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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갈등 2 갈등을 예방하는 구조와 문화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8. 11. 30. 11:40
갈등에 취약한 구조와 문화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다른 공동체보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곳으로 생각한다. 개인적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교회는 상당히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런 구조와 문화는 구성원들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목회자들과 교회 대표들은 교회가 타협하거나 조율할 수 없는 기독교 교리와 신앙생활에 초점을 맞춘 신앙공동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신앙인을 키우고 신앙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공동체와 구별되는 엄격한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기독교 교리와 신앙생활을 위해서인지는 의문이다. 단지 교회라는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제도와 공동체를 잘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구조와 문화는 소통과 관계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에 초점을 맞춘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견해를 독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불편해하고 제재한다. 질문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고 그런 사람은 때로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교회의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큰 교회일수록 소수에게 권한과 결정권을 집중시키는 폐쇄적인 구조와 문화를 더 강화시키고 견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수직적 구조와 문화 또한 큰 문제다. 이것은 교회가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하는 공동체라는 것과 모순된다.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했는데 수직적 구조와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그 안에서 위계질서를 받아들이고 통제와 관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모습은 아주 황당하다. 물론 가장 황당한 것은 당사자들이 그런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와 문화는 갈등에 취약하다. 사실 문제는 그런 구조와 문화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신봉하고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충돌과 대립이다. 거창할 것도 없이 사소하게 문제를 지적하거나 반항을 했다 예상치 못한 강경 대응에 놀라서 빈정이 상해 그것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작은 잡음이나 이견인 것 같지만 거기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세대, 계층, 배경, 의견 등을 존중하지 않고 그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구조와 문화다. 교회 밖은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는 민주주의 사회인데 교회 안은 중세나 왕정시대와 같으니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계속 편안하지 않고 반항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불편함과 저항감이 특정 사건이나 상황을 계기로 표출되면 심각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갈등을 예방하는 구조와 문화
교회는 성서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른다는 핑계로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교회 구조와 문화를 정당화한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인간이 만든 신앙공동체인 교회, 그것도 한국교회의 운영 방식일 뿐이다. 물론 교회의 성장과 구성원들의 결속을 위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권리와 욕구를 억압한다면 바꿔야 한다. 또한 교회 내 갈등을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마침내는 구성원들 사이 관계와 공동체까지 깨는 상황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면 반드시 바꿔야 한다.
갈등을 예방하는 구조와 문화는 평등한 관계와 포용에 초점을 맞추고 소통과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와 문화다. 무엇보다 소통의 책임을 목회자나 장로 등 특정 몇 사람의 선택으로 맡겨두는, 그래서 전체 구성원들이 그들의 자의적 선택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동시에 소수에게 집중된 결정권과 힘을 의도적으로 분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 체계와 주요 사안의 공동 논의 및 결정 절차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교회는 아주 특이한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공동체라고 하면서 소수가 결정하고 다수에게는 '지지'를 가장한 '복종'을 요구 내지 강요하는 힘의 관계를 강조한다. 때문에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결정과 지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소통의 절차도 책임도 없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야 하는 구조와 문화는 어떤 곳에서든 문제를 만들기 마련이다.
많은 목회자들과 목회자를 열성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은 목사의 권위가 보장돼야 교회라는 신앙공동체가 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목회자의 권위와 교회 운영은 별개의 문제다. 목회자의 권위는 성서를 해석하고 성서의 가르침을 전달해주는 전문가로 인정받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마치 학자가 자신의 강의나 저서 등으로 학생이나 대중과 소통하고 전문가로서 권위를 인정받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목회자가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 교회 행정과 운영에 대한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또한 교회의 핵심 인물들은 강한 지도력이 있어야 교회가 잘 운영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신앙공동체의 정체성 유지나 일반 상식과는 상관 없이 그런 비민주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자신의 한계와 성향을 드러내는 주장일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민주적 운영, 평등한 권리와 소통, 공동 논의와 결정 등을 원하는 구성원들과 충돌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대부분의 공동체가 그렇듯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부분이 갈등이 생기면 힘이 없는 쪽이 패하거나 포기하고, 그도 아니면 죽도록 싸우다가 힘이 적은 쪽이 나가거나 목회자를 내보내는 '사랑'을 강조하는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갈등이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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