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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과 갈등의 해결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8. 6. 15. 09:35
낮은 투표율과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
지방선거가 끝났다.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예상한 대로 여당이 거의 싹쓸이를 했다. 다만 그 싹쓸이가 전대미문의 수준이라 좀 놀라울 뿐이다. 사실 가장 놀라운 것은 60.2%라는 투표율이다. 이 숫자는 두 가지 면에서 놀랍다. 하나는 이것이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60.2%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단순히 계산하면 이것은 누군가 50% 이상의 지지로 당선됐어도 사실은 전체 유권자 중 30%의 지지만 받았음을 의미한다. 8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유권자 반 정도의 지지를 받는 것이 된다. 그런데 많은 당선자가 전체 유권자 30%의 지지도 못 받고 당선됐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과 여러 직책을 맡을 사람을 한꺼번에 뽑아야 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모든 유권자가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투표했는지는 의문이다. 당을 보고 뽑았거나, 아는 사람이나 현직을 뽑았거나, 적당한 사람이 없어 차선을 택했거나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정말 자신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정치적 절차를 담당할 사람을 뽑기 위해 투표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낮은 투표율과 함께 이런 사정까지 감안하면 지방선거가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절차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투표율을 높이고 유권자의 신중한 선택과 선출된 정치인의 책임을 강조해야 하겠지만 현실적 간극을 메울 장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바람직한 접근은 낮은 지지율로 선출된 정치인과 그들이 구성한 시.도의회에 결정을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절차와 결정에 시민을 참여시키는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다. 중요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시민이 의견을 개진하고, 특별히 지역과 관련된 정책과 공공사업이 있다면 시민이 직접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시민참여와 갈등의 해결
민주주의가 성숙될수록 사회는 시민을 참여시킬 다양한 방안을 고민한다. 시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논의와 결정을 선출된 정치인과 행정관료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것은 법적 타당성을 지닐 수는 있지만 민주주의의 가치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선출된 정치인이 변심하거나 선거 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정책, 법, 사업이 만들어진다면 그에 대해서는 시민의 검증과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시민을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실행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히 정책과 각종 공공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시민참여는 적극적으로 독려되고 모색돼야 하는 일이다. 단순히 설문에 답하거나 평가를 하는 시민참여를 넘어 시민과 공공기관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다양한 과정은 공공기관과 시민의 필요 및 이익을 충족시키고 갈등을 잘 해결하는 데도 기여한다. 공공갈등의 해결을 위해 이미 1970년대부터 다양한 시민당사자와 대화하고 합의하는 방식을 실행한 미국에서는 이것을 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로 본다. 현실적으로 공공기관이 갈등의 당사자와 함께 갈등을 예방하고 잘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효용성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것이 적극적인 방식으로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현재 최소한의 수준에서, 그리고 갈등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시민당사자와의 대화와 합의를 통한 갈등의 예방과 해결을 더욱 확대시키고 공식절차화 할 필요가 있다. 갈등에 잘 대응함으로서 정책과 사업을 잘 진행할 현실적 필요에 더해 그것이 낮은 투표율과 행정의 정치화 및 관료화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화와 합의의 갈등해결 방식이 시민참여의 가장 바람직한 방식도 정답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갈등이 많고, 그중에서는 공공갈등이 가장 많으며, 그중 많은 경우가 정치인과 행정관료 집단의 일방적 결정에서 비롯되는 것을 생각하면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가장 유효한 방식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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