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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 토끼를 쫓아버리다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2. 13. 12:47
누구를 위해 두 마리 토끼를 쫓아버렸나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뛰는 토끼를 한 사람이 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도치 않았는데 일거양득이 되는 결과가 만들어졌을 때, 또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는 경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이 말을 쓴다. 개성공단은 이 말에 딱 맞는 사례였다. 개성공단 덕분에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었고, 동시에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찾아 멀리 외국까지 가지 않고도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단이 계속되면서 보이지 않는 다른 효과들도 나타났다. 남과 북 사람들이 같이 일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협력 관계가 만들어졌다. 상대의 문화나 생활 방식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초코파이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애정은 남한 상품과 나아가 남한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과 이질감을 없애주는 역할도 했다. 사실 개성공단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세 마리, 네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루 아침에 이 토끼들을 다 쫓아버렸다. 아무리 찾아 헤매도 현재로선, 최소한 현 정권에서는 다시 찾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큰 목적을 위해 물론 뼈아픈 정책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두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토끼를 쫓아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서는 그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정부가 주장한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비용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벌써 두 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은 사실 남한보다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고, 미국에게 대화를 압박하고, 그 결과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무기 개발이 한반도의 무기 경쟁을 심화시키고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의 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려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지 미국을 위해 북한과의 마지막 관계의 끈을 자르는 자해를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올 것에 대비해 마지막 끈을 끈질지게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 중단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 손에 들어온 토끼를 모두 놓아버린 결정인 셈이다. 우방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모하고 과한 결정이다.
무기 개발 비용 차단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것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인데 사실 임금의 70%는 노동자들에게 가고 나머지 30%는 개성시 등의 교육, 의료 등 사회운영경비로 쓰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물론 그돈 중 일부가 정부나 군으로 들어가 간접적으로 무기 개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가져가고 남은 쥐꼬리만한 돈을 가지고는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까지 북한이 돈이 없지는 않다. 그러니 결국 정부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남북관계의 끈을 자르고 우리 기업만 죽이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렇게 근거가 부족하니 미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북한에게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충격 요법도 북한의 더한 충격 요법으로 하루 만에 색이 바랬지만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마다할 정도면 더 큰 효과를 내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없이도 어떤 수를 쓰든 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고 우리는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멀지 않은 미래에 무기 강국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 안에서의 무기 경쟁과 군사력 증강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 기업은 도산하고 수많은 실업자만 생기게 됐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고 민간교류도 다 막히게 됐다. 이렇게 이득은 고사하고 악영향만 내는 결정이니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파란집과 여당은 오해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정책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고, 이미 나타나고 있는 모든 역효과가 우리를 향하고 있으니 당연한 얘기다.
비전이 없는 정부, 미래 세대를 담보로 잡다
개성공단 중단 결정으로 정부는 결국 북한의 뒤통수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당장 개성공단에 있는 모든 원자재와 상품을 잃게 됐고 그로 인한 후유증은 얼마나 언제까지 계속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124 개인데 협력업체, 연관기업까지 합치면 영향을 받는 기업 수는 3천 개 정도고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5-10만 명 정도라니 말이다. 게다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돼 싸게 공급되던 상품이 없어지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계산까지 하면서 중단을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후유증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그런 영향을 받지 않을테지만 말이다.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미래 세대까지 담보로 잡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가 낳을 새로운 토끼들까지 모두 잃게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부가 한반도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것을 위한 장기적 계획이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토끼는 번식력이 높은 동물이다. 개성공단도 토끼처럼 엄청난 번식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제적 효과와 남북 관계 유지와는 별개로 개성공단은 어떤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 사람들이 직접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것은 의도치 않았지만 미래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자원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남한 사람들을 접촉해 본 북한 사람들의 경험이 자기 가족은 물론 북한의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고 남한에 대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극복하는데 기여할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남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회적 자원은 어떤 정치적 접근으로도 만들 수 없는 것이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이런 자원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도 완전히 중단시켜 버렸다. 그로 인해 생긴 짐과 숙제는 현 세대를 넘어 미래 세대에까지 전해지게 됐다.개성공단 중단 결정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확 줄어들었다. 지난 정권의 남북관계 단절에 이은 것이기 때문에 영향은 더욱 치명적이다.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치면 결국 10년 동안의 후퇴가 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그 후로나 기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시점은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다음 세대 또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이제 토끼는 모두 도망가 버렸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망간 토끼를 잡거나 새로운 토끼를 찾는 일이다. 물론 그 전에 토끼를 모두 쫓아버리고 미래 세대까지 담보로 잡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말이다.'평화갈등 이야기 >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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