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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탈북자, 그리고 이방인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3. 30. 11:45
탈북자들의 망명투쟁?
3월 26일과 28일 탈북자단체와 보수단체가 다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26일에 8만 장, 28일에 10만 장 정도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보냈다. 한편 28일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정부 행위가 "대형풍선을 날리는 지역, 또는 풍선이 지나가는 지역에 사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탈북자이자 한 단체의 대북풍선단장이 대북전단 살포 제지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었다. 전단 살포 단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6월까지 천만 장을 더 살포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전단이 정말 북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7-80%는 도중에 불시착하거나 일부는 남한 쪽으로 날아온다는 얘기가 있고, 전단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탈북자의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전단 살포 단체들이 대대적으로 홍보했을 것이다. 그런데 단체의 홈피를 들어가봐도 전단의 영향에 대한 얘기는 모두 추측일 뿐이고 정확한 정보가 없다. 반면 남북관계에 미치는 악영향과 휴전선 인접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경제활동에 대한 위협은 확실한 증거가 있다. 결국 북한 정부의 속을 좀 긁는 것 외에는 아무 효과도 없는 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의 중심에는 탈북자 단체들이 있다. 왜 탈북자들은 그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할까? 공식 인터뷰만 보면 그들은 북한 해방을 위한 '사명감'을 가진 '전사'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북한의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한 '망명투쟁가'인가? 북한 내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운동하는 파트너를 가지고 있기는 한가? 독립운동이든 뭐든 해외에서 운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내부의 협력자나 단체와 연대해야만 한다. 결국 변화는 내부자들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북자들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없다. 북한 같은 극단적인 독재 체제, 폐쇄 사회, 통제 사회에서 그런 내부 운동이 생기기는 힘들고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전단으로, 그것도 도착이 확실하지 않은 전단으로 북한의 독재를 끝내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은 망명투쟁가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 지금은 한 나라 국민인 휴전선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만 주는 것일까?
이방인 or 평화 자원?
전단 살포는 일부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생존하고 존재감을 가지기 위해 찾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정부에서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일이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2014년 말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탈북자 단체들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안행부로부터 각각 연간 3천만원에서 7천만원까지 지원을 받았다. 일부 단체는 국무총리실로부터도 별도 지원을 받아 총 1억원이 넘는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일반 시민단체들이 공공성이 확보된 몇 백만원 짜리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얻기 힘든 상황을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다. 전단 살포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면서 앞으로는 예전만큼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원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미 국무부가 탈북자 단체 대표들을 워싱턴DC로 초청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해 탈북자 단체들을 지원하겠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실행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대북전단 살포가 탈북자들에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며칠 전 비공식 공부모임에서 만난 한 탈북자는 이런 저런 통계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방면의 전문가이기도 한 그가 제시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약 2만 8천 명의 탈북자 가운데 약 60%가 남한사회 부적응자라고 한다. 그런 때문인지 현재까지 약 5천 명이 탈남, 그러니까 남한을 떠나 제3국으로 갔으며 그중 100명 이상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탈북자 다섯 명 중 한 명, 그러니까 20%는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할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탈북자 열 명 중 일곱 명, 그러니까 70%가 자신들은 남한사회의 하층민이라고 생각한단다. 차별과 무시를 받는 일이 흔하고, 정착금이 지원되지만 사기를 당하기 일쑤고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이런 통계가 말해주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남한에서 이방인처럼 살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에게 남한이 절대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이다. 사회의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고 주변에서 포용해주지도 않으니 남한사회에 살고 있지만 소속감도 없고 사람들과의 연대감도 없이 항상 불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일'로 대북전단 살포를 시작했고 그들에게는 남북관계나 휴전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이나 생계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남한사회에서 인정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사는 신세인데 다른 사람들 걱정해줄 맘 같은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전단 살포 일을 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생계도 해결되는데 안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마도 탈북자들을 그 모습 그대로 우리사회가 포용하고, 그들에게 남한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그들을 진짜 이웃으로 받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한국에 온 사람들을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해서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소속감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든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평화 자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2만 8천 명 정도의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그들로부터 북한에 대해 배울 수 있고 그들이 남북 단절을 해소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념 전쟁이나 북한 비하를 위한 도구, 또는 귀찮은 이방인으로 보지 말고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한 자원으로 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먼저 그들과 관계를 만들고 잘 유지하면서 그들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이런 노력이 확산된다면 전단 살포 단체들은 동조할 탈북자들을 점점 구하기도, 남한사회에 해를 입히는 일을 계속하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다보면 분명 변화는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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