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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적 관계의 갈등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2. 1. 25. 14:26
갈등은 보통 모든 면에서 비슷한 사이, 그러니까 균형적(symmetric) 관계에서 생긴다. 균형적 관계란 어떤 형태가 됐든 전체를 따져봤을 때 서로 가진 힘이 비슷한 관계를 말한다. 이런 사이에서는 비교적 쉽게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한쪽이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쪽이 그에 대응하면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그 결과 갈등이 형성되고 전개된다. 균형적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료, 친구, 가족, 부부 사이 등에서 자주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균형적 관계 때문이다.
균형적 관계에서는 서로 상대의 문제 제기와 저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갈등이 단시간에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갈등에 대응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가진 힘이 비슷하고 상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힘겨루기와 갈등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한쪽이, 또는 양쪽이 생각과 태도를 바꾸면 의외로 빠르게 합의를 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불균형적(asymmetric)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 그러니까 힘의 불균형이 심한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은 좀 다르다. 사실 힘의 차이가 극심한 사이에서는 갈등이 생기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갈등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보통 상대적 약자가 문제 제기와 저항을 하고 상대적 강자가 그것을 저지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상대적 강자는 다양한 힘을 동원해 문제 제기와 저항을 원천 차단할 수도 있지만 사회와 주변의 이목, 그리고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 강화와 역풍의 우려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이런 갈등은 기업과 노동자 사이, 공기업과 지역 주민 사이,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 등에서 생긴다. 불균형적 관계에서 생긴 갈등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강자가 대화와 합의를 거부하고 상대적 약자의 포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상대적 약자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부당한 대우, 사회적 환경과 구조 등을 바꾸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이런 갈등에서는 근본 문제를 다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불균형적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다루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눈앞의 이익만 다루려고 하면 갈등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상대적 약자가 자신이 불리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건 그만큼 절박하고 다른 한편 근본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재의 안녕과 미래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 강자는 상대적 약자와 해결책을 논의하겠다고 생각을 바꿔도 기껏해야 눈앞의 문제만 다루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을 원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존의 환경과 구조는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은 지속되고 악화되고 때로 물리적 폭력을 야기한다. 그런데 근본적 문제를 다루고 개선하는 것이 상대적 강자에게 꼭 손해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존재의 지속을 위해 꼭 필요한 상대적 약자와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고 공동의 안녕을 확보할 수 있다.
상대적 약자의 문제의식과 변화의 욕구는 힘으로 억제되지 않고 그런 이유로 생기는 것이 갈등이다. 때문에 상대적 강자가 공동의 이익과 안녕을 추구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고 갈등이 생겼을 때 상호 피해를 줄이며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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