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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산다는 것은...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7. 7. 14. 16:56
올리브, 삶의 기반, 역사, 그리고 정체성
다큐멘터리 영화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는 이스라엘 점령 하의 '지붕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의 삶은 처절하지만 음향이나 음악으로 그것을 극대화하지도 않고 카메라 워크나 편집으로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아주 담백한 다큐멘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답답하고 만들고, 불의에 몸을 떨게 하며, 감히 그곳 청년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올리브'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올리브는 팔레스타인의 역사, 삶의 기반, 그리고 정체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팔레스타인에는 3-4천 년된 올리브 나무들도 있다고 하니 팔레스타인 민족의 역사와 삶을 올리브 나무와 분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올리브는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수입 중 2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다. 대다수의 농부들이 올리브 농사에 기대 살고 있다.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 50년 이상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정체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군인들과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체성을 말살하고 삶을 훼손하기 위해 계속 올리브 나무를 뽑아내고 있다. 때로 수백 년된 올리브 나무도 속절없이 뽑혀진다고 한다. 2015년에 나온 기사들에 따르면 군사 점령이 시작된 196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80만 그루 이상의 올리브 나무가 뽑혀졌다고 한다. 올리브 나무는 지금도 계속 뽑혀나가고 있다. 그러니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 생존,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올리브를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영화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몇 장면을 소개한다.장면 1 올리브 농사
주인공 여성의 부모는 올리브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올리브 나무가 1967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C구역으로 설정한 이스라엘 관할 구역에 있어서 맘대로 드나들 수가 없다. 들어가려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통행권을 받아야 하는데 신청해서 받는데만 3개월이 걸렸다. 통행권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자식들이라도 부모의 농사일을 도와줄 수가 없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이스라엘 상표가 붙어 있는 올리브 제품은 모두 팔레스타인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농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일년에 9일(올리브 나무를 돌보는 데 7일, 올리브를 수확하는데 2일)만 통행을 허락한다고 말한다.
장면 2 아들 셋을 잃은 노부부
노부부는 아들 셋을 잃었다. 두 명은 2차 인티파다 때 이스라엘 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 한 달에 두 아들을 연이어 잃었다. 그중 한 아들의 시체는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돌려받지도 못했다. 다른 아들은 집이 폭격을 받았을 때 사망했다. 늙은 어머니는 한 달에 두 명의 아들을 잃었다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후 병을 얻어서 거의 침대에 누워 지낸다. 늙은 아버지는 아들들의 사진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
장면 3 난민촌의 유쾌한 청년
나불루스의 난민촌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은 늘 싱겁게 웃고 떠든다. 항상 유쾌하다. 그는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그것을 잊기 위해 일부러 웃고 떠든다고 말한다. 그는 2차 인티파다 때 5년 이상을 싸웠고 체포돼 감옥에서 6년을 보냈다. 그렇게 11년을 보냈지만 세상은 예전과 같고 자신은 여전히 난민촌에서 희망 없이 살고 있는 상황을 달관한건지 포기한건지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다.
장면 4 할아버지와 손자
와 4살배기 손자가 손을 잡고 언덕에 서서 건너편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바라본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땅을 정착촌에 빼았겼다는 것과 그곳이 팔레스타인 땅이라는 것을 어린 손자에게 설명한다. 마치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처럼... 손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땅에 못들어가게 하면 돌맹이를 던져서 쫓아버리겠다고 말한다.
장면 5 돌맹이와 최루탄의 대결
마을 주민들이 땅을 빼앗고 자신들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정착촌 사람들과 이스라엘 군에 맞서는 평화시위를 하기 위해 모였다. 경계선에는 거대한 불도저와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는 작은 돌맹이 몇 개가 쥐어져 있다. 조금 지나자 이스라엘 군이 최루탄을 쏘기 시작한다. 어른 아이 모두 뒤로 도망친다. 이런 시위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장면 6 옛 집 열쇠
주인공 여성의 아버지는 1948년 Nakba(대재앙) 때 이스라엘에 의해 텔아비브에서 쫓겨난 이후 나블루스의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옛 집의 묵직한 열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옛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사실은 돌아갈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장면 7 올리브 나무를 심는 사람들
사람들은 다시 올리브 나무를 심고 있다. 척박한 땅에 아이와 어른이 다같이 땅을 파고 돌을 골라내 어린 올리브 나무를 심는다. 단순히 올리브를 수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저항이자 팔레스타인의 삶의 기반을 재건하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의 생존을 의미하고 그들은 계속 그 땅에서 살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팔레스타인 여성으로 남편과 2세, 4세의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워킹맘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점령 때문에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어쩌면 슬픈 팔레스타인 부모다. 영화가 굳이 강조하지는 않지만 계속 두 아이에게 눈길이 간다. 적어도 그 아이들이 청년이 됐을 때는 팔레스타인 땅이 '지붕 없는 감옥'이 아닌 자유로운 독립국가이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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