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갈등해결 2 갈등을 만들 것인가

갈등은 불편한데...

이전 글에서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할 것을 권했지만 갈등은 생각만 해도 불편한 일이다. 갈등 있는 삶과 없는 삶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누구든 갈등 없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갈등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힘든 것은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갈등과 관련해 상대편을 비판하고 그에게 책임을 돌리면서도 사람들은 갈등에 직면한 자신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갈등에 직면한 자신을 돌아보고 (비록 상대편에는 그런 자신을 숨기지만), 자신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를 점검하며, 되도록 타인의 평가를 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 혼자서 갈등을 '정리'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갈등이 불편하고 갈등에 직면한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해도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은 언젠가는 생기고야 만다. 특별히 갈등 현안이 적어도 한 편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에 관련돼 있고, 그로 인해 만족스럽지 않은 환경, 관계, 상호작용이 유지되고 합리성, 정당성, 공정성이 결여된 상황으로 판단되면 말이다. 이런 상황이 힘에 의존하는 관계와 대우, 물질적 이익 충돌, 권한과 책임의 분배, 행동의 제약 등 구체적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관계와 환경을 영원히 묵과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그 문제를 지적할 최소한의 힘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불편하고 해결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문제를 표면화시킬 것이냐, 다른 말로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을 만들 것이냐를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관계와 환경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갈등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접 관련돼 있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관계의 균열을 예상하면서, 무엇보다 자기 삶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영향이 올 것임을 직감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을 만드는 이유는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갈등이 생겼을 때 감수해야 할 불편함보다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참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고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갈등은 발생 그것 자체로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갈등은 변화의 기회가 된다. 그런데 그것은 대응과 해결을 잘했을 때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설득력있게 전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고, 결정적으로 상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고 결심해야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쉽지 않다. 그리고 갈등을 감수하고 문제를 제기할 때는 최소한 현재의 관계보다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그렇게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물론 갈등의 해결이나 상대의 부정적 대응에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목표고 상대와 완전히 관계를 끊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목적으로 해서 갈등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갈등은 적어도 변화를 향한 강한 욕구와 필요를 내포하고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방식도 선택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갈등을 통해 관계와 상황을 개선 내지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갈등을 전개하고, 힘든 시간과 과정을 감내하며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변화가 절실하다면 갈등을 만들 이유는 충분하다.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변화를 위한 갈등은 당연히 바람직한 선택이다. 인간은 인정받기를 원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것을 누군가 부당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방해한다면 그것을 끝까지 참기는 힘들다. 그러니 갈등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느날 계획 없이 폭발하는 것보다 최대한 잘 준비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그리고 사실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과 관계가 존재하는 한 갈등 또한 잠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또는 충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방출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것이 바로 갈등을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