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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랜드! 홀리 랜드?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7. 6. 30. 17:32
이스라엘, 홀리 랜드?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지 순례를 떠나곤 한다. 특별히 어떤 사람들은 예수가 태어난 곳에 가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에 간다. 그런데 그들 중 대부분은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을 포함한 많은 성지가 사실은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땅이며(과거에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진 후부터 지금까지도) 그곳을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그것도 50년 이상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아랍인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테러를 가하고 그래서 이스라엘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살고 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또한 아랍인들은 모두 이슬람 신앙을 가진 무슬림들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민족적으로 아랍인이지만 그들은 이슬람, 카톨릭, 정교회, 개신교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 결과 성지, 그러니까 홀리 랜드(Holy Land)에 가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기독교를 부인하는 유대교 신자들에게만 연대와 지지를 표하고,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외면하거나 비난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나아가 성지 순례를 통해 비뚤어진 유대교 시오니스트 신앙을 가지고 기독교인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고 인종차별하는 이스라엘에 재정적 도움을 주는 일을 하게 된다.
나도 그 땅에 갔다. 나의 목적지는 베들레헴이었지만 결국 이스라엘 공항을 거쳐 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불허로 지금까지도 공항이나 항구를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팔레스타인에 간 이유는 성지 순례가 아니라 세계교회협의회가 주최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50주년' 회의 때문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이-팔 문제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진 이후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특별히 1967년 6일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이 각각 이집트와 요르단에 속해 있던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를 점령하면서 발생한 대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후 현재까지 50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적이고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다. 물론 그 점령이라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통제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이스라엘 사람들과 분리시키고 차별하며, 나아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인구를 감소시키고 마침내 모든 땅을 유대인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온갖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억압 및 통제로 현실화돼 왔다.
성지 순례가 아니라 회의를 위해, 그것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을 끝내기 위해 세계 교회가 무엇을 해야할지 논의하는 회의를 위해 이스라엘 공항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출발 전부터 긴장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스라엘이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긴장한 이유는 그곳이 가끔 테러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엄격한 출.입국 통제 때문이었다. 주최측은 이메일을 통해 공항에서 필요한 초청장도 보냈고 필요할 경우 연락할 수 있는 현지 담당자와 변호사 번호까지 줬지만 그것이 오히려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스라엘 입국에 대한 통제는 이스탄불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텔아비브행 비행기 탑승 직전에 정밀 검색이 있었다. 검색대 직원은 내 노트북 컴퓨터를 감지테이프로 샅샅이 훑고 열어보기도 했다. 베낭 안도 들여다 보고 화장품 파우치 안도 검사했다. 신발도 검사했고 여자 검색원이 손으로 몸 전체를 만져보기도 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공항에서 겪었던 것보다 심한 검사였다. 자주 드나드는 사람에겐 놀랄 일이 아니겠지만 나처럼 처음 당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기분 나쁘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해서는 더욱 긴장이 됐다. 입국심사대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계속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나는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아마 한국인 성지 순례자가 많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후에 들어보니 팔레스타인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사람들의 경우 입국할 때마다 따로 불러 조사를 받곤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꼭 입국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마디로 압박을 느낄 수 있도록 "귀찮게 군다"고 했다. 그리고 잘 답하지 않거나 저항하면 추방조치를 한다고도 했다. 실제 내가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세계교회협의회 에큐메니칼 동반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남아공 사람이 강제 추방되는 일이 있었다. 심각한 문제는 그 사람이 공항에 거의 하루 이상 억류돼 전화도 할 수 없고 변호사의 조력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것이다. 범죄자도 아닌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 하이라이트는 출국이었다. 회의에서 만난 사람들은 출국할 때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 서로 조언을 주고받았다. 나도 처음이라 그에 대해 물었다. 회의 내내 내 옆에 앉아 있었던 캐나다 목사님은 자신은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그리고 농담으로 자신이 공항에서 "누구를 만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난 사람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노력한다"면서 웃었다. 주최측에서는 공항 검색에 대비해 일부러 참가자 리스트도 나눠주지 않고 나중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공항으로 가는 차는 주최측에서 제공했고 운전사는 입국 때 나를 마중했던 팔레스타인 청년이었다. 차에는 브뤼셀의 국제구호단체에서 온 사람과 세계교회협의회 직원이 동승했다. 그 직원은 가는 길에 몇 개의 검문소가 있는데 텔아비브 공항 직전에 있는 마지막 검문소를 잘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교회 관련 회의에 참석했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편하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운전사가 팔레스타인 사람이기 때문에 더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 직전 검문소에서는 차를 한쪽으로 세우고 우리에게 어디에 갔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여권을 모두 수거해 조사했고 팔레스타인 운전사는 따로 불러 조사를 했다.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하긴 했지만 죄진 것도 없는데 죄인 취급 받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다. 공항에서는 항공사 탑승 수속 카운터 직전에 다시 검색을 했다. 그곳에서 여행의 목적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가방에 무엇이 있는지 등을 묻고 때로는 따로 불러 조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때문에 텔아비브 공항에는 일찌감치 가야 한다고 들었다. 나는 입국 때처럼 가방 안에 위험한 것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만 받고 통과했지만 이 역시 긴장되는 일이었다.
