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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기 수입 1위, 왜?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1. 5. 10:54
그 많은 돈을 왜 무기에 썼을까?
한국은 2014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기를 수입한 나라였다. 2015년이 저물었고 2016년이 시작된 시점에 웬 제작년 일로 뒷북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내용은 작년 말 미국 의회 조사국이 밝힌 내용이고 지난 주 모든 언론이 일제히 다룬 뉴스다. 한국이 2014년에 무기 수입에 쓴 돈은 78억 달러, 한화로 약 9조 1299억 원이다. 이중 90%인 약 70억 달러 어치의 무기가 미국산이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 고고도 무인항공정찰기, 병참용 수송헬기 등을 미국에서 구입하는데 전체 국방 예산의 약 20%를 사용했다. 2위는 이라크가 차지했는데 미군 철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73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 한국의 예상치 못한 세계 1위 소식에 진보 보수 언론 가릴 것 없이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그 많은 돈을 무기에 썼으니, 그것도 미국 무기만 집중적으로 사들였으니 말이다.
무기 수입 1위국이 된 것이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굳이 불명예라 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따져보면 명예로운 일도 아니다. 무기를 많이 수입한다는 것은 곧 무기를 필요로 하는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 이라크보다도 더 많이 무기를 사들였으니 무기 구입 비용만으로 보면 전쟁에 버금가는 불안한 상황인 셈이다. 미국 신문들도 한국이 무기를 많이 수입한 이유가 남북 긴장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 중 10% 이상이 국방비다. 2016년도 국방 예산은 약 38조 8천억 원으로 그중 상당한 비용이 무기 구입에 들어간다. 냉전 이후 다른 나라들은 국방비가 13%에서 68%까지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군에 몸담고 있거나 군복무 중인 사람들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그 이유가 북한 때문이라고, 그리고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가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불가피한 일이고 온전히 북한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일까? 이런 상황이 우리의 운명일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면 정치와 외교는 왜 필요하고 굳이 세금 내고 막대한 예산 쓰면서 선거는 왜하고 정부는 왜 유지하겠나. 복잡하고 힘든 일을 전업으로 하라고 사람들을 뽑고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무기에 돈을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은 우리의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와 정치인들이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객관적인 진단처럼 남북 긴장이 높아지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 위험 때문이라면 더욱 더 그들의 책임이 크다. 오랜 시간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에 기대는 '평화'는 평화일까?
북한과의 상황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 무기 수입이 많아지고 국방 예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무기에 의해 '평화'가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국방 예산과 무기 수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위해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정말 평화일까? 도대체 어떤 평화일까? 그들은 무력 균형이 이뤄지고 그래서 서로 무서워 건드리지 않으면 평화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무기에 기대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다만 전쟁 가능성을 억누르고 있는 것일 뿐이고 항상 전쟁 가능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백번 양보해도 이런 상황을 평화라 얘기할 수는 없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평화가 이런 식으로 유지되거나 성취된 적은 없다. 오히려 무기가 많아지면 상황은 더 불안해지고, 무력 충돌이 없다해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뿐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무기가 있어야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의도적으로 국방비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방일보 기사를 통해 국방부는 2016-2020년 5년 동안 필요한 적정 국방비가 232조 5000억 원이라면서 연 평균 7%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년에 46조 5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 주장에 더한 설명이 더 가관이다. 국방부는 국방 예산 증가가 안보효과를 내서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직,간접적으로 국민경제에 환원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방연구개발비 투자로 방위산업 수출 증대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무기 경쟁으로 인해 남북 긴장과 대립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국민의 안전과 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얘기다. 덧붙여 방위 산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는 주장은 우리가 할 수 없이 막대한 국방 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과, 또한 대신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간과한 무지한 소리다. 사실은 국방 및 방위 산업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것일 뿐이다.
결국 막대한 액수의 국방 예산이든 무기 수입이든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란 얘기다. 북한과의 긴장이나 대립도 사실은 관리가 가능하고, 무기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상호 교류와 협력 관계에 기댄 진짜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미워서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든, 평화를 오해하고 있어서든, 아니면 사상적 고집이든 간에 국방 예산과 무기 수입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남의 나라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미국의 전체 무기 수출액 중 한국 수출 비중이 21.5%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다고 미국한테 제대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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