로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정상을 만나겠냐?”는 진부한 질문이었다.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는 미국 대통령을 제일 먼저 만나겠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상황에 따라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역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북한과 먼저 대화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은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로 이어졌지만 내용은 북한의 공격을 막기 위한 무기 체계 확보와 군비 증강에 초점이 맞춰졌다. 후보들은 경쟁하듯 북한을 제압할 최첨단 무기 체계에 대한 지식을 뽐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