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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2. 3. 10:12
진짜 필요한 거야?
정부와 국방부가 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본격 논의를 위해 군불을 지피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미국 언론이 사드 배치 논의가 확정된 것처럼 얘기하자 기다렸다는 듯 여당과 국방부가 맞장구를 치면서 논의를 공식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당은 우리 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고, 국방부는 이전의 입장을 바꿔서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별히 북한 핵실험을 핑계로 들면서 사드를 배치하면 핵미사일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아직은 강하게 주장하지 않지만 한 마디씩 던지면서 여론의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그 뒤에서 추이를 살피고 있다. 국민들이 별 반응이 없으면 안보를 핑계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사드 배치는 아직은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만 이래저래 말이 많다. 사실 대 놓고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여당과 국방부만 빼고 다들 반대, 또는 신중론을 주장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조차 급한 것도 아니니 국익을 따져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언론, 전문가,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데 정부와 국방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어거지로 '필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언급되는 핵심 문제는 실효성, 비용, 중국의 압력 등이다. 먼저 비용을 보면 사드 한 개 포대를 설치하려면 1.5-2조 원이 든다고 한다. 미국은 최소 2-3개 포대를 설치하려고 하고 그러면 4-6조원이 든다. 미국이 1개 값을 댄다고 해도 나머지는 우리가 대야 한다. 미국이 자기 필요에 따라 요청했어도 우리 안보에 도움도 된다고 우기면서 당연히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국방부도 거기에 맞장구를 칠 것이다. 실효성도 문제다. 사드는 군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겠다면서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와 기능이 겹친다. 그래서 군은 사드를 같이 배치하면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모호한 말로 사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사드가 무슨 1+1 물건도 아닌데 말이다. 중국의 압력은 더 큰 문제다. 중국은 이제 노골적으로 사드를 한-중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되는 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드 논의가 본격화되면 압력이 더 커지고 양국 관계가 경직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경제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것만 살펴봐도 도무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다른 심각한 문제도 있다. 2년전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실사한 것에 근거해 평택, 대구, 광주 등이 우선 후보지가 될 거라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사드 레이더에서 발생되는 강력한 전자기파가 인체에 해를 입히고 항공기 운항 및 장비 작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저항할 것이 뻔하다. 미국처럼 아무리 5킬로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한다 해도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면 첨예한 사회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종합해보면 좋은 것은 실체가 안보이는 '안보에 도움'이라는 것이고 나쁜 것은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이 아주 잘 드러난다.
피 같은 세금, 대충 쓰겠다고?
사드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국방, 무기 등과 관련된 문제는 보통 정보가 제한적이고 무슨 말인지 모를 복잡한 전문적 내용들이 많아서 이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재미도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냥 정부, 군인, 정치인들에게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라'고 맡기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니 지금처럼 약간의 군불을 때면 좀 안다는 전문가들, 시민단체들,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뜨거운 이슈가 되고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되곤 한다. 문제들이 제대로 검증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국익에 좀 해가 되더라도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한반도가 무기 창고가 돼가고 좁은 땅 곳곳에 쓰지도 않는 무기만, 그것도 아주 위험한 무기만 쌓여가는 것이 정말 싫지만 어쩌겠나. 그렇지만 현재는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고 결국 정부와 군의 일방적 결정으로 사드 도입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니 그게 문제다. 원래 국방과 무기 문제는 그런 거라고? 민주사회에서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모든 일에 국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솔직히 요즘 우리 형편은 좀 꼬질꼬질하다. 돈이 없어서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들이 계속 대립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당장 어린이집을 닫거나 어린이집에 아이 보내는 것을 포기하는 부모들도 생기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방부는 안보를 빌미로 국방비와 무기 구입 등에는 아주 통 크게 투자한다. 전혀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근본원인을 개선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당황스럽다.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은 이미 시들해졌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사드로 북한 핵무기를 막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방어하는 무기 체계만 갖추면 된다는 식이다. 물론 그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얘기지만 말이다. 사실 핵무기는 사용을 전제로 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상대할 때는 먼저 개발을 막고 그 다음 사용을 막는 것이 우선이지 방어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포기하고 사드로 땜질해 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말 열심히 안전을 보장할 대책이 아니라 무기로 땜질하려는 곳에, 필요도 없는 곳에 모자라는 세금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사드 문제가 좀 복잡해 보여도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내용을 알 수 있다. 주류 언론도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각종 단체나 개인 사이트들도 많아서 한 시간만 투자하면 내용을 다 꿸 수 있다. 문제는 해석하는 능력인데 정부, 국방부, 무기 전문가 등이 하는 얘기는 정보로만 듣고 그것이 내 생활에, 한반도 평화에, 그리고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재해석하고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나면 질문들이 떠오를 수 있다. 최첨단 무기 체계가 최선인가? 무기를 많이 쌓아두면 정말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 막을 수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나? 군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방에서의 무력 충돌도 막을 수 있나? 무기로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나? 무기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과 정책이 최선인가? 북한과 계속 이렇게 대립하는 것이 정말 현재의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최선의 방법인가? 뭐 이런 것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한 후 사드가 정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면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피 같은 세금, 대충 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물론 '찬성'한다면 그 얘기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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