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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 시리즈 1 위기의 세계를 바꿀 세계시민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24. 12. 2. 11:17
지금처럼 세계평화가 절실한 때도 드물었던 것 같다. 지난 수십 년의 세계를 뒤돌아보면 금융위기, 테러 확산, 코로나19 등 세계인의 삶을 뒤흔든 굵직한 사건들이 연속해서 있었다. 그때마다 세계는 국익에 따른 이견이 존재함에도 어쨌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았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모든 국가와 사회가 밀착되고 고도화된 세계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문제인 전쟁, 기후 위기, 경제 문제 등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가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공동의 이익에는 관심이 적거나 공존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히려 각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아직은 최악의 위기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와 세계인은 각자의 문제와 생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타국, 타인의 피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각자 눈앞의 자기 이익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만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중 하나는 국가와 주류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 또는 특정 집단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또는 감수해야 한다는 보수적이고 비민주적인 사고가 여전히 다수 국가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는 특히 대다수 국가에서 경제 권력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국가와 사회를 장악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주류 집단이 세계적 사건의 영향에 가장 취약하고 거기에 즉시 노출되는 약자 집단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 국가 및 사회 안에 만연한 이런 사고는 국제사회에도 확산되어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전쟁, 기후 위기, 경제 문제 등과 관련해 다수가 소수를, 그리고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무력 충돌 및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기후 위기와 세계의 빈곤층에게 치명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그리고 수십 년 전보다 공존의 사고가 퇴보한 현재의 세계에서 ‘세계평화’는 간지러운 구호가 아니라 절실한 필요가 됐다.
전쟁, 기후 위기, 경제 침체 등은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몇 개의 문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영향과 파급력은 지대하다. 이와 관련해 다른 여러 문제가 야기되고, 나아가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 인명 피해, 사회 파괴, 인도주의 재난, 전쟁 범죄 등의 문제를 만드는 전쟁은 동시에 세계 경제 상황 악화, 빈곤층 확산, 탄소 배출 증가와 기후 위기 악화 등을 야기하고 있다. 기후 위기 문제는 경제 문제의 악화, 빈곤층과 빈곤국의 생존 위기, 수자원이나 토지를 둘러싼 무력 충돌 등에 갈수록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전쟁은 농업을 포함한 산업의 생산 악화 및 중단으로 경제 침체를 가져오고 지속적인 경제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기후 위기, 경제 침체 등은 자국 중심주의 및 민족주의 확산, 인류의 공존 방해와 안전 위협, 환경 파괴와 생활환경 악화, 부와 소득의 양극화 심화, 민주주의 퇴보, 폭력 사회의 확산 등 무궁무진하고 포괄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단지 한 국가와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전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한 집단과 개인일수록 부정적 영향에 크게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인의 공존은 물론 각자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도 세계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하는 ‘세계시민’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시민은 global citizen, 또는 world citizen으로도 불리며 정치적, 지리적 경계를 초월해 인류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세계시민은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고를 하고 자신이 속한 국가나 사회, 그리고 민족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아니라 전 세계의, 그리고 전 인류의 이익에 관심을 가진다. 세계의 문제를 곧 자신, 그리고 자신이 속한 국가, 사회,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세계시민의 사고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국가, 사회, 공동체의 이익, 나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세계시민은 ‘or’가 아닌 ‘and’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국익 또는 타국의 이익, 자기 이익 또는 타인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이런 세계시민은 전 세계 국가 및 사회의 평화적 공존, 안전,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로 자신이 속한 국가와 사회, 그리고 세계의 구체적 변화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세계인은 모두 세계시민인가. 그렇지는 않다.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앞서 세계의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알고 이를 세계와 인류의 공동 이익에 맞춰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국내.외 기관 및 단체의 다양한 활동과 캠페인 등에 참여함으로써 변화에도 동참해야 한다. 이런 세계시민은 자기교육이든 교육기관을 위한 교육이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정보의 수집, 비판적 성찰, 재해석,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모니터링 등이 교육의 핵심이 된다.
현재의 세계는 위기에 처해 있고 세계인 모두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평화적 공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세계시민이 필요하다. 세계시민은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고 세계시민교육은 가치, 태도,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삼는다. 가치의 변화는 현재 세계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자기 국가, 사회, 공동체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자기중심적 가치에서 공존의 가치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공존을 통한 인류 생존에 대한 비전도 있어야 한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자신이 속한 국가, 사회와 연결지어 사고하고 자신의 문제로 삼는 태도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은 공존의 세계를 위한 행동의 변화다.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많은 세계시민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정치인, 운동가, 그리고 많은 기관과 단체가 있지만 그들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제대로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세계시민의 지지와 감시가 필요하다. 동시에 세계의 공존을 해치는 국가, 비국가세력, 정치인, 기업인 등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제재도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은 세계시민이 많아질 때 더욱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시민을 많이 기르기 위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다양한 형태의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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