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갈등 이야기
-
시리아 지진 피해와 내전, 엎친 데 덮친 상황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23. 2. 18. 10:21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중부와 남부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은 막대한 피해 규모 때문에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튀르키예를 향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도 심각한 지진의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튀르키예와는 달리 시리아에는 지진 직후 제대로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이유는 여전히 계속되고 이는 내전 때문이었다. 이번 지진을 통해 많은 사람이 시리아에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하게 됐다. 전 세계가 정치, 사상, 종교를 떠나 인도주의와 인류애에 기반해 지진 피해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국제사회는 ‘내전’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했다. 시리아의 피해는 튀르키예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별개로 본다면 시리아 지진 피해 자체도 심각한 인도적..
-
공공갈등과 힘의 불균형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3. 2. 4. 11:16
지난 2월 2일 서울시장과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은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통해 대중교통 운행을 멈추는 법을 무시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이 굉장한 강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많은 서울 시민이 불편을 겪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이유로 전장연이 강자 집단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전장연이 강자 집단이라면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의 항의를 받으면서 힘든 시위를 하지도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리인 이동권 보장을 내걸지도 않았을 것이다. 승하차 시위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전체 상황을 보지 ..
-
동예루살렘 총격 사건과 이스라엘의 '테러 프레임'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23. 1. 30. 12:03
지난 27일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있는 한 유대인교당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총격으로 7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총격범은 21세의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거주자로 현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단독 범행인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의 ‘테러 공격’ 중 하나라고 했다. 이 소식은 톱 국제뉴스가 됐고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내고 우려를 표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범행을 비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진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짧은 메시지들에는 과거에 반복적으로 볼 수 있었듯이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과 보복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긴장이 높아지고 전쟁이 일어..
-
권리 및 이익의 충돌, 그리고 대응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3. 1. 10. 09:09
무수한 개인 및 집단 사이 관계로 구성되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가치 중 하나는 ‘공존’이다. 공존은 보편적인 가치이자 불가피한 생존의 수단이다. 공존의 의미나 가치에 관심이 없고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기 생존을 위해 공존을 거부할 수는 없다. 다른 한편 개인 및 집단의 권리, 특히 약한 개인 및 집단의 소외와 배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존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가치와 태도로 주장되고 있다. 이해가 다를 수 있지만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주제고 대다수는 원칙적으로 공존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존의 실현 방식, 또는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권리 및 이익의 보장이나 보호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생기곤 한다. 특히 공존이 자기 이익을 해친다고 생각할 때 많은 사람이 공..
-
2023년에는 변화가 생겨야 한다.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12. 31. 11:20
무인기가 장식한 2022년의 대미 2022년 연말은 북한 무인기가 장식했다. 북한이 보낸 무인기 5대를 한 대도 격추하거나 수거하지 못한 군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물론 국민도 충격을 받았고 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다음 이틀 동안에는 군이 첨단 전투기와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결국 새떼와 풍선을 쫓은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웃지 못할 과도한 대응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강화도 주민들에게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고 새벽의 전투기 소음으로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난줄 알고 공포에 떨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군은 북한 무인기 도발에 맞서 우리 무인기 세 대를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날려 정찰 활동을 했다. 군의 이..
-
군사적 긴장과 대결 시대의 평화통일교육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12. 19. 09:39
대한민국은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라 불렸다. 워낙 사회에 굵직한 사건이 많고 변화가 빨라서 생긴 별명이었다. 심심하다 싶으면 생기는 정치.사회 사건은 과도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념 갈등과 대결로 인해 하나의 이슈나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여전히 대한민국은 과도기적 사회인 것 같다. 몇 년 만에 변해버린 세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2018년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판문점선언, 남북군사합의, 그리고 남북의 소통과 교류 등은 2019년부타 중단되기 시작하더니 이젠 기억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다. 남북관계는 ‘완벽하게’ 2018년 이전, 그리고 그 이전의 대결이 극에 달하고 전쟁의 기운이 감돌던 시대로 회귀했다. 내년 초에 나올 2022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
정체성 집단 사이 갈등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2. 11. 11. 14:23
남남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이념갈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자주 발생하는 갈등이다. 세 가지 갈등은 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세 개의 용어가 호환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갈등들은 정치적 사건이나 상황을 매개로 표출되는 일이 흔하고 개인적인 면보다 사회적인 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갈등이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의 선동일 뿐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일 수 있다. 하나는 그런 갈등과 대결 상황에 무지하거나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일상의 접촉면이 동일 집단, 그러니까 정치적 성향과 이념이 같은 집단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개인 차원보다 사회 차원에서 살펴봐야 하며..
-
9.19 남북군사합의, '평화만들기' 의미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10. 10. 17:05
지난 10월 7일 여러 뉴스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이 9.19 군사합의의 효용성이 의문”이라고 했음을 언급했다.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폐기론에 대해 “공감한다”며 “북한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통일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백지화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라면서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을 모두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무척 유감스런 일이다. 한편으론 정부가 쉽게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는 것 같아서고, 다..
-
소통을 못해서 갈등이 생긴다?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2. 8. 10. 08:56
두 명의 친구가 있다. 대학 1학년 때 친구가 돼 내내 함께 다녔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한 친구는 월급은 적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민단체에서 일할 기회를 찾고 있다. 다른 한 친구는 무조건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다. 대기업의 갑질 및 기업윤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두 친구는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얘기하게 됐고 서로 생각이 달라 여러 번 말다툼을 했다. 한번 말다툼을 한 후에는 며칠간 어색하게 지내곤 했다. 다른 사회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생겼고 이젠 예전과 다르게 각자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면서 대립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은 소통을 잘못해서 관..
-
한국전쟁,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6. 24. 09:33
한국전쟁의 기억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이다. 해마다 6월이면 한국전쟁은 다시 기억되고 기념된다. 그런데 3년이 넘게 계속됐던 전쟁과 한반도 곳곳에서 있었던 치열한 전투, 그리고 하루아침에 피란민이 되고 전쟁 한 가운데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사람들이 겪었던 불안과 고통의 삶을 잠깐의 기념으로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70년 이상이 지난 전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고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노인이 됐다. 한국전쟁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 특히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에게는 알고 있는 여러 전쟁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이 오히려 더 생생할 수도 있다. 개인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국전쟁의 기억이 거의 사라지거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