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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갈등해결 3 세계관 갈등은 어떻게...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8. 10. 4. 11:49
세계관 갈등이란
언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세계관 갈등(worldview conflict)은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세계관은 개인이나 집단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체계와 방식으로 가치체계와 행동을 좌우한다.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세계관은 자기 정체성의 일부이고 당연하고 자연스런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알고 있다 해도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세계관에 직면할 때, 특별히 특정 현안을 다르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만날 때 자신의 세계관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것과 다른 세계관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관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보통 세계관 갈등 자체는 잘 드러나지 않고 특정 현안을 둘러싼 다른 입장과 이익의 추구에 따른 갈등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세계관의 차이는 거의 모든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명절 때 대립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자연 개발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중.고등학생 두발 자유화에 찬성과 반대를 표하는 사람들, 낙태금지법 폐지에 찬성과 반대를 표하는 사람들 사이 갈등의 뿌리에는 항상 다른 세계관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관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원인이 된 갈등은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세계관이 내재되지 않은 갈등은 거의 없다. 세계관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모두 각자의 세계관에 따라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해석하고 취할 이익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관, 기업, 집단 등도 모두 자기만의 세계관과 그에 따른 구조, 문화,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관 갈등은 해결 불가능한가?
그렇다면 세계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관 갈등은 인지하고 분석했다 하더라도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 사실은 해결할 필요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관은 인간의 자연스런 차이이고 누구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다른 세계관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한 쪽이 다른 쪽의 세계관을 부정하고 바꾸려 한다면 당연히 대립이 생긴다. 그것은 곧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자기 부정을 강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결해야 할 것은 세계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기초해 특정 현안에 대응하는 방식이고 그것을 통해 얻으려는 이익과 필요를 둘러싼 갈등이다.
세계관 갈등을 연구한 제인 도처티(Jayne Docherty)는 1993년 4월 미국 텍사스주 와코(Waco)에서 컬트 종교집단인 브랜치 다비디안(Branch Davidians)과 FBI 사이에 있었던 협상을 분석했다. 그녀는 FBI가 자신의 세계관에 갇혀 브랜치 다비디안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협상에 실패했고 무력 진압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방대한 양의 협상 테이프를 분석한 그녀는 FBI가 종말을 기다리던 종교집단 지도자 및 구성원들의 세계관과 그에 기초한 그들의 언어를 이해했다면 21명의 어린이와 2명의 임산부를 포함해 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사건을 사례로 세계관 갈등을 연구한 도처티는 갈등과 대립의 현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고 우선적으로 세계관의 차이에 대한 상호 인정이 있어야 갈등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세계관 갈등은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인정해야 할 것인 셈이다. 자신의 정체성 및 존재 이유의 토대가 되는 세계관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계관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친 갈등에 대응할 때는 두 가지 방식이 필요하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관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고, 다른 말로 세계관을 문제로 삼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드러난 특정 갈등 현안과 해결책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사에 대한 다른 인식과 이해가 아니라 제사로 인한 불편함과 노동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다움과 두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권의 존중에 초점을 맞추고, 자연보호 주장이 아니라 케이블카 건설이 특정 산에 가져올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관의 차이가 가장 큰 문제라면 갈등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선택하는 방법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종교, 정치 성향, 낙태나 성소수자 등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한 논쟁을 피하는 것이 그렇다. 다른 사람의 세계관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상에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명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명백한 반인권, 반인도주의 등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것은 특정인의 세계관에 대한 정면 도전과 갈등의 형성보다 캠페인, 법개정, 교육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접근을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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