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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24. 6. 14. 14:46
소설 얘기가 아니다. ‘전쟁과 평화’는 지금 인류에게 가장 절실하고 동시에 유감스럽게도 민감한 이슈다. 절실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두 곳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전쟁, 또한 가장 심각한 인도주의 재난을 야기한 전쟁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도 계속되며 비극적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3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이 오히려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자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국경지대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전엔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의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우방국 벨라루스와 함께 핵무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는 이미 많은 민간인이 살해됐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옥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가자지구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전쟁 속의 일상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들의 지옥 같은 일상을 끝내기 위해 종전이, 그리고 전쟁 없는 평화가 절실하다.
전쟁의 종식, 그리고 평화를 얘기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것이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의지가 강하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에 은근히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주길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해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러시아가 다시는 유럽 국가들을 침공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한 계속 무기를 지원할 생각이다. 우크라이나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종전’은 마치 금기처럼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도 전쟁을 계속하길 원한다. 그러나 분위기는 전쟁 초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작년 말의 여론조사를 보면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 또한 올해 4월 여론조사에 의하면 45%만이 우크라이나가 과거 국경을 회복하면서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 2023년 2월 조사에서 나타난 74%와는 격차가 크다. 젊은 세대(18-35세)는 더 비관적이어서 37%만이 영토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의 최초 목표는 손톱만큼의 영토도 뺏기지 않은 채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영토의 약 20%를 러시아에 뺏겼고 회복할 가능성도 없다. 거의 반의 국민이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을 계속할 이유는 무엇인가? 반 이상의 국민이 전쟁을 지지한다고 해도 다른 반 정도의 국민이 종전을 원한다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방색 셔츠를 입고 서방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종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마치 전 세계에 함부로 종전 얘기는 꺼내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여전히 민감한 이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는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다. 6월 1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낸 휴전안이 통과됐다. 3단계로 구성된 휴전안은 6주 간의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밀집 지역 철수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영구 적대행위 중단, 그후의 가자지구 재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다른 주장을 하면서 아직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는 휴전이 아닌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전멸시키기 전에는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둘 다 안보리 휴전안을 공식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하마스에게만 휴전안을 수용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은 한 명의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하는 전쟁이다. 그런데 여전히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서 전쟁이 시작됐으니 이스라엘에게 종전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하마스의 공격을 받았다고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차별로 학살하고 고의적으로 구호품 공급을 막아 어린이들까지 영양실조로 사망하게 만드는 전쟁범죄가 허용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미국무부 장관도 공격당했다고 이스라엘에게 민간인 살상이 허락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계속 무력 분쟁 중이었고 그 분쟁의 뿌리는 70년 이상 이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과 폭력적 통치에 있다. 작년 10월 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과 납치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긴 역사적 맥락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의 전쟁은 하루빨리 끝내고 평화를 위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등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다행히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에 동의했지만 그 뒤에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고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일부 세계시민들 외에는 누구도 노골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민감한 이슈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무기 공급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 공급이 없으면 전쟁을 계속할 수 없다.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민간인 피해를 줄일 것과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려고 팔레스타인에 구호품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무기 공급은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당연히 이를 미국이 팔레스타인 공격을 허용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하자 “터무니 없다”며 맹비난했다. 또 미국 의회는 전범으로 체포 영장이 청구된 네타냐후를 초청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국가들은 계속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종전을 위해 이스라엘에 강력한 압력을 넣는 걸 주저하고 있다. 안보리 휴전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수용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만약 이스라엘이 거부한다면 그건 순전히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원 때문이다.
두 개의 전쟁과 관련된 복잡한 상황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전쟁은 결국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쟁과 평화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정치적으로 저울질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은 정치적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막대한 피해 문제 등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전쟁범죄와 인도주의 재난 등 인간사회의 작동 원리와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므로 정치적 시각으로 전쟁과 평화를 저울질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전쟁은 한 마디로 ‘지옥’과 같은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피해야 하는 일이다. 인명 피해는 회복할 수 없고 파괴된 사회의 기반시설 재건에는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걸린다. 인류가 계속 전쟁을 해왔다고 전쟁이 일반적인 정치적 선택지 중 하나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전쟁과 평화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정당한 전쟁은 인정해야 한다고, 그리고 정당하고 불가피한 전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도 그런 전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그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그렇다면 종전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가와 국민이 사는 길이다. 가자지구 전쟁의 경우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전쟁을 개시할 정당한 명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보복을 위한 무차별 민간인 학살과 사회 파괴에 맞춰졌다. 지금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하마스와 다른 무장세력 대원 사망자보다 수십 배 많다. 또한 이스라엘은 무차별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70% 이상을 초토화시켰고 구호품 공급을 막아 주민들이 기아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전쟁에서의 정당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내전이든 국가 사이 전쟁이든 대부분의 전쟁이 이런 모습이다. 이론적으로 정당한 전쟁도 결국 무고한 민간인 살상을 낳고 사회를 파괴하고 후퇴시키는 피해를 낳는다. 그러니 정당한 전쟁을 할 명분이 있어도 하지 않아야 하고, 방어를 위해 시작한 전쟁이라 할지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전쟁의 정당성을 따져 전쟁의 지속을 주장하는 건 반인륜적이고 반인도적이다. 전쟁에서는 인간을 죽이는 일, 인간의 생존을 지탱하는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는 일, 식량을 무기화하고 어린이까지 굶주리게 하는 일, 성폭력을 가하는 일 등이 벌어진다. 국가와 군대는 승리를 위해 이런 범죄 행위를 정당화된다. 이런 전쟁을 평화와 함께 놓고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무조건 전쟁은 반대하고 평화를 지지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그리고 지구촌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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