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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갈등해결 4 약자는 왜 갈등을 만드나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8. 11. 14. 11:43
약자의 전략적 선택
갈등은 관계에서 생긴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관계가 없다면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다. 때문에 갈등은 평소 잦은 접촉이 이뤄지고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거나 있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생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이 불안한 마음으로 갈등을 마주하고 그런 상황을 아주 불편해한다. 그런데 이런 갈등을 이해할 때 눈여겨봐야 할 점은 사람들 사이에 흔히 만들어지는 힘의 관계다. 나이, 직위, 교육수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가지고 있는 정보, 인맥, 취향 등과 관련해서도 사람들은 누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보다 힘이 있거나 없는지를 파악해 힘의 관계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그 힘의 관계가 대가족, 회사, 단체 등 집단과 조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소속된 구성원들의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람 사이에 서열이 형성되고 지나치게 협력과 존중, 공사 구분도 없이 상명하복만 강조되는 등 바람직하게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과 관계에서 가장 고달프게 사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나이가 어리고 직위가 낮은 사람, 대가족 내에서 서열이 낮은 사람, 집단에 소속된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이나 인맥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다.
그런데 인간은 항상 변화를 추구한다. 특별히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그것을 바꾸려는 거부할 수 없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사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그래서 문제 의식을 갖고 변화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편한 관계, 구조, 문화 등을 바꿀 필요가 없고 오히려 현상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약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약자는 자신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힘을 키우고 적당한 때가 됐다고 생각할 때 갈등까지 감수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게 생기는 것이 바로 약자가 전략적으로 선택해 만드는 갈등이다. 우리가 사는 다양한 집단과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갈등이다. 물론 약자에게는 절대 안전하지도, 반드시 변화를 보장하지도 않는 갈등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변화의 욕구 때문에 생겨야 할 갈등은 생긴다. 그리고 약자가 원하는 공정하고 평등한 관계로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으면 비슷한 갈등은 반복된다. 그러니 약자가 하는 문제 제기와 저항을 쉽게 보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으로 오판하면 안 된다.
변화를 위한 단계적 구상약자에게 갈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준비해서,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드는 갈등이라면 더 그렇다. 어렵게 문제를 제기한 약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변화의 목표를 달성하길 원한다. 그런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갈등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주변이나 소속된 집단의 지원이 없고 오히려 방해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조금의 변화도 없이 근본원인은 그대로 있고 지엽적인 문제만 일단락되는 일이 흔하게 생긴다. 상대적으로 강한 쪽이 자신이 편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관계, 구조, 문화를 유지시키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도전 앞에서 약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교한 계획과 실행, 그리고 단계적인 구상과 장기적인 변화의 비전이다. 어느 수준까지 갈등을 전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임할 것인지, 한번의 갈등으로 어느 정도의 변화까지 달성할 것인지, 그리고 장기적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상한 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적어도 상세한 계획과 시간표를 가지고 있을수록 좋다.
권리를 찾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지지자들과 함께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방식은 공격적이 아니라 상호 이익을 위한 건설적 접근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싸움이 아니라 반드시 대화를 통해 문제를 다루고 해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상세한 계획, 구상, 원칙이 없이 문제 제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치열한 싸움과 갈등 후 예전보다 못한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의 재발을 원치 않는 조직이나 집단이 갈등 후 서열과 관리 체계를 더 강화해 약자에게 한층 불리한 구조와 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갈등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갈등을 만드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최소한 갈등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상황을 만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힘들게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갈등 후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각자의 선택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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