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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못해서 갈등이 생긴다?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2. 8. 10. 08:56
두 명의 친구가 있다. 대학 1학년 때 친구가 돼 내내 함께 다녔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한 친구는 월급은 적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민단체에서 일할 기회를 찾고 있다. 다른 한 친구는 무조건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다. 대기업의 갑질 및 기업윤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두 친구는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얘기하게 됐고 서로 생각이 달라 여러 번 말다툼을 했다. 한번 말다툼을 한 후에는 며칠간 어색하게 지내곤 했다. 다른 사회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생겼고 이젠 예전과 다르게 각자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면서 대립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은 소통을 잘못해서 관계가 서먹해졌을까? 그들이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며 소통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자기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면 관계는 잘 유지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이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소통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통의 이면에는 보통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소통은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표출하고, 서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동원되는 수단이다. 물론 소통을 잘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중대한 이견이 있어도 싸우지 않고 갈등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소통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소통으로만 극복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소통의 문제를 갈등이 생긴 이유로 단정해버리면 대립과 갈등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 정주진 지음. 『갈등해결 수업』. pp.45-6, p.48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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