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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의 사람들, 그리고 갈등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9. 6. 7. 10:26
조직 안의 갈등, 조직 안의 삶
갈등해결에 대한 강의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이 조직 안에서 겪는 갈등에 대해 얘기한다. 기업, 시민단체, 종교공동체, 학교 등 인간이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모든 조직 안에는 갈등이 있다. 갈등은 같이 일하는 사람 사이에 생기고 조직은 흔히 갈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것처럼 갈등과 분리된다. 갈등이 사람 사이에 생기는 문제로 이해되기 때문이고, 조직이라는 무생물의 주체가 사람 사이의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 생기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모두 조직 구조와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아주 자주 그 구조와 문화를 장악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조직 구조와 문화, 그리고 그것을 장악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원인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조직 안의 사람들은 그런 원인은 잘 거론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건드릴 수 없고, 건드려도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기본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 생기고 조직 안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이 조직 안에서 관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 사이의 갈등은 사적일까, 공적일까? 때로 사적이고, 때로 공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 생기는 개인 사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조직과 관련돼 있고 그러므로 사적으로 보이지만 공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함께 일하고 논의하고 생활하다가 생기는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두 조직의 문제로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조직은 그런 점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 사이 갈등의 해결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갈등을 개인화시켜 개인에게 발생과 해결의 책임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갈등이 길어지면 조직 분위기를 해친다며 빨리 해결하라고 압력을 가할 뿐이다.
갈등 민감형 체계&문화 만들기
조직 안에서 생기는 갈등과 관련해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일과 인력의 조율 문제다. 즉 누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의 문제다. 흔히 새로운 일의 분배 및 부과 등과 관련된다. 다음으로 많이 얘기하는 것은 일을 하는 방식과 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의 차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문제들, 그러니까 일의 분배, 일의 감소, 개인 업무 방식과 생각의 변화 등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갈등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다. 지금은 넘길 수 있어도 곧 비슷한 갈등이 재연된다. 근본적인 원인, 바로 인적 자원과 일의 양, 일방적 결정과 소통의 부재, 수직적 구조와 문화 등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또는 상호 존중과 인정이 없는 업무 환경 등이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갈등에 직면하면 이런 문제는 너무 근본적이거나 민감해서 다루기 힘들다. 그러므로 예방이 가장 좋다. 그런 원인으로 인한 갈등의 경험이 있다면 비슷한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갈등이 없을 때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갈등민감형 체계와 문화 만들기>를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몇 가지는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다.
1. 업무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문서 만들기
업무의 혼동과 새로운 업무의 분배 때문에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필요한 일이다.
문서에 담지 않은 전혀 새로운 일이 생긴다면 함께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2. 공.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관계, 구조, 문화 만들기
우리 사회의 조직 안에서는 흔히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가 섞이는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적정선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좋다.
3. 사적 선택과 권리를 존중하는 구조와 문화 만들기
일과 관련되지 않은 순수하게 개인의 취향, 방식, 기호 등의 문제에는 조직이나 구성원이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공적인 것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다면 함께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4. 갈등 예방과 조기 해결을 위한 소통, 지원, 개입 체계 만들기
개인 사이의 갈등이 모두와 관련돼 있거나 조직의 체계나 구조에서 기인한 경우엔 조직 구성원들
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함께 일하다 생긴 문제라면 조직이 당사자 사이 대화와 해결을 지원해야 한다.
5. 힘의 관계가 갈등 발생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하기
조직 안에서는 직급과 역할 등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 힘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 힘이 모든 것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일에 대한 것에 머물도록 세심한 관찰과 경계가 필요하고,
때로는 절대적 강자와 약자 사이 문제를 공동으로 다루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6.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듣는 열린 문화와 구조 만들기
다양성은 조직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한다.
조직이 공식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고 구조까지 갖춘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
차이로 인한 대립과 충돌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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