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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책임은 누구에게?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1. 8. 14:17
북한 핵실험, 정말 몰랐다고?
예상치 못한 일.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짧은 설명이다. 정부와 여당은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는 표정이고 국정원과 군은 낌새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이번 일만 놓고 보면 맞는 얘기지만 긴 시간을 정리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예고됐던 일이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2009년 5월 2차 핵실험, 2013년 2월 3차 핵실험, 그리고 2016년 1월 4차 핵실험. 북한은 대략 2년 반 내지 3년에 한번식 주기적으로 핵실험을 해왔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아는 일이다. 그러니 이번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얘기하고 뒤통수를 맞은 표정을 짓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응징으로 오늘 정오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질색하기 때문에 적절한 응징 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정부의 주요 대응책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국제사회의 제재는 사실 핵무기 개발을 막는 조치가 아니라 사후 대응이다. 북한에 약간의 타격을 주고 성질을 긁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막지는 못한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싫긴 하지만 그렇다고 확성기 방송이 핵무기 개발과 바꿀만큼 위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으니 추가 국제 제재를 무서워할 이유도 없다. 사실 3차 핵실험 후 이뤄진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은 4차 핵실험으로 이미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북한도 남한과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 쯤은 고려했을 것이다. 그럼 결국 북한은 앞으로도 5차, 6차 핵실험을 계속할 것이고 제대로 수소탄을 만들고 핵탄두도 소형화해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핵보유국이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북한 탓하기, 참 쉽죠..
4차 핵실험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북한 비난하기'다. 물론 핵실험을 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 것이 북한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그 외에 다른 내용은 없다. 정부는 계속 뒤통수를 맞았다며 억울한 표정을 짓고 여느 때처럼 북한이 '나쁜 놈'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책임을 면하려고 한다. 사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2월 12일에 3차 핵실험이 있었지만 그후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핵무기 개발을 늦추거나 포기시킬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대화도, 국제사회와의 공동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4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억울한 표정은 그런 모든 노력을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북한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사전 신호도 없이 핵실험을 했을 때나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한 마디로 헛웃음 나오는 상황이다. 거기에 덧붙여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공식 석상에서 주장했다. 사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감수하지 않는한, 또 미국과의 관계 단절을 감수하지 않는한 한국의 핵무기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가능성이 '제로'라는 얘기다. 그런데 왜 그런 얘기를 했을까? 결국 선거용이거나, 비난 여론에 물타기를 하려고 국민들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댄 것 뿐이다. 한 마디로 국민을 조롱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꾸준히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그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심지어 야당도 북한만 탓할뿐, 그리고 정보력 부족을 질타할뿐 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아니 더 나아가서 두 번의 보수 정권이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속시키고 진전시킨 결과에 대해 묻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물론 국민들도 그저 북한만 욕한다. 그런데 솔직히 북한에게 우리를 생각해서 핵무기 개발은 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 정부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핵무기 개발을 막아 달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지 못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미국은 왜 자기 정부에게?
4차 핵실험 후 미국의 반응을 살펴보면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발표가 있자마자 공화당 정치인들과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리턴 전 국무장관을 공격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외신들은 일제히, 심지어 우리 언론도 북한의 핵실험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오바마와 대선 운동 중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리해 보면 이렇다. 어쨌든 미국 정치권은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한 것, 그리고 북한이 공공연하게 미국을 협박하게 만든 책임이 자기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화당 정치인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가 차고 넘쳐서, 그리고 대선주자들은 선거용으로 그렇게 비난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자기 정부에게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적국인 북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 초점을 맞춰 책임을 묻고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너무 당연하다. 적국에게 우리가 위험한데 왜 그랬냐교, 우리를 생각해서 핵무기 개발을 중단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기본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정부나 정치인들에게 참 좋은 나라다. 자기 책임은 눈꼽만큼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데도 국민들이 그것을 쉽게 용인해주고 장단까지 잘 맞춰주니 말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정부다.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고, 북한이 수소탄을 실험하는 상황이 되도록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었던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나 들먹이면서 할 일 다했다는 듯이 뻔뻔하게 있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우리의 안전이, 한반도의 평화가, 그리고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위협받는 것을 두고 보면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 남북 대화 재개든, 6자 회담 재개든, 경제적 인도적 지원 약속이든, 아니면 실효성 있는 강경책 수립이든 북한을 상대로 당장 뭐라도 하라고 말이다. 때가 되면 부는 북풍 쯤으로 냉소적으로 보지 말고 프레임을 바꿔 문제를 정리하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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