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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난 반댈세!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6. 7. 12. 12:32
생존 문제? 생존 문제지..
시도 때도 없이 뒤통수를 맞았으니 적응될만도 한데 여전히 멍하다. 이번 것이 좀 강했던 모양이다. 논의 중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국방부는 예고편도 없이, 그것도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에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불금'에 얼음물을 끼얹은 발표였다. 뉴스 보도와 여론 형성을 방해해 국민 저항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 전체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그렇게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아주 질 나쁜 행동이다. 배치 지역을 이미 결정했으면서 발표만 안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의 전 국민이 '황당'과 '분노'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날도 더운데 정부의 속 터지는 결정 과정과 불통 태도 때문에 열이 뻗친다.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국민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기본 이해와 해석이 틀렸다. 국민들은 사드 자체를 정말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이 왜 저항을 불사하겠다고 말하겠는가. 그리고 모든 전문가들이 왜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결정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겠는가.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이런 국내.외 불경기에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예전에 들어본 말투로 '국민들이 몰라서 그런다'고 설득하고 있다. '생존'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데 정부와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어제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 성주는 사드가 배치되면 생존 기반인 참외 농사가 끝장난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관광업이나 수출 기업들도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건강과 안전은 물론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생계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사드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가 직면할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드 배치가 생존과 관련된 것이기에 대부분의 국민들, 특별히 배치 지역 주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예전처럼 이념 문제나 안보 문제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정치나 이념 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라지고 정부는 찬성 쪽을 핑계 삼아 무리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다. 그러니 전통적인 여당 지역이 배치지로 결정돼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칠 것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갈등을 기억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안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지...
사드를 결정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전쟁 예방이 아니라 전쟁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군이 가지고 있는 전시 작전권 문제도 함께 논쟁 현안이 되고 있다. 사드는 북한이 남한을 미사일 공격하겠다고, 다시 말해 전쟁을 하겠다고 했을 때 조금 쓸모가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 정부와 미군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런데 전쟁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그리고 미군은 냉정하게 전쟁을 염두에 둘지라도 우리 정부는 그런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물론 한반도가 전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북한과의 관계와 갈등을 잘못 관리했을 때 생기는 일시적 무력 충돌 상황 같은 것이다. 장기적인 국지전이나 전면전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사드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서 다시 국민들과 정부 생각의 차이가 드러난다. 또한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부의 역할과 정부가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에 차이가 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사는 것이다. 이 땅에서, 그리고 되도록 통일된 한반도에서 자신은 물론 자식과 손주들까지 안전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전쟁 가능성이 아니라 전쟁 예방에 초점을 맞춰 남북관계, 국방정책, 군과 무기 관리, 무기 수입과 배치 등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 정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은 계속 전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니 조금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북한을 자극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맞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안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에 대한 개인적 거부감 및 증오와 공적인 책임 및 의무를 구별하지 못하는 행태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몇 십 년 동안 북한과 외교에 대해 연구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직접 북한과 협상을 해본 사람들의 얘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신념과 감정에 따라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부과하려는 태도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사드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지금보다 나쁜 상황을 만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총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무력에 기반한 안보에만 초점을 맞춰 판단하고 있다. 국민들은 외교와 협상으로 북한을 잘 구슬리고 관리해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북한의 모든 무력 도발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말을 안 듣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자신의 무능을 그렇게 만천하에 드러내는 말을 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일이다. 제발 좀 창의적으로,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면 좋겠다. 국가 브랜드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 바꾸면 뭐하나. 정말 '크리에이티브'하게 생각해야지. 어쨌든 결론은 '사드 반대'다. 철회할 때까지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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