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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테러와 죽음의 나라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6. 7. 8. 16:08
테러의 표적이 된 해방의 나라
이라크에서 지난 3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사망자가 7일 현재(현지 시간) 29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200명이 넘는다. 이것은 앞으로 사망자가 늘 수 있음을 의미한다. 테러는 바그다드의 카라다 상업지구에서 발생했고 라마단 기간 중 낮 동안의 금식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하거나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무차별 희생당했다. 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고 두말할 필요 없이 무고한 시민들을 타겟으로 한 테러였다. 이번 테러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7일 오후에는 바그다드에서 약 80킬로 떨어진 시아파 성지에서 또 수 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숨지고 52명이 부상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에서는 6일(현지 시간) 영국의 이라크 참전을 조사한 이른바 '칠콧보고서(Chilcot Report)'가 발표됐다.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회가 7년 동안의 조사를 마치면서 12권으로 정리한 보고서의 결론은 한 마디로 영국의 참전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 판단, 의도적 정보 왜곡, 섣부른 결정으로 참전이 이뤄졌으며, 대규모 민간인 피해와 아랍국가들의 저항 가능성을 알면서도 영국이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참전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을 '불법 침공'으로 명확히 규정했다고 한다.
9.11 테러 다음 해인 2003년 미국의 부시 정권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 무기를 색출하고 생화학 무기 제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다. 그러나 후에 그것은 모두 근거없는 정보임이 밝혀졌고 이라크 침공은 결국 후세인에 대한 부시의 지독한 증오와 그것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는 세력들의 합작품이라는 주장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미국은 후세인을 몰아내 이라크를 독재에서 해방시킨 것처럼 뻐겼고 나중에 후세인까지 잡아 처형함으로써 이라크 침공의 실제 목적을 달성했다.
문제는 그 후 이라크의 상황이다. 그전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이라크는 후세인 시절보다도 못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국가재건을 완수하지도 정부도 안정화시키지 못했다. 의회는 여전히 정파로 갈갈이 찢겨져 있다. 더 심각한 것은 9.11 이후 전 세계를 겨냥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IS라는 급진이슬람주의 조직이 이라크 일부를 장악했고 그 결과 이라크가 테러의 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를 설명하면서 외신들이 2003년 이후 최악의 테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라크에 테러가 만연하게 된 근본원인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테러와 죽음에 대한 책임은...
칠콧보고서는 2003년 3월-2006년 6월 이라크 전쟁 동안 최소 15만 명의 이라크인이 죽임을 당했다고 밝혔다. 실제 사망자 집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숫자는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여러 통계 중 가장 적은 수치를 적용한 것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물론 전쟁이 이라크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다방면에서 조사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사실 더 궁금한 것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간접적 사망자와 이라크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무수한 테러와 사회 파괴로 인한 희생자들 수다. 아마 소수 기득권자들을 빼고 거의 모든 이라크 국민들이 이미 희생당했거나 지금도 희생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칠콧보고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 침공이 정당성이 전혀 없는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부시와 블레어의 사적 친분과 이라크 상황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 그리고 짐작컨데 후세인에 대한 병적인 증오에 근거해 내려진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이라크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편협하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미국과 영국 지도자들의 손에 의해 파괴됐다는 얘기다. 2006년 이라크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라크 땅은 정파와 종파 사이의 대결과 테러가 계속되는 땅이 됐다. 급기야 이제는 IS라는 세계 최강, 최악의 급진이슬람 무장세력이자 테러집단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분노를 쏟아내는 땅이 됐다. 그러나 미국도 영국도 이런 결과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칠콧보고서가 이라크인들의 죽음에 대해 영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그것이 현실정치에서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매일 테러에 목숨을 담보잡힌 채 살아야 하는 이라크인들만 출구 없는 삶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영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칠콧보고서가 발표됐지만 이라크인들은 그것에 분노할 여력도 없고 많은 사람들은 극도의 슬픔과 애도에 휩싸여 있다.
칠콧보고서가 시사하는 또 다른 점은 과연 전쟁의 결정을 한 국가의 수장, 또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쟁이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통치자 또는 정치권에 의한 결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결정의 최선의 결과는 기껏해야 먼지 쌓여가고 있는 무기의 사용과 군인들의 실전 경험이고, 최악의 결과는 군인과 군인의 몇 배, 몇 십배에 달하는 민간인들의 희생과 삶의 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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