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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지진 피해와 내전, 엎친 데 덮친 상황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23. 2. 18. 10:21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중부와 남부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은 막대한 피해 규모 때문에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튀르키예를 향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도 심각한 지진의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튀르키예와는 달리 시리아에는 지진 직후 제대로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이유는 여전히 계속되고 이는 내전 때문이었다. 이번 지진을 통해 많은 사람이 시리아에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하게 됐다. 전 세계가 정치, 사상, 종교를 떠나 인도주의와 인류애에 기반해 지진 피해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국제사회는 ‘내전’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했다.
시리아의 피해는 튀르키예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별개로 본다면 시리아 지진 피해 자체도 심각한 인도적 재난이다. 시리아의 사망자만 약 3,500명으로 보고됐고 유엔은 약 530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리아에 대한 지원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서북부 지역에서 여전히 내전이 진행 중이고 가장 큰 피해가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처음 시리아 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구호품 수송에 반대했다. 사실 시리아 정부는 지진 발생 2시간 후 반군 지역을 공격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시리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며칠 후 구호품 수송을 허락했지만 이번에는 반군이 정부 지역에서 반군 지역으로의 구호품 수송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시리아 정부가 구호품 지원으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고 내전에 이용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진 발생 3일 후인 지난 2월 9일 국제사회의 첫 구호품이 시리아의 반군 통제 구역에 들어갔다. 시리아 내전 이후 유엔이 승인한 유일한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통로가 지진으로 파손됐고 복구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더 많은 통로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이들리브주로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는 여러 통로를 열 수 있도록 안보리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도적 재난 상황이므로 내전과 상관없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루져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국제사회의 입장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구호품 통로가 추가로 열리지 않으면서 시리아 지진 피해자들은 준비된 구호품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유엔의 이런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이미 이용한 적이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통로가 있음에도 유엔이 안보리 결의를 운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의 이런 태도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일원화하고 자기 통제하에 두려는 시리아 독재 정권에 대한 유엔의 유화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리아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사회 지원을 반군 지역에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구호품을 무기화했는데 유엔이 시리아 정부와 협력함으로써 결국 시리아 정부의 비인도적인 행동을 묵인한 꼴이 됐고, 지진 피해 상황에서도 안보리 결의를 내세우며 추가 통로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적 의견을 가진 인사들과 국제단체들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국제정치 때문에 결국 시리아 정부의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행위를 정상적인 정치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런 국제정치 때문에 결국 지진 피해 상황에서도 시리아 사람들은 제대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전쟁을 피해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시리아 난민들은 지진 이후 하루에 수천 명씩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고 있다. 여전히 위험하고 생존이 어렵지만 튀르키예에서 지진 후 시리아 난민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노골적으로 표출되면서 더이상 머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진 이후 시리아 반군 또한 일시적으로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귀국 행렬이 이어지게 됐다. 튀르키예는 지진 피해 복구가 끝나면 난민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현실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튀르키예 내에서 커져가는 반난민 정서에 기대 정치권에서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시리아 정부가 반군 장악 지역 대부분을 탈환했고 현재 반군은 이들리브주만을 장악하고 있다. 반군 외에도 다른 세력들이 북부와 동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남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무장세력과 시리아 정부 사이 충돌이 계속되는 등 시리아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다. 반군의 성격도 애초 시리아 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집단에서 많이 변했다. 반군 내부의 싸움으로 현재는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 집단이 세력을 잡고 있고 국제사회는 이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군 장악 지역과 내전이 진행 중인 곳에 사는 주민들은 여전히 매일 생존의 위협을 겪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지진으로 엎친 데 덮친 최악의 상황이 됐다. 그런데 지진 피해 상황에서도 내전이 걸림돌이 돼 인도적 지원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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