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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갈등 1 인간 공동체의 갈등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8. 10. 29. 16:27
교회갈등의 경험
'갈등'은 교회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 단어인가? '교회'와 '갈등', 이 두 단어는 부자연스런 조합인가? 첫 번째 글은 이 두 개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교회 내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그안의 다양한 일에 조금 깊숙히 관여해 본 사람들은 한 번쯤은 갈등을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중 일부분은 상당히 심각한 갈등에 직면해 결국 동료 교인 일부를 떠나보냈거나 자신이 떠났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갈등'을 교회와 맞지 않는, 또는 교회 안에서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단어로 취급한다. 아마도 사랑과 용서의 가르침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강조하는 교회와 갈등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갈등은 교회 안에서 흔하게 생기고, 일단 갈등이 생기면 잘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두 가지 결말이 나타난다. 하나는 교인들이 갈라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회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런 식의 갈등이 한국의 교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갈등을 연구한 데이빗 R. 브루베이커(David R. Brubaker)는 2004-2005년 미국 서남부의 100개 교회를 조사했는데 그중 45%의 교회가 조사가 있을 당시의 최근 5년 동안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그들이 겪은 갈등은 특별 회의를 소집하고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만큼 심각한 것이었다. 그중 67%의 경우 목회자가 갈등의 주요 당사자 중 하나였고, 48%가 지도력이 주요 현안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결과였다. 가장 일반적인 결말은 사람이 떠나는, 다시 말해 목회자가 떠나는 것이었다. 미국 특정 지역의 상황인데 한국의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교회는 인간 공동체
교회는 기독교 신앙공동체다.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을 전문가, 그러니까 목회자의 도움을 받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향상시키고 확고히 하기 위해 교회를 만들거나 교회에 간다. 모두 자발적이다. 교회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구성원들이 기독교의 교리를 익히고 그에 따라 신앙생활을 잘 하게 하는 것에 맞춰진다. 이런 목표의 달성을 위해 교회에서는 신앙의 동료들 사이 사랑, 용서, 배려, 관용 등을 강조한다. 동시에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구조와 실행 체계도 만든다. 이것은 서로 보살피면서 신앙생활을 잘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를 잘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앙공동체인 교회는 다른 공동체와는 다른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엄밀히 따지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참여하는 동호회나 공부모임 등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더 규모가 크고 조직화되어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잘 살피고 분석하면 비슷한 점들이 더 확실해진다.
인간 공동체 안에서는 반드시 갈등이 생긴다. 그것은 사람 각자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품성, 생각, 행동방식 등을 가지고 있는 데서,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서 연유한다. 그러니 갈등의 발생과 존재 자체를 부자연스럽거나 나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회는 갈등을 겪는 것 자체를 매우 부자연스럽고 부정적인 상황으로 본다. 갈등이 신앙동료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나아가 신앙공동체인 교회의 안위를 위협해서 많은 구성원들의 신앙생활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 갈등을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는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로 취급하기도 한다.
갈등에 부정적인 교회의 정서와 시각은 결국 갈등 발생에 기여한 사람이나 갈등 당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가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런 사람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또는 일부 구성원들의 제재, 관리, 압박이 이뤄지고 심할 경우 퇴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갈등, 또는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오히려 갈등을 악화시키고 최악의 결과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의 부정적 시선과 제재, 그리고 불편한 사람을 퇴출시키는 결과 때문에 어쩌다보니 갈등 발생에 기여했거나, 또는 변화를 원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일반적 상황과 대응방식 때문에 '갈등'은 여전히 교회 안에서 용인될 수도, 언급될 수도 없는 단어로 취급받고 있다. 갈등을 겪는 수많은 교회와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현실과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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