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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억압과 고통의 땅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7. 12. 8. 11:15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대인들
예루살렘, 불법의 땅
예루살렘이 국제 갈등의 핵으로 재등장했다.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의 속내와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국제사회는 당황과 황당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고 세계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물론 이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스라엘 정부, 정통파 유대교인들, 그리고 보수 기독교인들이 그렇다. 이들이 알고 있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다. 예루살렘이 유대인들의 성지고 그러므로 유대인들이 세운 국가인 이스라엘의 수도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무지와 불법의 합작품이다. 한 마디로 자기 좋을 대로 그냥 우기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1880년대 팔레스타인에 살던 유대인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19세기 말이 되면서 동유럽에 시온주의자들이 등장해 유대국가의 수립을 주장했다. 그들은 지금의 이스라엘에 계획적으로 정착촌을 만들고 공격적으로 확대시켜 동유럽 유대인들의 대규모 이주를 가능하게 했다. 1947년 유엔은 정착촌을 인정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리 계획을 만들었고 이때 유대인 인구는 55%로 급증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렇게 공격적 방식을 통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국가를 세웠다. 그 직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전쟁이 시작됐고 이스라엘은 무력 면에서 절대적 열세인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단행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마을들을 파괴했다. 급기야 1967년 6일 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던 서안(West Bank)과 가자(Gaza)를 각각 요르단과 이집트에서 빼앗아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 점령했다. 동예루살렘 역시 불법으로 이스라엘 영토에 합병시켰고 이스라엘 수도의 일부로 선언했다. 그리곤 이스라엘 법을 적용시켜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다. 그러나 점령지에 대한 점령국가의 주권을 허용하지 않는 국제법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통치와 수도 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올드시티(Old City)에 있는 '통곡의 벽'에 가서 벽을 마주하고 기도한다. 유대민족의 고난의 역사와 예루살렘 멸망을 기억하며 지금도 통곡의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통곡의 기도를 해야 할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불법 점령과 통치는 곧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억압과 그들의 고통스런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이스라엘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예루살렘에서 쫓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억압과 핍박을 자행하고 있다. 동시에 정착촌을 확대시켜 유대인을 이주시키고 불법 점령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스라엘은 국가의 이름으로 조직폭력배와 무장세력이 할 법한 모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예루살렘은 성지가 아니라 안하무인 이스라엘의 불법이 판치는 땅이 된지 오래다.
트럼프의 도발, 미국의 민낯 공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트럼프의 선언은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다. 북한의 핵도발에 버금가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그냥 미국이 민낯을 공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동문제, 특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평화적 해결을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새로운 대통령은 항상 이-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얘기하고 그것이 국제사회의 관심이 되곤 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 번도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이스라엘 편이었고 팔레스타인 또한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중재을 받아들인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알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미국을 통한 이스라엘 설득이 가장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선언이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는 미국의 민낯을 공개한 것이라고 해서 파급력이 없는 일은 아니다. 민낯을 공개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본심을 알면서도 밖으로 내뱉은 말에 의미를 부여하기 것이 국제정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의 선언은 큰 의미와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함으로써 이-팔 평화회담을 중재할 때 팔레스타인에 압력을 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팔레스타인에 압력이 가해질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1967년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 점령 50주년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 중동국가들이 자국 문제들 때문에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해도 아랍과 이슬람권 사람들은 강하게 분노를 표출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물론 전 세계 시민들도 비판과 항의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내부도 이전보다는 결집된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최근 대립하던 팔레스타인의 두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가 화해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속내가 무엇인지 속 시원한 해석을 내놓는 곳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무모함과 도박 때문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신뢰도가 하락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높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의 선언이 미국을 비롯한 기독교 뿌리를 가진 국가들에 대한 테러 공격에 새로운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9.11 테러를 저지른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보낸 편지'에서 제일 먼저 언급한 것도 서방국가들에 의한 이스라엘 국가 수립과 수십 년에 걸친 팔레스타인에 대한 핍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을 맞아 테러 비상 경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무모한 행동으로 세계는 더 불안해졌다. 국제사회의 최소한의 책임은 적어도 폭력 상태를 악화시키지는 않는 것이다. 그 책임은 국제사회에 속한 모든 국가, 기관, 단체, 시민에게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국제정치와 평화문제는 비지니스고 자기 이익과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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