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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대화&협상, 우울한 시민의 소회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9. 5. 1. 09:10
독재, 헌법수호?
‘독재’가 유행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 중 자기 맘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독재’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헌법 수호’ 같은 얘기도 한다. 그 두 마디를 내세워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 아무런 기득권을 가지지 못하고 ‘독재’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불이익을 당했던 사람들에게는 기가 막힌 얘기다. 자신들이 그렇게 국회에서, 그리고 광화문에서 ‘독재’를 외칠 수 있는 것 자체가 ‘독재’가 아니라는 증거다. 그렇지만 진짜 독재 시대에 편안하게 살았던 그들은 독재를 모른다. ‘헌법 수호’는 개가 웃을 일이다.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거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합법’이 아니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정치적으로 ‘바람직하거나’ 또는 ‘바람직하지 않거나’가 있을 뿐 위법은 있을 수 없다. 입법기관인 국회는 항상 새 법을 만들거나 법을 수정하는 일을 한다. 자유한국당은 법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헌법 수호’를 외치는 모양인데 그럴거면 국회의원을 그만둬야 한다. ‘헌법 수호’는 무지한 지지자들을 계속 무지하게 놔두기 위한 전략이고, 무지하지 않은 국민을 우롱하는 말이다. 법을 어기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들이 ‘헌법 수호’를 외치니 그것 또한 기막힌 일이다.
일이 일단락됐지만 개운하지 않다. 오히려 우울하다. 국회에서 벌어진 육탄전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며칠 동안 뉴스를 멀리했다. 그후의 진행 상황에는 블랙코미디가 섞여 있어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승리했다고 자축하는 민주당을 보는 것도, 여전히 ‘독재’라 외치며 결사 항전을 다짐하는 자유한국당을 보는 것도 우울하다. 국회가 다시 개점휴업이 되고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된다.
국회의 대화&협상 능력은...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미드는 ‘웨스트윙’이었다. 백악관 참모들이 근무하는 웨스트윙의 이야기를 다룬 이 미드에서는 백악관 참모들이나 의원들의 정치 협상 장면이 자주 나온다. 법안이나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당의 의원들까지 찾아가 협상하고 때로는 정보와 전략을 동원해 교묘하게 압박하기도 한다. 미국 정치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그것이 상식이었다.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몸으로 부딪치는 모습을 연출했던 시절에 봤으니 신선함과 동시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지금은 안하무인, 독불장군 트럼프 때문에 그런 정치가 조금 빛이 바랜 것 같지만 말이다.
일전에 갈등 관련 정부기관 회의에 갔다가 ‘대화와 협상이 가장 필요한 곳은 국회’라는 얘기를 했었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정치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 국회다. 거기서 과거와 같은, 어떤 면에서는 과거보다 더한 육탄전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국회의원 모두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한 일이 워낙 중대하고 충격적이어서 사람들의 분노가 거기로 향해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국민은 그런 장면을 만들어낸 국회 때문에 충격을 받았고 자괴감을 느꼈다. 대화와 협상이 없었다고 하면 나름대로 노력했던 의원들은 섭섭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는 어쨌든 결과로 얘기한다. 이번 결과는 국회가 대화와 협상을 능숙하게 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적어도 그것은 인정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한심하고 수준 미달인 행동과는 별개로 말이다. 시민인 나는 언제까지 미숙하고, 안하무인이고, 오만한 정치인들을 봐야 하는지...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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