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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갈등해결 5 명절 때문에 갈등이?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9. 2. 1. 10:06
명절이 싫은 사람들
또 명절이다. 일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변한다. 명절을 앞두고 명절증후군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별 탈없이 명절을 잘 지내기 위한 팁까지 나오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변했음을 말해준다. 한동안 명절에 며느리를 '가사도우미'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젠 그것도 시들해졌다. 비록 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는 명절에 친정과 시댁 중에서 어디에 먼저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실제로 그 문제를 두고 싸우는 부부들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남편들은 당연하게 시댁에 먼저 가야 한다고 하고, 아내들은 한번은 친정에 먼저 가고 싶다고 말한다. 많이 양보한 것인데 기득권을 가진 시댁과 남편은 이마저도 도발로 생각한다. 온갖 '꼰대'를 한꺼번에 봐야 하는 사람들 또한 명절을 싫어한다. 욱해서 한바탕 싸움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전문가들은 싸움이나 갈등을 만들지 않고 명절을 잘 지낼 방법을 충고하곤 한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명절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잠재적으로 존재하던 갈등이 명절을 맞아, 또는 직후에 표출되는 것이다. 평소에 피하거나 대충 넘기다가 주변의 시선과 압력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명절이라는 상황을 억지로 견디다가 폭발하는 것이다. 이런 갈등의 근본원인은 가족 안에 존재하는 힘의 구조와 문화다. 대부분 시댁과 남편은 갑이고 친정과 아내는 을이다. 갑은 기득권과 우선권을 주장하고 을은 백번 양보해서 예의와 배려를 기대한다. 집안 '어르신'들은 두말할 필요없이 갑이고, 형제.자매 사이에도, 며느리들과 사위들 사이에도 모두 힘의 관계가 존재한다. 이 힘의 관계는 명절이 아닌 평소에 유지되고 공고해진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직접 보지 않아도 되니 혼자 욕하면서 견딘다. 그러다 명절에 절실하게 그 힘의 관계를 경험하고 감정이 폭발한다. 그러니 명절이 아닌 때에 바꾸지 않으면 명절도 편히 지낼 수 없다.
갈등, 만들어야 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 안에서 생기는 갈등을 금기시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욱이 힘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는 항상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힘의 관계를 강조하고 그렇게 유지된다면 가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상대적 강자는 그런 가족 구조와 문화를 즐기겠지만 상대적 약자는 항상 변화를 갈망한다. 가족 안에서도 힘의 관계를 바꾸려는 약자와 바꾸지 않으려는 강자 사이에 불협화음과 대립이 생긴다. 그렇다면 간헐적으로 싸우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보다 공식적으로 갈등을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 갈등을 만들다 아예 관계가 절단나면 어떻하냐고?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다. 최선을 다해 건설적으로 갈등을 만들고 대화를 해야 하지만 상대가 모든 것을 거부한다면 그건 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한 사람의 권리와 인생과 미래가 걸린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소한 투정이 아니라 정의의 문제기 때문이다.
성찰하고 고민하는 약자들은 항상 갈등을 만든다.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시끄러운 일이 생기고, 그럼에도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은 약자가 강자에게 지속적으로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금씩이라도 약자의 형편이 나아졌던 것이다.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제는 갈등을 '잘' 만들고 전개해야 변화를 만들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선택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유지하고 싶은 관계일 경우에 해당되니 말이다. 갈등을 잘 만들려면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보다 될 수 있으면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합의할 의지가 있음도 함께 표명해야 한다. 지지자나 협력자와 함께 하면 더욱 좋다. 그리고 비록 가족 안에서지만 이 모두를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적인 투정이나 사소한 저항으로 취급될테니 말이다.
뿌리깊은 문제와 갈등은 힘의 관계를 깨고 공정하고 평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갈등이 있어야 사라진다. 그러지 않으면 비록 큰 힘은 없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사소하게 저항하는 약한 쪽과 그것을 막고 거부하는 강한 쪽 사이에 계속 대립과 다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족 안에서도 변화를 원한다면 정식으로 갈등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명절도 편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명절은 코앞이니 다음 명절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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