나는 회의 참석자들 중 팔레스타인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이스라엘 공항을 여러 번 드나들었던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정부가 왜 그렇게 외국인들을 엄격하게 검색하는지 물었다. 한 사람이 그 이유 중 하나는 세계인들에게 이스라엘이 끊임 없이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테러 때문에 이스라엘이 살기 힘든 것처럼 왜곡하고, 그리고 세계인들이 그런 이스라엘의 현실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테러주의자들로 오해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은 이스라엘의 교묘하고 악랄한 통치와 억압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 검문소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정체성을 말살 당하고, 빈곤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테러가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근본이유는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때문이고 그런 테러에서 정말 벗어나기 원한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과 통제, 그리고 불법 점령을 끝내야 하는데 말이다.
정의도 평화도 없는 홀리 랜드
이-팔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 자체가 서방국가들의 잘못된 판단과 지지로, 그러니까 정당한 명분 없이 이뤄진 것이지만 1967년 이후 50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점령은 국제사회가 묵인해 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별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억압과 통제는 과거 유럽국가들이나 일본이 식민지에서 했던 것을 훨씬 뛰어 넘는 비인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것이어서 내용을 알고 나면 분노로 온 몸이 떨릴 정도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곳곳에 검문소를 세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검문소 통과를 위해 닭장 같은 곳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게 만들고 때로 저항하면 때리거나 죽이기도 하는 일이다. 또한 장벽을 세워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하고, 땅을 불법 몰수해서 정착촌을 확장해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국제법에 의해 불법으로 판명났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있다. 국제사회가 효력 없는 국제법만 거론하고 실제 이스라엘에 압박이 될 수 있는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서방국가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제대로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나라로 선전한다. 물론 그 뒤에는 유대인들의 정치 로비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과 인종차별은 외면하고 유대인과 이스라엘 국가가 하나님의 선택이라고 믿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위험하고 부정의한' 지지가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하는 일들은 어떤 종교의 기준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것들이고 인도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제법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 이스라엘을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라고 옹호할 수 있는지 기가막힐 따름이다.
회의 중 팔레스타인 참석자 중 한 명이 전날 뉴스를 전해줬다. 이스라엘 정부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동예루살렘의 시민단체, 기관, 회사 등의 은행계좌를 닫으라고 통보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은행 예치금은 수표로 지불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 참석자는 두말할 필요 없이 그런 조치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단체나 기관들, 그리고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일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얘기는 6월 21일 뉴스를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성스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성스럽다는 것은 객관적인 것일까, 주관적인 것일까? 이스라엘, 또는 팔레스타인의 성지를 찾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정말 성지의 의미를 현재에 비춰 재해석하면서 그곳을 방문하는 것일까? 성지를 찾는 사람은 결국 성스러움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목적을 위해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정의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부정의를 밥먹듯이 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그 위에서 뻔뻔하게 평화를 얘기하고 자신의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부당한 일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지 순례를 하거나 계획하는 사람들은 각자 종교인으로서, 민주주의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아가 세계시민으로서 한 번쯤은 자신이 그 땅에 잠시라도 머무는 것과 소비를 하는 것의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적어도 정의와 평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지원하지는 않아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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