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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정찰기, 흔들리는 평화?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4. 4. 6. 00:00
4월 3일, 북한 것으로 보이는 소형 무인정찰기가 백령도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는 우리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3월 24일 파주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정찰기도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마디로 갈수록 태산이고 바람 잘날 없다. 이번 사건을 놓고 가장 특수를 노리는 것은 언론이고 그 다음은 소위 국방과 무기 전문가들이다. 본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제 입맛에 맞는 뉴스거리를 취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언론의 세계적 추세를 단연 선도하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실이지만(물론 다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언론은 물만난 고기처럼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한껏 뽐내고 있다. 물론 뒤에서 은근 특수를 기대하는 집단도 있다. 존재감을 재확인하려는 국정원, 첨단 무기를 확충하려는 국방부,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권 등 모두 나름의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불안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평범한 국민들이다. 뉴스에는 이런 평범한 국민들의 얘기가 한 줄도 보도되지 않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하는지,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갈수록 가관인 남북의 대립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헷갈리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북한이 보낸 것으로 거의 확실해 보이는 소형 무인정찰기 두 대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 정확한 근거 없이 화학무기나 소형 핵폭탄을 탑재할 수도 있다고 호들갑 떠는 언론도 있지만 연료 부족과 엔진 고장으로 실없이 추락한 사실을 본다면 지금으로선 뻥튀기에 가까운 얘기다. 남한으로 내려보낸 것이 그 정도 성능이라면 이것은 실험용이었거나 실제 정보 수집보다는 발견된 후 남한사회에 끼칠 영향에 더 목적을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북한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가 기대에 잘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인정찰기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중 첫째는 '도대체 정부와 국방부는 뭐하나...'라는 생각이다. 도대체 정부의 기능은 무엇이고, 세금 잡아먹는 군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국가 안보'를 그렇게 외쳐대는 사람들이 그 일도 제대로 못한다면 너무 무능한 것 아닌가. 남북 관계 개선, 대화 재개, 경제 협력 강화, 교류 확산 등의 문제는 보수 정권의 성격을 감안해 별로 기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구호인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은 제대로 챙겨야 된다. 그들 머리에 각인돼 있지 않은 '국민 안전'은 기대할 수 없지만 스스로 천명한 일은 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상황이 이 지경이면 보수적인 사람들이 더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이번 일로 정부와 국방부에 대한 보수 성향 사람들의 메가톤 급 비판을 기대할 순 없을까?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좀 더 분명히 자기 성향을 드러내서 한 가지라도 좀 제대로 하는 정부와 국방부를 만들어줬음 하는 바람이 있다.
둘째로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린 스트레스가 너무 과한 사회에 살고 있다. 아무리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하지만 바람잘 날 없다. 특히 평범한 국민들의 손이 닿지 않는 국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 정부와 국방부가 진짜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매번 일 터진 후에 과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건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길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리고 짧게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계속 이 상태로 살아 왔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공식 대화가 중단된 이후 반복되는 남북의 충돌과 긴장을 보며 살아 왔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방부는 그런 일이 생기면 국민들에게 사과 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다. 언론은 자기들 구미대로 온갖 이야기를 꾸며댄 후에 장식이 모자라면 시민 인터뷰 몇 개 끼워넣는 식이다.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국가인데 국민들은 항상 배제되고 가장 소외된다.
셋째로는 '무기 경쟁은 언제까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남한은 정부 예산의 10%를, 북한은 16%를 국방비에 쓰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경우 국내총생산의 25%에 달하는 금액이고, 남한은 그나마 나아서 국내총생산의 2.6% 정도다. 그렇지만 남과 북의 경제 규모가 3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남과 북의 국방비 격차는 5배가 넘는다. 남북 모두 천문학적 비용을 국방비에 쓰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경제가 거의 파탄난 상태고, 남한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양쪽은 계속 무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무인정찰기 사건이 생기자 제일 먼저 나온 얘기 중 하나는 저고도 비행을 하는 소형 비행체를 탐지할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실 더 성능좋은 최첨단 정찰기들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전역의 이상 물체를 감지하는 피스 아이가 있고,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자체 개발한 송골매와 이스라엘산 서치도 있단다. 미군이 운영 중인 정찰기도 있고 2018년에는 한반도 전체를 촬영할 수 있는 최첨단 무인정찰기인 글로발 호크도 도입할 예정이란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소형 비행체 탐지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방부는 지난달 말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500km 사거리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내년에는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뒤늦에 이것을 밝힌 이유는 군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북한에도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우리는 근본적인 대립 관계를 개선할 대책을 고민하기보다 무기 경쟁을 통한 문제 해결만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제 살 깍아먹는 무기 경쟁만 하고 있을 것인지, 이 상황이면 남과 북 모두 미래가 암담하다.
넷째는 '적대적 공존은 언제까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남북의 대립과 긴장이 상시적인 일이 되다보니 소위 '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북한의 공격적 행동과 말을 이용하기도 쉬워졌다. 수시로 발생하는 일이다보니 굳이 요행을 바랄 필요도 없는 수준이 됐다. 남한은 북한의 공격을 요모조모 이용하고, 북한 역시 남한과의 대립을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이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많은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국민들이다. 이런 적대적 공존은 상호의존적 공존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다. 양측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각자 번영을 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의존적 공존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적대적 공존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소수 기득권층에만 이익이 된다. 모두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는 항상 이익을 챙기는 소수의 개인이나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드는 생각은 '애초부터 평화는 없었는데 뭐....'라는 생각이다. 그렇다. 휴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한번도 진짜 평화로웠던 적이 없다. 우리가 누리는 대체적으롤 편안한 상태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전쟁 부재'라는 최소 조건의 평화가 (이론적으로는 소극적 평화라 부른다)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 뿐이다. 전쟁 부재라는 낮은 수준의 평화는 항상 불안하고, 언제든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로의 복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영구적 높은 수준의 평화 (이론적으로는 적극적 평화라 부른다) 성취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는 참 질기게도 헛개비 수준의 평화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인내심이 대단한 것일 수도, 무관심하거나 게으른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젠 그 잘나 보이는 인내심도 깰 필요가 있고 무관심과 게으름도 반성해야 한다. 이젠 지겹고 힘들어서라도 언제나 불안하고, 안보 논리에 쉽게 무너지며,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이 무늬뿐인 평화를 청산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무인정찰기 성능이 향상되면 자폭 기능까지 갖출 수 있다고 답했다. 솔직히 그런 얘기는 누구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래서 답이 뭔가다. 사실 국방부 장관에게는 '앞으로 잘 하겠다'는 답 외에 들을 것이 없다. 성능 좋은 무기만 있으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방부와 군에게 근본적 해결책을 물을 수는 없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살아야 하냐고....', 그리고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줄 거냐고..' 물어야 한다.
무기로 얻어지는 평화는 없다. 그리고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남북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것이 현재의 불안을 벗어나는 길이다. 지금은 상호 안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질병이나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서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대다. 꾸준한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 협력은 상호의존성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지난 정부와 현재 정부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 협력이 마치 북한을 완전히 먹여 살리는 일이나 되는 것처럼, 그래서 완전 손해보는 장사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렇지만 '천만에'다.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 협력은 우리 사회 발전의 토대인 안전과 평화를 위한 투자다. 그리고 상호의존적 공존의 전제 조건인 상호 신뢰와 관계 형성을 위한 투자다. 상호의존적 공존은 궁극적 목표인 평화적 공존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주고받기식의 대립과 무기 경쟁이 계속된다면 평화적 공존은 요원하고 상호의존성 형성조차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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