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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래를 허하라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2. 19. 14:46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가
사람은 미래지향적이다. 어떤 미래를 상상하느냐가 한 사람의 현재를 결정한다. 물론 요즘엔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어서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거나 단정적으로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말에서는 미래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절실함이 배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 땅의 미래 모습은? 특별히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빙하기로 돌아가 실 같은 물줄기 하나 흐르지 않고 몇 달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연무 속에 빠진 상황에서 펼쳐질 한반도의 미래는? 아니 더 근본적으로 한반도는 우리 각자의 미래 안에서 조금이라도 지분을 갖고 있는가? 우리처럼 힘 없는 국민이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야 하나? 상상하면 달라지는게 있나? 뭐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살거나,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적응하거나, 한반도의 미래를 먼 곳의 일처럼 구경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땅, 바다, 하늘이 첨단 무기 각축장이 되고 북한이 거의 핵무기 보유국이 될 상황인데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각자가 힘이 없는 일개 국민이기 때문에, 그리고 정치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내 진짜 고민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를 떠넘기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은 막상 미래에 대한 구체적 상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북한 붕괴를 꿈꾸며 강경 노선을 밀어붙이고, 제1, 제2 야당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 외의 야당들은 거의 존재감도 없다.
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 '난 먹고 사는 것 외에 한반도 미래 같은 것은 관심 없다'거나 '난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경제 문제만 해결해주면 남북 문제는 어떻게 다루든 상관 없다'거나 '우리가 훨씬 힘도 센데 북한이야 힘으로 누르면 결국 굴복하지 않겠나' 뭐 이런 얘기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남북 문제, 그리고 한반도 미래는 경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남북 문제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경제 현안을 모두 빨아 들이고 개성공단 중단처럼 결국 경제적 타격도 가져온다. 정부는 경제 문제보다 안보 문제에 치중하고 여당은 표를 모을 심산으로 안보나 남북문제를 더 강조한다. 강 대 강 대립이 계속돼 무기 경쟁이 지속되면 국방 예산은 증가되고 그것은 결국 남과 북 모두의 앞길을 막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힘을 이용해 북한을 굴복시킬 수도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됐다. 또한 북한은 스스로 붕괴하지도 않을 것이다. 수 십년 동안 계속된 국제사회 제제와 지금보다 더한 1990년대 중반의 경제 위기도 극복했고, 그 이후 만만찮은 국제사회에서 생존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쌓았다. 결론은 그러니 북한은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문제는 우리의 정치 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때문에 한반도 미래는 우리의 일상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30년 후 이 땅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30년 후 이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30년 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남과 북은 평화적 공존과 통일을 성취했을까? 이런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지만 쉽게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이어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한반도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답이 보일 리가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대로 가면 한반도는 핵무기를 포함한 온갖 최첨단 살상 및 방어 무기가 곳곳에 배치되고 군비 경쟁과 서로를 겁주기 위한 무력시위가 일상이 되는 곳이 될 것이다. 게다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의 씨름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30년 후 우리가 바라는 이 땅의 모습은 어떤가?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지금 5살, 10살, 15살의 아이들은 어떤 한반도에서 살면 좋을까? 이 질문들에는 누구나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남북이 싸우지 않고, 정치 군사 문화 면에서 다양한 교류를 하며, 문제가 생길 때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내보면 평화적 공존은 이미 당연한 얘기가 됐고 어떤 식으로 통일을 할 것이냐가 남은 현안이 돼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남북의 국방 예산도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군축 문제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면 좋을 것이다. 30년 후면 너무 먼 것 아니냐고? 솔직히 지금의 상황이면 30년 후 이런 미래를 상상하는 것조차 큰 사치다. 우리가 지난 70년 동안 한 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한채 반복적으로 몇 발자국 앞으로 갔다가 몇 배, 몇 십배 뒤로 후퇴한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우리는 보통 정치인들에게 미래를 위한 비전과 구체적 계획을 내놓으라고 말한다. 사실 그것이 정답이긴 하다. 그들이 전문가라고 해서 정치를 맡겼으니 말이다. '북한 붕괴'를 신봉하든, 아니면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주장하든 그에 따른 비전과 계획을 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그 비전과 계획을 지지할지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요즘 정치인들에게는 그것을 주문하기가 힘들다. 그들은 거의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역으로 우리가 '내가 살고 싶은, 그리고 내 자녀가 살았으면 하는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것을 내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만드는데 협력할 것인지 정치인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니 각자 생각해보자. 난 어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원하는지... 내 아이, 조카, 그리고 이웃집 아이는 어떤 대한민국과 한반도에서 살았으면 좋겠는지...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면 비전도 계획도 만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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